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니 뎁의 돈쥬앙"은 몽유록계 소설을 연상시키는 영화다.

과거와 현실이 순환구조로 맞물리면서 현대판 돈키호테의 사랑방정식이
펼쳐진다.

영화는 두개의 사랑을 중첩시켜 보여준다.

돈쥬앙(조니 뎁)은 그의 연애담을 책을 읽듯 읊어간다.

이는 은퇴를 앞둔 정신과의사 미클로(말론 브란도)의 인생을 풍요롭게
하고 젊음을 되찾아주는 거울로 작용한다.

뉴욕의 고급 레스토랑.검은 망토를 걸친 한 청년이 들어선다.

가죽바지에 쾌걸 조로의 가면,은색 단추가 달린 승마조끼를 입은 그는
혼자있는 여자앞으로 가 앉는다.

그의 은밀한 눈빛은 여자의 마음을 순식간에 흔들어놓는다.

처음 만난 여자와 레스토랑에서 침대로 가는데 2분 50초. 호텔방에서
나온 그는 말없이 사라진다.

곧이어 건물옥상의 광고탑이 보이고 그위로 자살을 시도하는 돈쥬앙의
망토가 펄럭인다.

1,502명의 여자를 경험했고 그녀들을 사랑했다는 그는 오직 한여자가
자신의 사랑을 거부했으므로 죽겠다고 말한다.

난감한 경찰은 노련한 정신과의사 미클러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는 돈쥬앙을 설득시킨뒤 정신이상 여부를 판정하기위해 열흘동안의
치료를 담당하게 된다.

그는 병실에서 돈쥬앙의 얘기를 듣는다.

"어떤 여인에게도 그녀만의 아름다움이 숨겨져 있다. 나는 그것을
발견하고 되돌려준다"는 돈쥬앙의 "비결"을 들으며 미클러는 차츰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삶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정년퇴직으로 인한 무력감도 극복된다.

아내에게 꽃을 선물하고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하며 잃었던
젊음을 되찾는다.

마치 자신이 돈쥬앙이 된것처럼. 이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돈쥬앙의 시적인 대사와 몽상적인 표정이다.

여기에 말론 브란도의 중후한 연기와 브라이언 아담스의 주제가
"진정으로 한 여인을 사랑해 본 적이 있나요"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그러나 지나친 비약과 주제를 흐리게 하는 화면배치는 아쉬움을
남긴다.

( 30일 대한 뤼미에르 이화예술극장 개봉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