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이 달린 영어"란 생소한 말이 있다. 영어로는 survival english로
표현된다. 영어문화권속에 살면서 현지인의 말을 잘못 알아들었다가는
생명을 잃을수도 있다는 뜻의 신조어이다.

한 외국유학생이 친구의 집과 주소가 비슷한 집의 정원에 들어섰다.
주인이 큰소리로 "프리이즈"라고 하자 이 유학생은 "어서오십시오"정도로
이해했다. 집주인의 손에 권총이 들려있었다 하더라도 괴물의 가면과
귀신들의 옷으로 변장,험악한 "장난"을 하는 할로윈데이를 며칠앞둔
들뜬분위기를 생각하면 그 권총은 아무래도 장난감 정도로 보일수 밖에
없다.

집주인은 안면이 전혀없는 외국청년이 예고도 없이 앞마당에 나타나자
"꼼짝하지말고 서라"고 외쳤지만 초저녁의 이 침입자는 그자리에 서기는
커녕 점점 다가왔다. 집주인은 공포에이 침입자는 그자리에 서기는 커녕
점점다가왔다. 집주인은 공포에 사로잡혔다. 또한번 "그자리에
정지하라"고 요구했으나 상대방은 "그까짓 권총쯤이야"하는듯이 미소를
지으며 집주인에게 다가 갔다. 권총소리가 났고 그 유학생은 현장에서
쓸어졌다.

일본의 나고야시에 주소를 둔 핫토리 요시히로(고교2년)라는 학생이
교환유학생으로 도미,미국의 남부도시에서 공부하다가 작년 10월중순
남의집 정원안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바로 엊그제 이 사건에 대한 지방재판소의 심리가 끝났는데 배심원
전원일치의 무죄로 평결이 났다. 집주인의 정당방위가 인정된 것이다.

이 유학생은 집주인이 외친 freege란 단어를 please로 알아들었던것 같다.
이들 두 단어는 모두 "프리이즈"로 표기할수 밖에없다. 워낙 한국어와
일어에서는 P와F,L과R의 구별이 확연하지 않는데다 구어 로 상대가
말했을때 freeze란 말의 뜻을 몰랐다면 당연히 please로 알아들을수 밖에
없다.

집주인 로드니 피어스(31)가 무죄판결을 받은 일본의 매스컴들은 일제히
흥분했다. survival영어의 재교육을 역설하고 미국내의 총기소유 부당성을
주장했다. 개인의 총기소유 금지를 호소하는 서명운동을 벌여 피살자의
생일(11월22일)에 이 서명집을 클린턴 미국대통령에게 제출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남의일 같지가 않다. 자녀들을 해외에 내보내놓은 우리의 많은
학부형들에게 또하나의 걱정거리가 생겨난 셈이다.

"생존이 달린 영어"란 말의 무게가 한층 무겁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