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김형철특파원]"재정적자삭감과 경기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한편 세계신질서형성에도 리더십을 발휘해주었으면 좋겠다"
재계총수인 히라이와경단연회장은 클린턴미대통령이 취임하던날 축하와
함께 이런 주문을 했다.

하지만 일본 경제계는 내심 클린턴정부의 출범을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미일간 난제중의 난제인 무역불균형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클린턴은 국내 경제재건에 제1의 정책비중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대일무역적자의 획기적인 축소가 불가피하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미일간의 마찰은 불보듯 뻔하다. 더구나 지금은 소련의
붕괴로 냉전체제가 깨지고 경제전쟁시대로 바뀌었다. 미국은 이제
경제전쟁에서 주도권을 잡으려하고 있다. 이는 일본의 이익과 상충된다.

일본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은 "미일경제전쟁"이라 할수 있다. 공교롭게도
클린턴대통령이 취임한 다음날인 22일 일본의 92년도 무역통계가 발표됐다.
이는 마치 미국신정부를 자극하는 것같기도 했다. 지난한햇동안 일본의
무역흑자는 1천70억달러로 전년보다 37.6%나 증가하면서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중에 대미흑자액은 4백36억달러로 91년보다 14.3%가 불어났다. 이는
일본 전체 무역흑자의 40%에 달하는 것이다.

일본대장성은 미국의 경기회복이 대미흑자요인 이라고 분석하고 있지만
통산성 외무성관계자들은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런 무역통계발표를 기다리고 있었던듯 주일미국상공회의소는 25일
"미일간 무역백서"를 발표,일본의 폐쇄성을 공격하고 나섰다. 7백여개
미국기업의 권익을 대변하는 주일미상공회의소는 이 백서를 통해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일본은 1상관행이 불투명하고2하부구조가 부적절하며3차별적 유통경로와
법규등으로 여전히 외국기업의 시장접근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 골자이다.
주일미상공회의소는 또 일본만의 상관행과 법규가 취약한 일본기업의
경쟁력을 유지시켜주고 있다며 이런 관행이 본질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리처드 조하네센 주일미상의회장은 "중요한 것은 결과"라며
"4백40억달러의 대일무역적자는 이런 개선점들이 많다는 사실을
입증해주는것"이라고 주장했다.

미키 캔터 미국무역대표는 취임전인 19일 상원재무위원회의 공청회에서
슈퍼301조의 부활을 지지하면서 일본과의 통상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미일반도체협정의 실행 2자동차에 대한 자율수출규제 3팽창일로에 있는
거액의 대미무역흑자축소를 일본측에 요구했다.

이런 미국측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경우 일본을 슈퍼301조에 의해
제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일본은 최근 미국의 이런 압력에 대해 미국이 일방적으로 무역보복을 취할
경우 이에 맞설 것이라고 경고하고있다.

미국의 신정권출범 벽두부터 미일관계는 삐걱거리기 시작한 셈이다.

일본통산성의 오카마쓰소자부로 통산정책국장은 "만약 미국이 슈퍼301조를
부활시켜 일본에 적용한다면 우리도 보복정책을 취할것"이라고 밝히고있다.

일본정부는 미일간 통상문제는 양자협상이 아닌
GATT(관세무역일반협정)룰을 통해 해결한다는 기본방침을 굳히고 있다.
일본은 미국이 슈퍼301조로 제재할 경우 GATT제소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철강이나 쌀시장개방문제도 다국간 철강협정(MSA)이나 UR협상으로
해결한다는 방안을 갖고있다.

현재 미일간에는 자동차 반도체 쌀 철강등 많은 통상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미국은 현재 미니밴의 수입관세율을 2.5%에서 25%로 올릴 방침이나 일본은
"보호주의의 부활"이라며 GATT에 제소하겠다고 버티고있다.

반도체는 미일반도체협정에 의해 92년말까지 외국계반도체의
일본시장점유율을 20%로 확대토록 돼있다. 그러나 16%선에 그치고 있다.
미국은 오는 3월말까지 이를 조사,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하겠다고 통보하고
있으나 통산성은 이에 반발하고있다.

일본정부는 이런 강경대응방안과 함께 유화적인 정책도 구사하고있다.
강온양면작전이라 할수있다.

일본은 이미 미국측에 소위 "미일경제정책회의"창설을 제의해놓고 있다.

이는 기존 미일구조조정회의를 발전적으로 해체,미국의 불만을 덜어주는
한편 관리무역으로의 복귀를 견제하려는 포석이다. 두나라의 각료급인사로
구성,반도체.자동차부품문제등을 협의하자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기존
미일구조조정회의가 유명무실하다는 미국측의 비판을 수용,클린턴정부에
선수를 친것으로 볼수있다.

미일간의 통상문제를 둘러싼 마찰의 향방은 오는3월말 반도체문제의
대응이 분수령이 될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