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시중자금사정이 이례적인 안정세를 보이고있다. 으레
금리가 폭등세를 보이던 예년의 추석과는 너무나 다른 분위기다. 일부
에서는 이를 오히려 불안하게 보고있기도 하다.

실명전환 의무기간이 끝나는 10월12일이후 연말사이에 시행될 2단계
금리자유화 조치에 은행수신금리 자유화 확대방안이 포함될지도 관심사다.

자금수요가 몰리곤 하던 추석(30일)을 앞두고 장기금리의 대표격인 회사채
유의 통수익률이 연13%대에서 하향안정세를 보이고있다. 단기금리지표인
콜금리는 연11%대를 유지하고있다.

실명제가 겹친 추석이기에 금융시장에서는 긴장했던게 사실이다. 실명전환
의무기간이 끝난후 금융시장에 대란이 일어나리라는 우려까지 나돌아
이래저래 불안하게 봤었다. 아직 단언하기 어렵지만 예상은 빗나가고있다.

일단 대기업들의 자금사정이 기대이상으로 좋은게 예상과 달리 나타나고
있는 금융시장 안정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주로 대기업들이 이용하는
단자사 중개어음이 18일 현재 5조7백59억원으로 올들어 2조1천억원 늘었다.
특히 8월에 대폭 늘었다.

이달들어선 회사채발행도 크게 늘고있다. 실명제가 시행된 8월 회사채
발행은 순증기준으로 1천6백71억원에 그쳤으나 이달들어 20일 현재 발행
금액이 2천3백36억원에 달했다.

한은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추석자금은 물론 내년 설자금까지 어느정도
확보할 정도로 자금이 여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중소기업들의 자금
사정은 어렵다. 실명제로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아 부도도 늘고있다.

그러나 중소기업,특히 영세소기업에 대한 긴급자금지원이 계속되고있어
이들도 실명제직후보다는 다소 나은 편이라는게 한은관계자의 얘기다.
상업은행의 구자용 상무는 "실명제직후 심한 자금난에 몰렸던 중소기업들의
아우성이 최근에는 다소 줄었다"고 말했다.

한은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의 경영여건이 확연히 나아지지는 않았다. 다만
대기업의 자금사정이 좋으면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에도 숨통이
트이고 전반적인 여건이 호전되게 마련이다"고 밝혔다.

금융계에서는 최근의 자금사정호전이 대기업들의 사정이 나아진 때문
이기도 하지만 전반적인 경기위축으로 운전자금수요가 적어진 것도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투자는 얼어붙어 어차피 투자자금 수요는 가라앉아
있는 만큼 운전자금수요가 자금사정의 좋고 나쁨을 결정하게 되는데 경기가
좋지않아 운전자금 수요도 많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은행의 당좌대출 잔액이 이달들어 7천억원가량 줄어 이를 대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이미 많이 풀려나간 돈이 투자자금등으로 쓰이지
않고 물가만을 부추길 것으로 우려하고있다.

그러나 최근의 자금시장안정이 추석을 지난후에도 계속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금융계에서는 통화당국이 실명전환의무기간이 끝나는 10월12일후 통화를
수속할 경우 자금시장은 다시 난기류에 빠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시중
은행관계자는 예년과 달리 추석전의 자금난이 재연되지 않고 있으나 앞으로
자금사정은 낙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단계금리자유화를 낙관하기 어려운 추석이후의 자금사정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특히 2단계 금리자유화조치에 당초 예정됐던 2년이상 수신금리외에 자유화
대상 금리를 추가하는내의 여부가 관심을 끌고있다. 이경식 부총리는 최근
관혼토론회에 참석,2단계 금리자유화 대상을 확대할 뜻을 비쳤고 홍재형
재무장관도 비슷한 정책방향을 밝혔다.

이들의 발언은 실명제이후 은행권에서 이탈하고 있는 자금을 묶어두기
위해 금리연동부상품을 허용하거나 2년미만의 단기수신금리도 자유화할지
모른다는 해석을 낳았다.

그러나 현재로서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한은관계자는 "수신금리자유화확대등 금리자유화조치는 빠를수록 좋지만
그로인해 대출금리가 연쇄적으로 오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출
금리에 어느 정도의 영향이 미치는 지를 충분히 검토한 후에 자유화대상
금리를 재조정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자유화대상 수신금리의 재조정은 실명전환 의무기간이 만료되는 10월
12일이 지난후 금융권간의 자금이동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고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