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태 <삼일회계법인 상무>

사람의 욕심에 대해 경고해 놓은 글을 찾는 일은 아주 쉽다.

지나친 욕심으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욕심쟁이의 이야기나,
자신의 그림자가 물고있는 고깃덩이까지 욕심내다가 자기 입의 고기마저
잃는 개의 이야기는 우리가 흔히 인용하면서도 그때마다 의미를 새롭게
되새겨 보게되는 우화다.

"팔만대장경"은 그런 인간의 욕심은 만족을 모르는 불가사리이며 많은
고통을 부르는 나팔이라고 설명하면서 그런 욕심이 또다른 욕심을 낳음을
경고했다.

요사이 우리사회에 가장많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하고 위정자들에 대한
불신의 골을 더욱 깊게 파놓은 일명 "장학노사건"도 인간의 욕심이 얼마나
극단적일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실례라 여겨진다.

그런 듣기싫고 믿기싫은 뉴스뒤에 우울한 기분으로 찾은 서점에서 만난
책이 한 현직검사가 펴낸 "달을 듣는 강물"이었다.

"달을 듣는 강물"은 한마디로 이런 갈증나는 시대에 만나기 쉽지 않은
청량하고 담백한 샘물같은 책이었다.

이 책에서 다루고있는 내용은 "수월"이라는 한국 불교사의 전설적인
인물로 알려져있는 스님의 일대기다.

죽는 그 순간까지 어려운 이웃을 위하여 짚신을 삼아주고 배고픈 이들에게
주먹밥을 만들어주다 떠난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한순간도 자신이 남을 위하여 베푼다는 내색을 하거나 대단한
일을 하는 것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던 인물이다.

동시대 수많은 사람들의 빛이며 광명으로 존경받으면서도 정작 흔적조차
남기지않고 가버린 수월스님의 삶은 그야말로 "무욕"의 삶이었던 것이다.

그렇듯 "물속의 달처럼"살다 간 수월스님의 감동적인 삶과 더불어
그림자도 없는 수월스님의 행적을 좆아 지리산에서 멀리 만주벌판까지
안다녀온 곳이 없다는, 책의 구석구석에 배어있는 저자의 땀내음 또한
여느 전기와 구별되는 이 책만의 매력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