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대변을 동물세계에서 으레 볼수 있는 영역 표시의 일환으로
사용하기 때문인데 이러한 습성은 지금은 우리안에 갇혀서 사육당하고
있지만 언제든지 야생동물로 돌아갈수 있음을 보여준다.
직립보행(직립보행)을 하는 동물,즉 사람들도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일은 아마 배변욕구의 해소일 것이다.
특히 시간에 쫓기는 직장생활을 하는 남성들에게는 상쾌한 배변이야
말로 활기찬 하루의 시작이라 할것이다.
그런데 맥주 한 모금 하지 않았건만 새벽잠을 설치면서 늘상 설사를
해대는 이른바 오경설(오갱설)로 불편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
하룻밤을 다섯으로 나누었을 때의 다섯번째,지금의 새벽 3시에서
5시까지를 오경(오갱)이라 하니 오경설은 새벽에 설사하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새벽 신(신)이라는 글자를 써서 신설(신설)이라고도 하며
또 그 원인이 신(신)에 있기 때문에 신설(신설)이라고도 한다.
잠깐 구강(구강)으로 삼킨 음식물이 항문(항문)을 거쳐 나온 결과로써의
변(변) 시(시) 분(분)에 대한 파자(파자)풀이를 해보자.먼저 변(변)은
사람 인(인)+다시 갱(갱)이니 사람에 의해 다시한번 변화된 것이고
시(시)는 주검 시(시)+쌀미(미)이니 우리의 주식 쌀의 시체이며
분(분)역시 쌀(미)의 형태가 달라진 것(이)이라는 뜻이다.
물론 입에서부터 시작된 음식물의 여정은 식도 위 십이지장 소장
대장등의 소화기계(소화기계)를 거친 연후에 항문에서 끝나게 된다.
그런데 비뇨 생식 내분비계를 총괄하는 개념의 장기가 신(신)이듯
소화기계를 총괄하는 개념의 한의학적 장부는 비위(비위)이다.
따라서 입맛이 없거나 소화가 안되고 속이 쓰리거나 변비가 있거나
설사를 하거나 하는 소화기계의 제반증상은 비위의 책임을 먼저
묻게된다.
그러나 예외없는 법칙이 없는 것처럼 오경설(오경설)만큼은 신기(신기)가
허약하여 발생하는 것이니 무릎이하가 시리고 배꼽밑이 싸늘하면서
새벽녘 설사가 잦은 사람은 마땅히 보신(보신)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집에서 개나 고양이를 길러본 사람들은 짐작하겠지만 동물의 대변은
화장지를 쓰지 않아도 항문이 더럽혀지지 않을 만큼 굵고 단단하여야
건강한 것이다.
사람도 역시 동물임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