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전환 유예기간 마감일이 오늘로 다가왔다. 지난 8월12일
금융실명제가 전격실시된후 두달동안 나라안은 실명제의 충격과 그
여파,그리고 실명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한 정부의 보완조치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동안 우리사회에는 소위 "10월 금융대란"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우려의
소리가 그럴듯하게 퍼졌다. 이는 실명전환 의무기간이 끝난이후
금융기관에 예치된 자금이 대규모로 금융기관을 이탈할 가능성을 두고 한
이야기다.

당초 실명제는 돈의 과거를 묻지 않고 금융거래를 실명으로 하도록
하는데에만 초점을 맞추었어야 했다. 그러나 실명제는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에 따라 실시돼 버렸고 이에따라 정부당국은 보완조치를 통해
문제점을 줄이려고 노력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명제의 기본골격은
그대로인채 오늘을 맞게됐다.

실명제가 성공적으로 정착될 것이냐의 여부는 비실명계좌의 실명전환율로
판가름나는 것이 아니다. 정부와 금융기관에는 실명전환실적을 높이기
위한 독려비상이 걸렸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비록 실명전환실적이 높다
하더라도 그 자체는 실명제 정착은 아닌 것이다.

실명제의 성공여부는 이제부터 우리가 경제를 어떻게 가꾸어가느냐에 달려
있다. 경제가 제대로 풀려나가야 실명제의 성공은 물론 한국경제의
선진화도 앞당겨질수 있는 것이다.

실명제는 당초의 우려에 비해 부작용이 크지 않았다는 견해가 없지 않다.
증권과 금융시장의 혼란이나 부동산등의 투기가 일어나지 않은 점을 들어
이러한 견해를 내세울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치른 비용은 결코 적은것이
아니다. 우선 돈을 많이 풀어 기업,특히 중소기업의 자김난을 막고자
했는데 많이 풀린 돈이 물가불안요인으로 그대로 남아 있다. 뿐만아니라
돈이 정상적으로 돌지 않고 있는것도 경제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국경제는 사실 어려운 국면을 맞고있다. 그렇다고 실명제에다 모두 그
탓을 돌릴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이 단계에선 정부는 물론 기업이나
국민모두 실명제가 거래관행으로 정착하도록 하는데 동참해야 할뿐 아니라
경제활성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경제를 살려내려면 무엇보다 기업의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않으면 안된다.
실명제실시로 하루아침에 경제정의가 실현되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직시할
필요가 있다. 참다운 경제정의는 기업으로 하여금 이윤동기에 따라 왕성한
기업활동을 할수 있게 하고 이를통해 일자리를 늘려가도록 하는데에서
실현되는 것이다.

실명제정착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돈이 정상적인 채널을 통해
돌도록 하고 더욱이 금융기관에 돈이 유입될수 있게 가능한한 모든 유인책
을 동원해야 한다. 더욱이 기업,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조달통로를
마련해 주지 않으면 사채시장이 또다시 생겨난다는걸 알아야 한다. 자금의
수요가 있고 이를 제도권에서 충족시켜 주지 못하면 사채지장이 생겨난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일시적인 기업의 자금난완화책보다 정상적인 자금조달
의 길을 열어놓고 기업의 투자심리를 부추기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