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리가 아닙니다/이소리도 아닙니다/용각산은 소리가 나지않습
니다/용각산은 미세한 분말의 생약성분이기 때문입니다."
보령제약의 가래 기침 천식치료제 용각산의 광고문안이다. 1968년 출시된
용각산은 특별히 소비자의관심을 끌지 못했었다. 용각산이 소구하는 바는
미세한 분말의 생약성분이기때문에 흡수가 빠르고 믿을수 있는 제품이라는
것이었다.

73년 당시 최덕길광고과장(현재 보령장업 사장)은 이 과제를 풀어보려고
노력했지만 미세하다는 것을 시각이나 청각으로 표현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시각적으로 보여주자니 입자가 너무 미세해 보이지 않고
확대해서 보여주면 미세한 느낌이 사라져버리기 때문.
그래서 통에든 내용물을 흔들어보이면서 그 소리를 통해 미세감을 느낄수
있도록하기위해 이 광고물을 제작했다.

TV광고에서는 시청자의 시선을 집중시키기 위해 까만 배경에 동그란
스포트라이트를 한복판에 쏘고 그 안에서 다른 물질이 든 통을 좌우로
흔들어보이면서 "이소리가 아닙니다"라고 하다가 나중에야 용각산을
보여준다.

이 광고는 사람얼굴이 나오지 않고 손목만 나왔다는 점과 이 카피를
읽은 성우 최응찬과 성우전속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에서 당시 광고계의
화제가 됐었다. 최응찬은 그때 인기를 끌고 있던 TV드라마"형사 콜롬보"
에서 콜롬보 목소리를 내고 있었는데 그 독특한 목소리때문에 상한가를
치고 있었다. 이 광고문안이 소신없는 정치인과 시대를 풍자하는뜻으로
유행되면서 더욱 세인의 기억속에 남아있게됐다. 대학가에선 70년대말
어수선한 정국속에서 과도정부의 대통령직을 맡은 최규하전대통령의
불분명한 의사표현자태를 비꼬는 말로 쓰여지기도 했다.

아무튼 이광고는 가수 이선희를 내세워 성대보호로 소구했고 길거리의
교통순경을 등장시켜 매연공해속의 용각산으로 그 소구층을 점차
확대하면서도"이소리가 아닙니다."라는 이미지를 계속 살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