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거스타 내셔널GC

현지리포트 < 김흥구 특파원 > ]]]

잔치가 끝나면 뒷애기가 재미있는 법이다.

벤 크렌쇼(43.미국)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제59회 매스터즈에 관해
미처 쓰지 못한 얘기들을 정리한다.

<>.이번 매스터즈에서 드라이버샷을 평균적으로 가장 멀리 날린
선수는 누구일까.

존 데일리? 아니면 그레그 노먼? 그러나 그 누구도 아니고 프로도
아니다.

4라운드평균 드라이빙 거리부문 1위는 94 미국아마챔피언의 자격으로
참가한 타이거 우드(19)였다.

타이거 우드는 평균 311.1야드를 날려 2위인 데이비스 러브3세보다
평균 4.6야드를 더 나갔다.

3위가 존 데일리로 297.4야드. 이 통계의 의미는 아주 흥미롭다.

"아마추어답게" 겁없이 드라이버를 빼든 타이거 우드의 성적은
4라운드합계 성적은 끝에서 4번째인 5오버파 293타였다.

반면 우승자 벤 크렌쇼의 드라이빙은 우드보다 무려 50야드가량
떨어진 262.4야드로 커트오프를 통과한 47명중 40위.

그러나 크렌쇼는 홀당 평균 퍼팅수가 1.528번으로 랭킹 3위.

이를 읽고 독자들은 "드라이버는 역시 쇼이고 퍼팅은 역시 돈
이로구나"하고 되뇌일지 모른다.

그러나 골프라는게 워낙 이상해서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니다.

퍼팅부문 1위는 홀당 1.458번을 한 세베 바예스테로스(스페인)인데
그의 성적은 합계 8오버파 296타로 47명중 공동45위이다.

오죽 샷이 엉망이었으면 두홀중 한홀을 원퍼트로 끝내도 그 모양일까.

<>.드라이버를 질러댄 타이거 우드는 파5홀 세컨드샷을 9번아이언으로
하는 볼거리를 선사하기는 했다.

우드는 2라운드 15번홀(파5.500야드)에서 드라이버로 가볍게 340야드를
날리고 나머지 160야드거리를 9번 아이언으로 온그린 시켜 "투온 투퍼트
버디"를 잡았다.

파5홀에서 9번아이언으로 세컨드샷을 하는 파워. 그것이 바로 미국
골프의 흔하고 흔한 "영 파워"이다.

<>.미국에서 가장 "뻣뻣한 골프클럽"인 오거스타내셔널 GC에 대해
좀더 풀어보자. 오거스타에서는 "힘든 것"이 세가지가 있다.

첫째는 회원이 되는 것이다.

이곳의 회원수는 전 세계에 걸쳐 250명에서 300명사이로 얘기된다.

몇명이라고 못박지 못하는 것은 모르기 때문인다.

클럽측이 안 밝히니 추측할수 밖에 없는데 아무리 권세가 있고 돈이
많더라도 회원은 거의 요지부동이다.

돈이 필요해야 신규회원을 뽑을텐데 매스터즈 입장권과 중계권료만
해도 천문학적 액수이니 이쉬울게 전혀 없는 것.

두번째 어려운 것은 매스터즈 관중, 즉 "패트론"이 되는 것이다.

금년에 새로 패트론이 된 사람은 21년전에 신청한 사람이라고 한다.

"안 된다"면 더 덤벼드는게 사람들의 심리로 워낙 머릴 싸매고
덤벼드니 어려움이 가중 된다.

세번째는 취재권, 그중에서도 사진 취재권을 얻는 것이다.

클럽측이 허용하는 사진기자수는 100명에 불과하다.

그들은 대개 수십년전부터 매스터즈를 취재해 온 언론사들로 랑거가
있는 독일이나 신흥골프강국 스웨덴조차 사진기자카드를 받지 못한
실정.

이에따라 자격이 없는 언론사들은 연습라운드에서나 사진을 찍는다.

물론 반발이 없을수 없다.

그러나 클럽측의 태도는 단호하다.

"싫으면 안 오면 될것 아니냐"이다.

회원수도 안 밝히고, 패트론 숫자도 안 밝히고, 시설이 모자른다며
기자수도 제한하고, 상금액수도 이것 저것 다 계산해본후에 대회중반
들어서야 발표하는 오거스타. 그래도 "매스터즈"하면 전세계가 껌뻑
죽으니 참 할말이 없다.

<>.매스터즈는 미국의 어느 골프대회, 어느 메이저보다도 시청율이
가장 높다.

그 매스터즈는 CBS가 1956년부터 40년동안 줄곧 중계해 오고 있다.

상식적으로 그 정도되면 방송사측이 모든 칼자루를 쥘것 같은데
그게 아니다.

CBS의 골프앵커중에 게리 매코드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는 작년
대회에서 말한마디 잘못해서 쫓겨났다.

매코드는 중계도중 "그린이 마치 왁스칠한 비키니 같다"고 코멘트했다.

그린이 너무 빠르다는 뜻일뿐인데 클럽측은 그런 표현이 "점잖치
못하다"며 CBS에 매코드의 사임을 요구했고 또 관철시켰다.

홀마다 거의 한명의 앵커를 배치하며 골프중계에 관한한 "가장 잘한다"
는 소릴듣는 CBS. 그들도 매스터즈만큼은 다른 방송사에 빼앗기기
싫다는 얘기다.

<>.4라운드동안 가장 가슴이 철렁했던 샷은 최종일 8번홀(파5.535야드)
에서 프레드 커플스(미국)가 친 세컨드샷이다.

오르막인 8번홀은 그린쪽만 왼쪽으로 급히 꺽여진 형태로 기가막힌
드로볼을 쳐야 투온이 가능하다.

최종일의 핀 위치는 그린 왼쪽의 맨 뒤였다.

여기서 커플스의 세컨드샷은 그린 입구에 떨어져 그린 오른쪽으로
튀었다.

그런데 그 볼은 왼쪽 내리막인 경사면을 타고 하염없이 왼쪽으로
빙그르 돌며 구르기 시작했다.

볼은 홀컵을 향해 큰 원을 그렸다.

방향 좋고 스피드 좋고. 관중이나 시청자들은 알바트로스인줄 알고
탄성이 터져 나왔다.

결론적으로 그 볼은 홀컵을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핀뒤 30cm지점에
멈춰섰다.

알바트로스가 될뻔한 이글. 이 이글로 커플스는 중간합계 10언더파가
되며 선두 크렌쇼를 1타차로 추격했다.

그러나 커플스는 아멘코너 첫홀인 11번홀과 저 유명한 12번홀(파3)에서
연속 1m정도의 파퍼팅을 미스하며 3퍼트, 그 이후 더 무너졌다.

8번홀 샷이 알바트로스가 됐으면 커플스에 우승의 운이 돌아가지
않았을까.

<>.오거스타의 파5홀 4개홀은 모두 투온이 가능한 거리이다.

그러나 사실 2번홀(555야드)같은 곳은 투온이 불가능하다고 봐야한다.

내리막인 2번홀은 우드나 롱아이언으로 세컨드샷을 해야 하는데
그 볼이 그린에 직접 맞으면 거의 전부가 오버하게 마련이다.

그린앞은 가운데 2m가량의 길을 제외하고는 전부가 벙커로 굴러
올라가는 법은 없다.

그러면 "어떻게 버디를 잡느냐"하면 아예 벙커를 향해 치고 그
벙커샷을 붙여 버디를 잡는식이다.

메이저에 출전할 정도의 실력이면 "벙커에서 파잡기"는 기본중 기본.
그레그 노먼은 "벙커 파잡기"로 4일동안 2번홀 전부에서 버디를 노획할
정도였다.

TV를 보면 알아차릴수 있지만 프로들은 숱하게 벙커에서 붙여
파세이브를 한다.

노먼 얘기가 나왔길래 말인데 노먼은 이번대회 4일동안의 16개
파5홀에서만 이글1개에 버디 13개로 15언더파를 쳤다.

2번홀과 15번홀은 4일 전부가 버디이고 13번홀은 2일째가 이글이고
나머지는 버디. 단 8번홀만 버디2에 파2개였다.

프로나 아마추어 장타자에게 투온의 확률을 주는 파5홀. 그런
파5홀이야말로 재미있고 의미도 있다.

오거스타가 그러할진데 명문도 아니면서 파5홀이 쓸데없이 길기만
하면 뭘하나.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