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개혁운동을 진행중인 건축계가 최근 신구세력간의 갈등 표면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건축가협회 제36회 정기총회
에서는 회장단 선출방법을 놓고 원로중진그룹및 중견회원간에 장장 3시간여
에 걸친 설전이 벌어져 이들의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를 드러냈다.

<>문제의 핵심은 수석부회장이 회장,차석부회장이 수석부회장직을 자동승계
토록 되어있는 현회장단 선출방법을 경선제로 바꾸자는 내용.

김영섭 김린 정기용 김화련 승효상씨등 경선제를 내세우는 측의 주장인즉
현제도는 서울대와 한양대 홍익대등 3개대학 출신만이 교대로 회장을 하게
되어 있는 불합리성을 지니고 있다며 이는 하루속히 시정되어야 할
사항이라는 것.

고김수근씨에 의해 제창돼 그동안 일종의 원칙처럼 유지돼 온 이같은 방법
은 건축가협회의 회원이 3개 대학 출신 위주로 구성되어 있던 상태에서 만들
어진 것으로 전국대학에서 한해에 5천명이 넘는 예비건축가가 탄생되는
현시점에서도 이같은 일이 계속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 이들의 견해.

<>이에 대해 한정섭 이승우씨를 비롯한 원로그룹들은 "경선제의 문제와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아느냐. 그때문에 이같은 방법이 만들어졌으며
이는 건축가협회만의 아름다운 미덕으로 여겨지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 이
방법에 따르면 차석부회장이 돼 회장이 되기까지 4년의 훈련기간을 거치게
되므로 엉뚱한 인물이 회장이 돼 협회를 멋대로 운영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반박했다.

<>이날 총회에서는 "그만 말해라" "발언을 막지 말라"등 큰소리가 오간
끝에 결국 회장및 수석부회장의 경선제 실시 여부를 묻는 투표를 실시
했으나 결과는 현방식대로 승계하는 것이 좋다는 쪽이 우세했다.

이에따라 수석부회장이던 윤승중씨가 회장,차석부회장이던 강석원씨가
수석부회장이 되고 차석부회장 한사람만 경선한 끝에 김한근씨가 당선되는
것으로 끝났다.

<>건축계에서는 이같은 갈등이 학연중심의 풍토로 인해 누적된 문제가
노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건축가협회의 현구임원진 대부분이 정부기관의
각종 심의위원을 맡고 있는데 이들이 학연을 비롯한 각종 인간관계 중심
으로 일을 처리함으로써 3개대학이 아닌 다른대학출신 혹은 이들에게
잘못 보인 사람은 각종 현상설계경기등에 참여할 수 없거나 참여해도
당선되지 않는등의 불이익을 당해왔다는 것이 이른바 개혁내지 반란을
도모한 측의 설명이다.

<>결국 이들 개혁세력중 한사람인 정기용씨가 민예총산하 건축위원회의
위원장이 됨으로써 건축계의 이분현상이 가시화됐는데 정씨의 민예총
건축위원장 선출시에는 이들 중견그룹과 신진세력간에 갈등이 발생,장차
원로 중견 신진의 3파전까지 예상되고 있다.

<박성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