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몇번 갈아타고 저는 지금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밖에는
눈보라가 미친듯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밤에 마신 술때문에 머리는 깨질것
같습니다."

"형! 나하고 심각하게 할 얘기가 있어.어제밤 꿈을 꾸었는데 웬 여자가
나왔거든.."

28일 오전10시 예술의전당내 국립국악원 소극장.

오는 94년3월 개원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신입생 전형2차 실기시험
장소인 이곳은 제각기 대본속의 인물과 장면을 만들어내느라 안간힘을
다하는 수험생들의 열의로 달아오르고 있다.

김우옥연극원장을 비롯 임영웅(연출가)백성희(전국립극단장)최형인(한양대
교수)김윤철(세종대교수)김광림(서울예전교수)윤조병(극작가)씨등 7명의
심사위원들이 수험생 한사람 한사람의 발성 몸놀림 표정등 섬세한 부분까지
놓치지않고 점수를 매기느라 여념이 없다.

실기와 함께 "연기자는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학교 졸업후
무얼 해왔는가" "앞으로의 희망사항은 무엇인가"등을 묻는 면접도 병행한
이날 2차시험은 일반대학 연극영화과의 전형방법과는 다른 독특한 방법으로
치러져 관심을 모았다.

2천5백명의 연기과(정원40명)지원자중 1차시험에 합격한 1백명의 수험생
에게 1차 합격발표 당일인 지난23일 8종류의 대본을 나눠주고 그중 한
가지를 선택,대본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인물과 장면을 만들 시간을 넉넉히
준것.

한 수험생당 시험시간은 약10분. 수험생의 연기재능 소질등 연극적인
잠재력을 알아보는데 충분한 시간을 할애했다.

연극반 서클활동을 하다 연극에 빠지게돼 응시하게됐다는 서상원씨(25.
외대 영어과3년)는 "두시간 여유를 준 1차시험과 달리 시험일 4일전에 미리
대본을 받으니 오히려 더 떨리고 부담스러웠다"고 털어놓는다.

응시하러온 수험생들의 층도 다양하다. 고교3년생에서부터 대학을 졸업한
사람,현재 활동하고있는 탤런트,연극배우등도 다수 포함돼있다.

MBC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에 출연중인 탤런트 이의정양(18.은광여고3년)
은 "실기위주로 교육,예술전문인을 기른다는 학교설립 취지에 호감이 갔고
연기의 폭을 넓히는등 더많이 배우기위해 응시하게 됐다"고 말하고 "오늘
실기시험중 감정에 젖다보니 너무 목소리가 작게 나온것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수험생중 유일하게 희랍비극의 "메디아"분장을 하고 응시해 주위의 눈길을
끈 유화숙씨(23.서울대 조경학과 졸업 예정)는 "대학생활내내 연극을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다"며 "연기를 체계적으로 공부,실력있는 연기자가
되기위해 응시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서울 오페라극장 6층 음악원에서 치러진 연출과 2차시험은 45분
짜리 비디오를 보고 느낌을 적는것,무대미술과는 주어진 영상을 보고 느낌
을 재구성하는 것,극작과는 희곡쓰기등의 방법으로 진행됐다.

김우옥연극원원장은 "연극원에 합격한 사람은 이미 스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엄격하게 선발,연극원이 명실상부한 한국예능교육의 새지평을 여는
교육기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이때문에 정원(연기과
40명)을 다 못채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연극원 신입생의 최종합격자는 31일 오전11시 서울 오페라극장 6층에서
발표한다.

<신재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