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서점가에 예언서 바람을 일으킨 노스트라다무스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만약 그의 일대기를 영화로 만든다면 관객들은 무슨 생각을
먼저 할까.

아마 조금은 음산하고 으스스한 느낌을 갖게될 것이다. "노스트라다무스"
하면 머릿속에 우선 떠오르는 단상이 "1999년 지구 종말"의 예언자이기
때문이다.

프랑스혁명, 히틀러의 출현과 2차 세계대전격전지, 댈라스에서의 케네디
암살등 섬뜩하리만치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그의 예언이 이같은 선입견을
더욱 견고하게 한다.

그러나 영화"노스트라다무스"는 그를 단순히 "신통한 점성술가"로 묘사
하고 있지 않다. 그보다는 그의 감추어진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킨데에
이 영화의 묘미가 있다.

아내와 자식의 안녕을 위해 예언하기를 거부했던 보통사람,가난한 사람을
위해 기꺼이 인술을 베풀었던 따스한 마음씨의 의사,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인류최초로 사향향수를 발명한 로맨티스트가 바로 이 영화를 통해 발견되는
그의 새로운 면모들이다. 예언자로서의 그의 모습도 다가올 운명 앞에
인간의 자유의지를 제시한 철학자로서 제시되고 있다.

문득문득 자신의 눈앞에 펼쳐지는 미래 세계의 환상때문에 괴로워하던
그는 결국 이를 시적으로 표현한 예언서를 쓰기로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모랫속에서 앞서간 사람의 발자국을 발견하는 것처럼 이성적인 사람
이라면 나의 예언에서 앞으로 가야할 올바른 길을 찾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이 영화에는 누구하면 알만한 대스타는 없다. 그러나 개성파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가 영화의 무게를 더해주고 있다.

"니키타"에서 차갑고 매력적인 첩보원역을 훌륭히 소화해낸 체키 카리요
가 노스트라다무스역을 맡았다.

"아마데우스"에서 살리에르역을 맡아 오스카상을 받은 머레이 에이브라함
이 노스트라다무스에게 신비주의철학을 가르치는 스켄저역으로 다시한번
그의 연기력을 과시한다.

총75명의 의상스태프들이 철저한 고증을 거쳐 조달한 1천50벌의 중세의상
도 눈여겨 볼만하다. 액션,스릴러물이 주류를 이룰 여름 극장가에 흔치
않은 예술영화가 될 듯하다.

(얼라이드 엔터테인먼트제작,무비월드 수입 배급,2일 호암아트홀 개봉)

<윤성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