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은 페미니즘(여성주의)영화다.

"은마는 오지 않는다""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등에서 한국인에게 있어
서의 미국의 의미를 찾아왔던 장길수감독이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에서 해
외입양아문제를 다룬후 접근한 문제가 여성문제라는 점이 흥미롭다.

남성중심적 사회통념과 문화에 경종을 울리려고 남자배우를 납치하는 여성
운동가가 주인공이다.

여성문제의 사회문제화를 꾀한다는 점에서 "전투적 여성주의영화"로 분류
될 만하다.

강민주(최진실)는 많은 유산을 상속받아 혼자사는 처녀. 대학원에서 심리
학을 공부하며 여성문제상담소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매맞고 차별받으
면서도 불평등한 현실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많은 여인들을 만나며 그녀는
여자가 대우 못받는 사회에 환멸을 느낀다.

그녀는 여성에게 헛된 환상을 심어주는 남성중심사회의 상징을 납치한다.

인기배우 백승하(임성민)가 그 제물.

심복인 보디가드 황남기(유오성)가 그녀를 돕는다.

촬영현장에서 귀가 중 납치당한 백승하는 영문도 모른채 황남기와 강민주
에게 매일 린치를 당한다. 연일 매스컴은 야단법석이다.

백승하에게 정부가 있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추악한 그의 사생활을 공개
해 여인들의 환상을 깨고 남성사회의 치부를 드러내려던 강민주의 의도가
착착 들어맞아간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백승하는 사회에서는 물론 가정에서도 깨끗한 인
물임이 드러나고 강민주는 흔들린다. 강민주를 연모하던 황남기는 둘 사이
의 이상한 변화에 불안해진다.

납치라는 반사회적 행위가 기존 사회의 거센 반발을 받지 않고 쉽게 진행
돼 긴장감을 떨어뜨리는등 영화적 장치가 다소 부족하다. 이 영화가 진정
한 전투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오히려 이 영화는 한편의
연극을 연상시킨다. 주요등장인물들의 숫자가 적고 문어체의 긴 대사가 많
아서다. 나름대로 막이 나뉘어 있고 배우들의 연기도 다소 과장된 모션을
동원,격정적인 인상을 남기고 있다. 강렬한 색상배열과 클로즈업으로 개인
의 문제는 사회전체의 문제로 부각된다. 강민주는 결국 황남기의 총에 희생
된다. 여자는 "금지된 것을 소망해서는 안된다"는 구조적 한계에 대한 체념
이 라스트신에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