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의 죽음을 소재로 한 소설이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미국
뉴욕에서 출간된 "내가 헤밍웨이를 죽였다"(윌리엄 맥크레이너 헨더슨작
성마틴출판사간)는 프로이트적 인간관을 바탕에 깔고 헤밍웨이의 사인을
추적하고있다.

"무기여 잘있거라""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등의 작가로 유명한
노벨상수상자 헤밍웨이(1899~1961)는 61년 7월 엽총사고로 사망했는데
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살"과 "사고" 양론으로 연구자들간에 의견이
분분한 상태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술주정뱅이 전기작가인 엘리어트
맥기어라는 40대 남자. 그는 한때 촉망받는 헤밍웨이전공자였으나 어느 해
헤밍웨이기념일에 술주정을 부려 학계에서 추방된 인물. 그런 그에게
어느날 편집장으로부터 에릭 패피 마크햄이라는 93세의 괴짜노인을
인터뷰하라는 지시가 주어진다. 그 괴짜노인은 생전에 헤밍웨이가
28년부터 11년간 살았던 플로리다주 키웨스트시에 살고 있는데 자기가
헤밍웨이를 죽였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 노인과의 만남에서 엘리어트는
흥분을 느꼈다. 그의 말들이 모두 기존의 사실과는 다른것이었기
때문이다. 괴짜노인은 파리에서 헤밍웨이와 같이 작가생활을 하며 "둔한"
헤밍웨이를 가르치기도 했으나 헤밍웨이가 변절해 자기글을 베껴
발표해버렸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가 61년 엽총으로 헤밍웨이를 쏘아죽여
복수를 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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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를 전공하면서도 증오했던 엘리어트는 그 괴짜노인의 말이
사실인듯도 하고 거짓말인 것도 같았다. 자신은 헤밍웨이가 죽기 3일전
그를 욕하는 편지를 보냈기때문에 자기도 헤밍웨이를 죽인 것이라고
생각해왔던 것이다. 엘리어트는 자신이 가졌던 기존의 가치관이 흔들림을
느낀다. 그 괴짜노인의 말이 모두 거짓말이라해도 무슨 차이가 있는가.
헤밍웨이도 자신의 과거를 모두 진실로 얘기했을까. 진실이란 도대체 있는
것인가. 엘리어트는 오히려 괴짜노인의 카리스마적 힘에 눌리고 만다. 그
노인의 모습은 점점 커져 자신의 아버지의 모습으로,또 자신의 정신적
아버지랄수 있는 헤밍웨이의 모습으로 떠오른다.

작가는 헤밍웨이의 죽음을 프로이트적으로 풀어가고 있다. 모든 지식은
부권에 눌려 지내고 그 부를 제거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헤밍웨이의 아버지도 권총자살로 사망했다.

작가는 헤밍웨이의 권위에 얽매이지 않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헤밍웨이를
보았고 그 결과 헤밍웨이의 죽음은 단순히 "자살""사고"등으로 잘라 말할수
없다고 결론짓고 있다. 인간으로서의 작가는 창조자이기도 하지만
모방자이기도 하고 진실을 말할 수도 있지만 지극히 기만적일 수도 있으며
아버지이기도 하지만 아들이기도 한 것이다. 그 이분법이 내적 화해를
이뤄내지 못할때 그 이분법은 영원한 인간의 굴레라는 것이다. 작가는
헤밍웨이의 죽음이라는 기호로 작가의 심리와 글쓰기 사이의 근원적인
연관관계를 풀어가고 있다.

<권영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