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은 우선 보편성을 지녀야 해요.

고유의 민속적 요소를 강하게 부각시키면 호기심을 끌 수는 있겠지만
외국인들의 공감을 얻기는 어렵죠.

민족마다 많은 차이가 있지만 디자이너는 공통 분모를 찾으려 노력해야
합니다"

30여년전 출발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미래지향적" "전위적"이라는 평을
들어온 디자이너 이신우씨(54)는 동서를 막론하고 세계 어디에서나
성공해야 정말 뛰어난 패션이라고 할수 있다고 말한다.

이씨는 일찍부터 국내 패션의 해외 진출에 앞장섰다.

77년 파리 국제 기성복 박람회 참가 (KOTRA후원), 84년 디자이너
브랜드의 미국 수출 (블라우스), 90년 일 "와쇼" 그룹과 넥타이 디자인
계약, 90~92년 도쿄컬렉션 참가, 93년부터 파리컬렉션 참가 등 해외시장
개척과 진출을 위해 꾸준히 힘써 온것.

물론 난관 투성이였다.

첫 수출때는 원피스 한벌 수출서류가 혼자서 도저히 들수 없는 정도여서
그는 "바보 아니면 간이 부은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다.

95년 가을까지 여섯번 참가한 파리컬렉션의 경비는 매회 최소
1억2,000여만원.

시장 확보를 위해 파리매장을 3월에 열 계획인데 그 또한 비용이
만만찮다.

그래도 그의 생각은 항상 앞으로 나간다.

"자꾸 새로운 소재에 마음이 가요.

90년 도쿄컬렉션 참가때부터 비닐을 많이 썼죠.

물처럼 흐르는 소재, 창호지 같은 원단을 80년대부터 꿈꿨는데 실현
시키지 못했어요.

요즘 파리소재전에는 그런 것이 나와 있어요"

그가 최근 즐겨쓰는 소재는 폴리우레탄 비닐 등 첨단 소재.

젊은층에게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데다 보기와 달리 물빨래도 가능해
대중화를 자신한다.

이씨가 관여하는 브랜드는 모두 6가지.

"오리지날리"(68년 출시) "영우"(82년) "쏘시에"(89년) "이신우 옴므"
(93년) "이신우 컬렉션"(93년) "이신우"(95년 오리지날리와 분리) 등.

첫 작품인 "오리지날리"는 딸 박윤정씨가 디자인 실장이다.

"와일드한 젊음"을 기치로 내건 만큼 젊은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다.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박실장은 미 뉴욕 파슨즈디자인학교 졸업후
함께 일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서구처럼 내로라 하는 패션 명가가 생길 때가 됐죠.

프랑스 이탈리아의 경우에서 볼수 있듯 이 일은 한 세대에서 끝나는
일이 아닌 만큼 뒤를 이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이 마음 든든합니다"

이씨는 64년 이화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뒤 68년부터 본격적으로
패션분야에 뛰어들었다.

"디자이너는 끊임없이 틀을 깨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 지론.

좋아하는 디자이너는 프랑스의 장 폴 고티에.

"패션은 사회전반 및 경제수준과 맥을 함께 함으로 미래를 낙관한다"는
그는 "앞을 내다보고 국가차원에서 패션인을 지원하는 일본이 때로는
부럽다"고 털어놓는다.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