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평론가들은 "국전"(1949-1981)이 광복이후 현재까지 한국미술
50년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미술전문지 "가나아트"(대표 이호재,격월간)가 3.4월호
특집으로 마련한 "한국미술50년 20대궤적"에서 드러났다.

평론가 33인에 대한 설문조사결과를 담은 이 특집은 현대미술 도입
반세기를 맞아 양적 질적으로 급팽창한 우리미술의 전개과정을
점검하기 위한 것.

이번 조사에서 평론가들은 국전에 대해 "일제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관전"을 만들었다" "일제하의 선전을 답습했다"는 긍정과 비판적
시각을 동시에 나타냈다.

결국 국전은 해방조국의 미술계에 활력소가 된 한편으로 운영을 둘러싸고
심각한 갈등을 일으키는등 많은 문제점을 지녔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미술계50년사의 최대이슈로 꼽혔다.

국전 다음으로는 "현실과발언"창립및 "민중미술15년전"에 이르는 이른바
민중미술운동이 한국미술50년사의 두번째 큰 사건으로 꼽았다.

이들은 특히 군사정권시절 미술인들을 탄압했던 사실에 대해 대부분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고 이에따른 민족미술협의회 결성등도 획기적
사건으로 지목했다.

한국미술50년의 발자취가운데 평론가들이 꼽은 세번째 중요사건은
광복직후 각종 미술단체의 설립.이들은 좌우익양쪽에 모두 관심을
보였고 광복 사흘만에 발족된 조선문화건설중앙협회산하 조선미술
건설본부가 공식적인 첫미술단체라는 점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했다.

평론가들은 국립현대미술관의 설립과 과천이전도 우리 현대미술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69년 설립당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지만 86년
과천이천 이후에는 독자적인 미술관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 한국
현대미술의 위상제고에 큰몫을 하고 있다고 평했다.

다섯번째는 미술교육기관의 설립.자생적인 근대미술기를 거치지못한
한국화단에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미술학과가 설립돼 미술계의 기반을
형성했다는 견해다.

그러나 서울대파와 홍익대파등 분파를 형성했다는 지적도 나와
교육기관이 제기능을 수행하기보다 인맥형성에 몰두했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됐다.

한편 단일시점에서 중요도가 부각된 사건으로는 88년의 납월북작가
해금,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설치등 한국미술의 활발한 해외진출이
꼽혔다.

박물관및 미술관관계 법안정리와 기업의 미술문화지원항목등도 미술
시장 기능회복과 맞물려 관심의 초점이 됐다.

이밖에 60년전후의 현대미술운동인 "앵포르멜"과 70년대의 전위적
실험그룹 "한국아방가르드협회"의 탄생등도 순위에 올랐다.

또 "95미술의해"선정, 84년 위성중계된 백남준의 "굿모닝 미스터오웰"
등도 미술계의 주요궤적 목록에 올랐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