않는다.
골프는 누가 뭐래도 미국이나 영국, 일본의 "자본주의적 스포츠"
냄새가 난다.
그러나 러시아에도 이제 골프가 본격 태동하고 있다.
골프의 석사, 박사과정이 마련되는가 하면 골프국가대표팀까지 구성
됐고 심지어는 "러시아 PGA투어"의 출범까지 예견되고 있는것.
구소련 올림픽스타들의 산실이었던 "러시아 스테이트 아카데미"에는
"골프석사과정"을 이수하는 학생이 4명이나 된다.
이중 2명은 6명으로 구성된 러시아 골프국가대표팀의 일원이다.
이들은 몇년내 석사학위를 받게되며 몇년이 더 지나면 골프박사까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골프를 시작한 사연도 재미있다.
17세에서 20세 사이로 골프장근처에서 사는 이들은 코스를 어슬렁
거리다 빌린 골프채로 칩샷을 하며 골프에 빠졌고 그것이 러시아
대표팀멤버로까지 발전했다.
골프프로그램의 강의를 맡고 있는 니콜로프(36)교수는 러시아 1호
야구심판에서 1호 골프교수로 변신한 인물. 그의 말에 따르면
"자동차 1대분량"의 골프관련 책을 독파하면서 골프를 연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러시아 골프는 아직 수준이나 시설등 모든면에서 말그대로
걸음마단계다.
골퍼는 200여명에 불과하다.
골프장도 89년에 생긴 툼바골프클럽과 모스크바 컨트리 클럽이
전부이다.
두곳의 회원 220명도 대부분 외국인이다.
그나마 모스크바 CC는 클럽하우스도 없다.
러시아에서 골프가 활성화되기까지의 난관은 이밖에도 많다.
골프용품이 호화상품으로 분류돼 수입을 하더라도 엄청난 세금이
부과된다.
핑골프채를 생산하는 미국의 칼스텐사가 1만4,000달러 상당의 골프
장비를 러시아팀에 기증하려고 하자 12만달러의 수입관세가 부과됐던
예가 있다.
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조정도 소용없어 결국 그 골프장비는 여러
경로를 통한 밀수입의 방법으로 전달되었다.
재정확보도 큰 문제여서 두곳의 골프장 완공이 연기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골프활성화에 낙관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미국 잡지에서 모스우선 러시아 올림픽위원회가 골프를 전략종목
으로 간주, 국가대표팀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물론 골프가 곧 올림픽종목으로 채택될 것이란 계산에
근거한다.
모스크바CC에 대한 기사를 보고 문의해 그곳의 수석프로로 일하고
있는 코네티컷GC의 전헤드프로 프랭크 쇼(24)는 "2년 이내에 러시아
PGA투어가 창설될수 있을 것"이라고까지 전망한다.
또 모스크바 마이닝대학의 학생이자 지난해 열린 제1회 러시아오픈
우승자인 콘스탄틴 리파노프(20))도 "프로골퍼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러시아"와 "골프".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둘 사이의 공백이
앞으로 어떻게 메워질지 자못 궁금하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