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화합"(Asian Harmony)을 목표로 내건 제12회 히로시마아시안
게임이 꼭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10월2일부터 16일까지 일본 히로시마시 일원에서 벌어질 이번 아시안
게임은 대회사상 최대의 참가규모에 최고의 열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대회는 43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회원국 가운데 북한을 제외한
42개국 7,294명의 선수단이 참가, 34개 종목에서 모두 337개의 금메달을
놓고 치열한 메달레이스를 벌인다.

개최국 일본(34개종목 1,207명)과 지난대회 종합1위 중국(31개종목 786명)
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724명(임원167,선수557명)의 선수단을 파견하는
한국은 가라테와 카바디를 제외한 32개 종목에서 2위자리를 놓고 일본과
숙명의 대결을 해야 한다.

특히 이번대회 개최지가 지난 1945년8월6일 연합군의 원자폭탄을 맞은
"역사적 도시" 히로시마라는 점에서 어느대회보다도 한.일간 2위다툼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즉 한국은 적지에서 일본을 물리쳐 86서울아시안게임이후 유지돼온 아시아
스포츠 2위자리를 고수하겠다는 각오이고, 일본은 이번에야말로 한국을
꺾을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대회 3회연속 2위를 고수하는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국은 이번대회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가라테와 볼링에서 일본에
절대 열세를 면치못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이 출전치않은 가라테에서 12개의 금메달을 이미 안고 시작하는
셈이며 4개에서 12개로 세부종목이 늘어난 볼링에서도 일본은 메달을 휩쓸
것으로 보인다.

90북경대회에서 한국과 일본의 금메달차이가 16개임을 감안할때 이 두
종목만 해도 일본은 이미 한국과 대등한 수준의 금메달을 딸 것으로 전망
된다.

또 구소련에서 분리된 중앙아시아 5개공화국이 일본의 지원을 등에 업고
당초 예상보다 훨씬 대규모인 1,200명의 선수단을 파견하는 것도 한국의
2위 수성에 짐이 되고 있다.

이 5개국이 선수단 규모를 늘린 것은 "한국을 견제하고 정치적 관계개선"을
노리는 일본의 양동작전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는데 이들은 전통적으로
복싱 레슬링 역도 유도 카누등의 종목에서 강세를 보여 한국의 메달을
잠식할 것이 확실시된다.

한국은 양궁과 태권도외에 축구 하키 핸드볼 배드민턴등 일부 구기종목과
레슬링 유도등 투기종목에서 금메달이 기대되고 있으나 총81개의 금메달이
걸린 육상과 수영에서 절대열세에 있어 부담이 큰 상황이다.

한국은 이번대회에서 60~65개의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고, 일본은 70개를
목표로 삼아 한.일의 2위다툼은 금메달 65~70개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관계자들은 아시아 최강의 중국이 북경대회때보다 다소적은 150개의
금메달을 가져갈 것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 그리고 구소련
5개공화국이 187개의 금메달을 나눠가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일간의 종합2위싸움은 그러나 경기외적 측면이 많이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태릉 진해 인천등지에서 마무리훈련에 여념이 없는 한국선수단은 최근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인사들의 잇따른 격려방문으로 사기가 올라있고
"일본에만은 질수없다"는 정신력으로 무장, 2위고수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선수단은 28일 결단식을 갖고 필승을 다짐하며 10월10일까지 6진으로
나눠 히로시마로 향할 예정이다.

< 김경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