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험한 여인"은 제목과는 달리 공포물이 아니다. 관객의 감상에
호소하고 권선징악의 모티브가 분명한 멜로영화다.

거짓말을 전혀 할줄 모르는 순정파 여인이 못나기 그지없고 때론
위험하기까지한 인물로 몰리고 마는 세태를 비판한다. 멜로영화답게
일차원적인 구성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연기자들의 세련된 연기가 그
단순함을 메우고 있다.

세탁소에서 일하는 마사(데브라 윙거)는 어린 시절 성폭행을 당한 이후
폐소공포증에 시달리는 아가씨다. 교외의 저택에서 하원의원비서인
숙모(바바라 허쉬)와 단둘이 산다. 마사는 약간 모자라는 편이고 촌티를
벗지 못하는 박색이지만 정의감이 투철하고 고집이 세다. 어느날 집을
수리하러 잡역부 맥키(가브리엘 번)가 찾아온다. 시인의 꿈을 포기하고
각지를 떠돌아 다니던 그는 세파에 물들지 않고 한없이 깨끗한 마음을 가진
마사에게 연정을 느낀다. 마사도 여인으로 대우해주는 그가 좋아 하룻밤을
같이 보낸다.

직장에서 도둑누명을 썼던 마사는 친구 버디에게 해명하러 갔다가 진범인
겟소를 만나자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칼로 찔러 죽이고 만다. 경찰에서
마사의 임신사실을 안 숙모는 겟소가 강간했다고만 말하면 풀려날수 있다고
마사에게 조언하지만 마사는 거짓말을 할 수 없다고 버틴다. 그녀에게는
자신보다는 아기와 그 아빠와 다른 모든사람들이 소중했기 때문이다.

작은 마을을 상정하고 등장인물의 숫자를 줄여 폐소공포증에 시달리는
여인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여주는 연출력이 돋보인다.

그러나 "위험한 여인"이 보여주고 있는 휴머니즘은 다분히 미국적이다.
이 영화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우리 정서와는 다소 차이가 나는
것은 그러한 휴머니즘이 우리삶과 우리네 영상매체에서는 항상 넘쳐났기
때문이다. 그 차이를 확인하는 것이 이 영화를 보는 재미다.

12월초 전미 1,000여 극장에서 동시 개봉되는 이 영화가 과연 미국인들
사이에 어떤 반향을 불러 일으킬지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