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이기봉씨(38)가 15~28일 서울강남구신사동 예화랑(542-5543)
에서 여섯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출품작은 "지방질 문화"연작과 "정복자""채식주의자와 사막"등 입체와
설치 평면작품 40여점.

생명체의 진화와 변천, 환경문제에 대한 작가의 지적통찰을 다양한
기법의 조형세계로 펼쳐보이고 있다.

둔탁한 선과 여러 흔적들이 서로 만나고 충돌하면서 이루어내는 그의
작업은 간혹 완결되지 못한 모양을 형성,보는이들을 당혹스럽게 만든다.

그러나 사용하는 매체들을 잘 배합하거나 자연스럽게 배치해 한편의
회화적 드라마로 엮어내는 감각과 재능을 보여준다.

그의 최근작업은 특히 확고한 형태를 갖춘 오브제에 다분히 풍자적인
내용을 과감하게 실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담아내고 있는
점이 특징.

추구하려는 인식의 영역 또한 크게 확대돼 사물에 대한 단순한 통찰보다는
우주와 대자연의 생성과 순환구조내지는 절대성을 다루고 있다.

말의 형태에 소가죽을 씌워 유전공학으로 인한 생물학적 진보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를 마련해주는가 하면 말의 몸에 쥐의 문양과 쥐구멍을 뚫어
황폐해진 대지의 아픔을 표출해내기도 했다.

이씨는 서울대서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
(86년)과 토탈미술대전 대상(94년)을 수상했다.

< 백창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