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 정책위의 불협화음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있다. 당정책위는
지난주말 경기도 포천군소재 산정호수호텔에서 1박2일간의 일정으로
워크숍을 가졌다. 7월초부터 시작될 내년도 각부처별 에산심의를 앞두고
당차원의 심의기준을 정하고 실무준비를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엄밀히
말해 최근 일련의 정책활동이 의사결정과정에서 번복되거나 당내이견으로
혼선을 빚는등 미묘한 갈등이 계속되자 분위기전환을 위해 시도된
단합대회성격이 짙은 행사였다. 문제는 이 단합대회가 갈등과 알력을
증폭시켰다는 점이다. 워크숍의 주재자인 김종호정책위의장은 25일의 첫날
모임에만 자리를 함께했을뿐 이튿날엔 다른 일정을 이유로 빠졌다.
정책실장들중 서상목실장만 끝까지 자리를 지켰을뿐 나머지 두 실장은
불참했다.

일이 이렇게 되다보디 워크숍참석자들까지 술렁댔다. "집안에 어른이
있어야지.처음부터 끝까지 있어줘야할 사람들이 이런 모양이니." 자연
불만의 초점은 정책위의장의 총괄조정력부재에 맞춰졌다. 그만큼 김의장의
말이 안 먹혀들고 있는 상황이다. 김의장은 얼마전 정책활동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지고있는 것과 관련,자신이 직접 당정책안을 챙기겠다고
밝혔다. 당경제특위및 사회개혁특위의 13개 소위위원장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앞으로 소위에서 나오는 개혁안이나 아이디어는 반드시 나와
협의한뒤 발표토록하라"고 지시했다. 다분히 민주계인사들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이에대한 민주계관계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요약하면
소위의 난상토론과정에서는 갖가지 정제되지않은 안이 나올수 있으며
의장의 뜻대로 하다가는 과거와 같은 밀실담합오해를 불러일으킬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당지도부가 너무 예민한 반응을 보이면 오히려 정책개발과
개혁작업이 위축될 소지가 많다는 반론이다. 심지어 그동안 의장이
제역할을 해줘야할 몇몇 중요의사결정때는 손을 놓고 있을 때가 많았으면서
이제와서 목소리를 높이려하느냐는 반발도 없지않다. 정책위관계자들은
일견 정책라인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것처럼 보이지만 나름대로 전략이
있다고 강조한다. 각소위에서 나온 아이디어나 정책초안을 전체특위로
넘겨 1차적으로 여과시킨뒤 국회관련상임위와의 연석회의를 거쳐 당론을
확정,다시 당정협의를 통해 최종정책방향을 결정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얘기다. 혼선이 바로 소위운영과정에서 생겼다는 점도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소위소속의원들이나 위원장들이 "설익은"안을 불쑥불쑥 내뱉아
문제가 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과정에서 경륜이 앞서는
민정.공화계 의원들이 민주계보다 상대적으로 실수를 덜했다는 인식이다.
한 민주계인사는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한다. 일할때 수수방관하고 있던
사람들이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실수하기만을 기다렸다는듯 몰아세우는 경우
과연 같은 당 사람인가하는 회의가 생긴다는 것이다.

정책위는 현재 경제활성화 부정부패척결 사회기강확립등 김영삼정부의
개혁정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작업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정책위는 올해엔 개혁정책추진의 기반조성에 주력한다는 방침아래 이를위해
무려 2백38건의 개혁입법대상을 선정,가을 정기국회통과를 목표로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중 정책위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경제행정규제완화관련 법안만도 법인세법 부가가치세법 소득세법
외자도입법 증권거래법등 70건에 달한다. 바로 이런 작업을 정책위산하
경제특위의 6개소위와 사회특위의 7개소위가 추진하고있다. 각소위엔
10여명씩의 원내외 인사들이 참여,다수가 참여하는 개혁추진이라는
모양새를 갖추고있는 셈이다. 당정책위관계자들은 현재 이같은 개혁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당내 이견이라기보다는 부처간
할거주의라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한다. 수단 방법가리지않고 기득권을
고수하려는 집요한 자기몫 찾기 습성이 심각한 수위에 도달해있다는
지적이다. 이에대해 김의장은 물론 세 정책실장 모두 고개를 내젓는다.
"일부사안의 경우 당정협의에서 완전합의해서 처리하기란 백년이 지나도
어려울것"(김의장) "그동안 당정협의에서 당이 적극 나서지 않으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강삼재제2정조실장) "특정부처가 반대한다고해서
못한다면 되는 일이 하나도 없을것"(서실장)이라는등 한결같이 비판적이다.

이들은 정책위의 불협화음도 다름아닌 부처이기주의에서 비롯되고있다고
여기고 있다. 각부처마다 현안이 있을경우 의원들이나 압력단체등에 손을
뻗쳐 영향력을 행사토록하는 바람에 당초 계획대로 정책을 추진하는데
애로가 많다는 것이다. 이과정에서 계파간 갈등을 은근히 부추기는 일도
있어 결과적으로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사태가 진전된다는 지적이다. 지금
부정수표단속법폐지문제를 놓고 당이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처럼
비쳐지고있는 것이 그 대표적 사례라는 얘기이기도하다. 설혹 그렇더라도
정책위관계자들이 최근 무노동부분임금 한-약분규등 정책현안을 두고 전혀
상반된 반응을 보인데 대해서는 할말이 없을듯싶다. 개혁지향의 민주계와
"온고지신"을 중시하는 민정.공화계간의 "화학적 결합"이 결코 쉽지않은
사안임을 다시한번 일깨워 줄 뿐이다.

<김삼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