*** 추천사 : 한경 서평위원회
*** 저 자 : 민두기
*** 출판사 : 지식산업사


높은 학문적 수준을 유지하면서 일반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전문
연구서를 저술하는 것은 극히 바람직한 일이나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민족적 위기와 혁명이 교차하는 20세기전반의 중국에서
자유주의자로서 오롯이 시대적 격변을 감내한 호적의 사상과 활동을 다룬
민두기교수의 "중국에서의 자유주의의 실험"은 94년 출판된 저자의
"신해혁명사"와 더불어 지극히 중요한 지적 성취의 하나라 하겠다.

이는 중국의 근.현대사 연구에 전념해 온 저자가 그간의 지적 온축을
관심있는 일반독자를 위해 확대 재생산하는 작업의 일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미 컬럼비아대에서 철학자 존 듀이의 지도아래 공부를 마친 호적은 1917년
약관 26세에 고국에 돌아와 북경대교수로 부임했다.

그는 이후 신해혁명과 5.4혁명기의 여러 지식인들과 더불어 중국의 민주화
과학화, 자유와 인권의 신장에 생애를 바쳤다.

이 책은 격변기 중국에서 오로지 자유주의자로 살아온 호적의 사상과
활동을 3개장으로 나눠 서술하고 있다.

먼저 제1장 "신사상의 기수"에서 저자는 신문학을 민중의 언어인 백화문체
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 호적의 문학혁명이 내포한 민주운동으로서의 특징을
강조했다.

또 이같은 신문학운동이 백화체로 쓴 호적의 시를 비롯 개인의 발견과
여성해방을 위한 저술, 그리고 초기의 철학적 노작을 통해 어떻게 구체화
됐는가를 밝히고 있다.

제2장 "중국문명의 재창조를 위하여"는 그가 중국 전통문화를 비판
하면서 이를 어떻게 새문명 건설과 연결시킬 것인가 하는 학문적 방법을
"대담적가설 소심적구증"이란 열글자 비결(십자결)에 축약시키면서 중국의
전통적 학술문화(국고)를 정리하고 그 가운데 내포된 인본주의와 주지주의를
강조하고 있음을 살폈다.

또 호적의 이같은 학문적 자세가 전생애를 통해 일관되고 있음을 밝혔다.

그리고 제3장"외로운 자유주의자의 길"은 학자 교육자 그리고 당대의
대표적 지성이었던 호적이 격변하는 현실에 어떻게 참여했느냐를 다뤘다.

자유주의나 실험주의가 뿌리박을 토양이 마련되지 않은 금세기의 중국에서
하나의 생활이자 목적으로서 자유주의의 뿌리를 내리려는 노력은 저자의
말처럼 애초부터 실패가 예정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유주의자로서 일관된 삶은 그같은 실패를 능가하는 사상적
거인의 모습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저자가 깊은 공감을 갖고 집필한 이 장은 오늘의 우리에게 호적에 대한
새삼스런 관심이 왜 필요한가를 묻는 외침이기도 하다.

정문길 < 고려대교수.행정학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