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대선출마설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대
우그룹의 계열사들이 김 회장 출마에 대비해 긴급 자금확보에 나서고 있
어 주목된다.
27일 금융계와 대우그룹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우 계열사들은 김 회장
출마설이 나돌기 시작한 지난주말부터 은행의 당좌차월과 단자사 차입 규
모를 평소보다 크게 늘리는 방법으로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주)대우의 경우 지난 24일과 26일 두 차례에 걸쳐 동양투자금융으로부
터 5백10억원을 차입했다. (주)대우는 또 은행의 당좌차월 한도 가운데
현재 여유분 7백억원의 일부를 조만간 확보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대우 계열사들은 회사 나름대로 은행과 제2금융권 또는 기타 가
능한 방법을 동원해 현금을 최대한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날 "유사시 언제라도 현금화할 수 있는 유가증
권 보유규모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계에서는 대우 계열사들이 최근 확보한 자금이 그룹 전체로 몇천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금융계에서는 대우가 최근 마련하고 있는 자금의 성격에 대해서
는 직접적인 정치자금이라기보다는 김 회장이 출마할 경우 계열사들이 받
을지 모를 자금압박에 미리 대비하겠다는 성격이 짙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대체로 김 회장이 출마하더라도 계열사들의 차입금을 정
치자금으로 사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회장이 출마의향을 갖고 있다면 이미 은밀한 방법으로 자금을 확보
해놓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이와 관련해 대우 계열사의 한 자금담당 임원은 "현대그룹이 정주영
회장의 정치 참여와 관련해 금융권으로부터 받은 압박을 생각할 때 미리
자금을 확보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간부는 "지금 마련하고 있는 자금이 김 회장의 정치자금으
로 쓰일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주)대우 자금담당 신동욱 이사 등 자금담당 임원들은 "
최근 단자사 등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한 것은 김 회장 또는 그룹으로부터
의 지시에 따른 것은 아니다"라면서 "통상적인 경영활동의 일부이지 김
회장 출마 여부와는 무관하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