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라운드를 가질 기회가 있었다. 그 기자로부터 최상호프로의 스윙에
대한 나의 견해와 최근의 부진(?)을 어떻게 분석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외국프로들에 비해 참으로 열악한 환경아래서 교습자의 조언도없이
연습하며 다듬어진 그의 독특한 스윙 메커니즘은 미국PGA선수들과 비교
해도 결코 손색이 없어 감명받았다. 올해 아직 몇개의 시합을 더 남겨두고
있는 상황에서 "부진"이란 표현을 거론하기는 다소 성급한 느낌이다.
최상호프로는 10여년가까이 매년 1승이상 올리는 꾸준함을 보였다.
91,92년에는 연거푸 4승의 위업을 달성하여 최고 상금선수가 되었고
올해초 싱가포르에서 벌어졌던 조니워커컵대회에서는 메이저대회우승자
들인 닉 팔도, 프레드 커플스, 그레그 노먼등 기라성과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실력을 겨루어 3등이란 좋은 성적으로 입상했다. 이때 그는
매스컴으로부터 집중적인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영광뒤에 어김없이
찾아드는 기대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 최상호를 다소 저조하게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다. 외국 유명선수들의 경우에도 특히 메이저타이틀을
획득, 최정상의 자리에 올랐다가 곧장 슬럼프에 빠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US오픈 타이틀을 획득하였던 앤디노스선수나 89,90년연속 US오픈타이틀을
쟁취하여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였던 커티스 스트레인지가 그러했고
PGA챔피언 봅트웨이 제프술루먼 선수나 영국오픈 챔피언 빌로저스선수등
많은 선수들이 한결같이 정상에 도달한후 곧장 부진에 빠져들었다.
그것은 정상을 정복한후 찾아오는 다소 안일하고 해이한 기분에다 정상을
향해 쫓아가는 입장에서 정상의 자리를 고수하기 위한 쫓기는 입장으로
바뀌게 되어 대부분이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갖게되기 때문이다.
산악등반가들이 험난한 산 정상을 어렵게 정복한후 해이해진 마음으로
하산하는길에 조난을 맞는 경우가 오를때보다 더많은 것과 비교해 볼수도
있다.
이런때를 대비해 미국의 투어프로들은 정기적으로 스포츠심리학자를 찾아
심리카운슬링을 받는다.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게 마련이라는
순수한 진리를 앞세워 마음의 여유를 갖도록 하는가 하면 과격한
풋볼시합이나 권투시합을 관람토록해서 프로생활의 필수적인 정신력을
일깨워 해이해진 마음을 재정비토록 한다.
세컨드 샷을 멋있게 핀 가까이 올려놓고도 막상 동반플레이어의 긴
퍼팅이 덜거덕 굴러들어 가면 자신만만했던 짧은 퍼팅을 어이없이 놓치는
경우가 70%이상이라는 통계도 있다.
그것은 버디를 잡을수 있겠다는 느긋한 마음이 상대방의 긴 퍼팅이
성공함으로써 짧은 거리에서 혹시나 못넣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심리작용이 발동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골프는 심리적 안정이 때로는
기술적인 면보다 더 중시되는 스포츠라고 한다.
원숙한 나이에 선수로서의 최고의 절정기를 맞고있는 최상호프로. 그역시
열악한 연습조건속에서도 홀로 극복해 낸 어려웠던 지난날을 다시한번
되새겨 본다든지, 또는 기라성같은 세계적인 대선수들과 겨뤘던 경험을
반추해볼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스며든 심리적
불안이 해소되면 앞으로 더 많은 타이틀을 획득할수 있을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