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미사일공격으로 포항제철과 울산공단이 폐허로 변하고 남북한이 극
비리에 공동개발한 핵탄두가 일본의 심장부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날아간다.
20일 개봉되는 광복50주년기념작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우진필름.정진우
감독)에 나오는 장면들이다.
핵문제를 둘러싼 북미회담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의 독자적인 핵
개발과 세계적인 핵물리학자 이휘소박사의 죽음등 민감한 문제를 다룬 이영
화는 43억원에 달하는 제작비와 컴퓨터합성특수촬영,전과정 동시녹음,출연
배우들의 이색적인 캐스팅등으로 개봉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400만권이상 팔린 김진명씨의 동명소설이 원작. 극중에서 핵무기의 남북공
동개발을 논의하기위해 북한에 급파된 안기부장이 김일성과 만나는 장면은
김일성이 고문익환목사를 맞이하는 자료화면을 활용,멀티레이어드 테크라는
컴퓨터 다중합성기술로 만든 것."그섬에 가고 싶다"의 특수효과를 맡았던
(주)비손텍이 제작했다.
영화후반부에 집중적으로 선보이는 특수촬영화면은 모두 50여컷.7분 분량
이다.
85년 "자녀목"이후 10년만에 연출일선으로 복귀한 정진우감독은 "편집기간
만 꼬박 6개월이 걸린 이부분의 제작에 20억원이 투입됐다"며 "이때문에 개
봉시기도 5개월정도 늦어졌다"고 밝혔다.
영화첫장면에 15초정도 공개되는 한반도 상공의 인공위성화면은 5,000만원
을 주고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샀다고.서울이 핵공격을 받는 모습은 평
상시의 서울전경에 핵실험장면과 건물들이 무너지는 화면을 여러개 겹쳐 만
들었으며 한일 공군과 해군의 전투,핵미사일이 일본 후지산 위로 날아가는
장면등에도 같은 방식이 적용됐다.
이영화의 또다른 화제는 출연배우들의 이색적인 면모. 박대통령역으로 나
오는 이균식씨(43)는 서울의 한 아파트 관리소장이며,김정일역의 김영식씨
(46)는 서울 장위동에서 선물의 집을 운영중인 사람.닮은꼴배우 공모를 통
해 뽑혔다.
현직 변호사인 홍승기씨가 안기부 국장역으로 출연하고,중소기업체 대표
인 최재문씨와 여행사 임원인 김범식씨가 각각 중앙정보부장과 경호실장역
을 맡았다.
이휘소씨를 모델로 한 이용후박사역에 캐스팅된 정진수씨는 중견 연극연출
가이자 대학교수. 핵개발을 저지하려는 미국과 민족자존을 내세운 한국,일
본의 영유권분쟁 음모,남북관계의 급진전등이 숨가쁘게 펼쳐진다.
사건을 추적하는 사회부기자 권순범역의 정보석,삼원각 신마담역의 황신
혜,이박사의 딸 미현역의 전복연을 비롯 이성웅 박근형 전무송 김성원 이덕
화등이 열연한다.
상영시간 2시간26분.3시간짜리 비디오로도 곧 출시될 예정.
< 고두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