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김형철특파원]동경하면 세계에서 제일 물가가 비싼 도시로 연상하기
쉽다. 그러나 신사복에 관한한 얘기가 달라진다. 일본 부임전에 서울에서
옷을 사가지고 온 주재상사원들은 바보짓을 했다고 후회하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동경의 양복값이 싸다는 것이다.

일본신사복시장에 일대 저가격혁명을 일으킨 업체는 아오야마
쇼지(청산상사). 신사복전문체인점인 이 아오야마의 저가격공세로
일본백화점업계와 슈퍼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회사는 거품경기의 붕괴,소비심리의 위축을 역이용하는 전략을 폈다.
"비싼게 고급품"이 아니라 "값싼 우량품"이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일깨워주었다. 주머니가 가벼워진 불경기에 이러한 전략은
그대로 먹혀들어간 것이다.

최근 신주쿠 다카다노바바에 아오야마의 신사복판매점이 문을 열었다.
정가의 30~50% 세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나 사람들이 바글바글한다.
한벌에 1만~2만엔대 양복이 많다. 색상도 품질도 괜찮다. 그것도 바지가
2개인데도 그렇다.

아오야마 쇼지의 점포수는 지난 3월말 현재 4백41개에 달한다. 지난
한해동안 92개 점포를 늘렸다. 그야말로 파죽지세라 할수 있다. 앞으로
4년후에는 총점포수를 8백개 정도로 늘린다는 야심찬 계획도 갖고 있다.

이런 점포확대를 배경으로 매출액도 급신장하고 있다. 지난 91회계연도중
1천1백67억엔이었던 매출액은 지난3월말에 끝난 92회계연도 결산에서
1천5백20억엔으로 불어났다. 경상이익도 3백억엔으로 30억엔이 증가했다.

"아오야마가 "교외형신사복 전문체인점"에 진출하게 된 것은
아오야마고로(청산오랑)사장이 지난 70년대 미국유통업계를 둘러본게
계기가 됐다"(아사오카 과장)
아오야마사장은 이 사업이 승산이 있다고 판단,지난 74년 히로시마시
교외에 1호점을 세웠다. 지방도시로부터 대도시로 진출하는
"우회포위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지난해 10월엔 동경도심 긴자에까지
진출하는데 성공했다. 이 긴자점은 "고급지향"이라는 긴자에 "양복의
아오야마"라는 간판을 걸고 긴자점을 열던날 이른 아침부터 옷을 사려는
고객들이 장사진을 쳤다. 연말까지 불과 3개월사이에 긴자점에서
10억엔어치를 팔았다.

이게 바로 동경유통업계에 "신사복 전쟁"의 기폭제역할을 했다.

일본의 신사복 시장규모는 판매실적기준으로 연간 1천1백만벌. 이중
10%이상인 1백70만벌이 아오야마쇼지에 의해 판매되고 있다.

물론 1벌에 5만엔 이상인 고가품도 있지만 1만~2만엔대가 많다. 때에
따라서는 90%바겐세일도 실시,2천~3천엔대에 판매되는 양복도 있다.

아오야마의 가격형명 비결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아오야마의 양복은 95%가 자사가 개발한 제품이다. 원재료인 복지의 경우
브랜드나 패션성에 좌우되지 않고 고급복지를 피한다. 봉제는 인건비가 싼
해외에 맡긴다. 한국 중국 대만뿐 아니라 북한 베트남에까지 일거리를
준다. 양복 사이즈도 프리 중간 대등으로 단순화,공정을 줄여 대량생산의
이점을 살리고 있다. 그만큼 생산가격을 싸게할수 있다.

아오야마의 진격과 함께 온워드 가지야마사가 대표적으로 타격을
받고있다. 이회사는 백화점이나 슈퍼등에 신사복을 납품하는
고가품전문업체이다. 93년3월말 결산시 매출액은 1천9백99억엔으로
전년동기보다 6.2% 감소했다. 경상이익도 21.3% 줄어 68억엔에 불과했다.

온워드사는 아오야마의 저가격공세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지난 4월부터
1벌에 6만엔이던 신사복값을 2만9천엔대로 50% 내렸다. 이는 아오야마에서
가장 인기있는 가격대가 3만5천엔대이하라는 사실에 주목한 것이다.

판매부진으로 울상인 백화점들도 만회대책을 세우고있다.
미쓰코시백화점은 아오야마로부터 양복을 매입,그품질을 분석하는 한편
3만엔대의 자사브랜드를 선뵈기 시작했다. 다카시마야는 작업공정을
분석,자사브랜드는 2백25공정인데 비해 아오야마것은 50공정에 지나지
않는다는 차별성을 부각시키려한다. 그러면서 한벌에 3만8천~5만8천엔짜리
기획상품을 내놓았다.

한마디로 아오야마대 백화점 슈퍼연합형태의 신사복전쟁이 붙어있는
상황이다. 이 싸움이 어떻게 결판이 날지 예측하기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아오야마고로사장은 자신에 차있다.

"2년후에는 2백50만벌이상의 신사복을 판매,국내시장점유율을 25%선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는 가격결정권을 우리회사가 쥐고있다는 것을
뜻한다. 신사복싸움은 이미 끝난거나 마찬가지다"
신사복혁명의 선봉에 선 아오야마는 이제 캐주얼부문에도 도전장을
내려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호응에 일단 자신감을 갖게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