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길27년을 살아온 김문영씨는 VCM현장의 해결사,VCM공장의 집안살림꾼.
(주)럭키 여천VCM(비닐클로라이드모노머)공장의 생산과장
김문영씨(48)에게 따라다니는 별명들이다.
사람들은 석유화학분야 명장제1호인 그를 VCM에 관한한 달인으로 부르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VCM은 PVC의 원료가되는 가장 기초적인 석유화학제품.
따라서 모든 석유화학관련산업의 기초원료로 볼수있다.
그가 하는 일은 공장의 전반적인 운영상태를 수시로 체크,이상여부를
찾아내고 이상이 있을때는 현장으로 출동해 이를 확인해 보수하는 것이다.
실타래처럼 얽히고 설켜있는 수천가지 파이프로 구성된 공장을 그는
손금보듯이 환하게 꿰뚫고있다.
공장돌아가는 소리만 들어도,굴뚝을 통해 나오는 연기
색깔만보아도,주변에서 나는 냄새만으로도,화학반응을 일으키고 나오는
폐수색깔만으로도 그는 어디가 어떻게 이상이 생겼는지를 족집게처럼
찾아낸다.
그의 오감은 연료의 투입비율 공장가동률까지도 세심하게 포착한다.
그가 석유화학분야의 컴퓨터처럼 되기까지에는 27년간 이라는
한우물파기가 큰 역할을 해냈다.
PVC공장에서 7년,VCM공장에서 20년등 27년간 흘린 땀이 오늘의 그를
낳았다.
특히 국내에서 가동중인 대표적인석유화학플랜트는 대부분 그의 손에 의해
시운전된 것들이다.
럭키의 VCM여천공장을 비롯 한양화학의 부강 군산 PVC공장,울산 여천
VCM공장은 모두 그가 산파역할을 해낸 작품들이다.
우리나라최초의 해외합작프로젝트인 사우디아라비아 VCM공장역시 그의
손을 거쳤다. 단위공장으로는 세계최대인 이공장건설에 85년부터
참여,88년 정상가동될때까지 건설공사와 시운전을 너끈히 해냈다.
유화플랜트의 시운전은 안전핀이 제거된 수류탄을 다루는 것에 비유된다.
그만큼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데다 기계 전기 배관 건축등 관련분야에 대한
종합적인 안목이 필요해 지식과 경험 그리고 감각까지 갖추지 않고서는
함부로 참여할 수 없는 분야이다.
이같은 굵지굵직한 경험이 그를 석유화학분야의 전문가로 살찌웠고
국내에서 VCM공장을 가장 많이 시운전한,말그대로 명장으로 탄생시켰다.
충북 청주가 고향인 그가 석유화학과 처음 인연을 맺게된 것은 지난66년.
청주공고를 졸업하고 제대후 대한플라스틱(현한양화학)에서 첫발을
내디뎠다.
입사2년만에 충북도지사로부터 표창장을 받을 정도로 일에 매달린 그는
다른사람의 교대조근무까지도 도맡아하며 공장 각부분을 차례차례
섭렵해나갔다.
그후 한양화학 럭키로 자리를 옮기면서 명장으로서의 담금질을
쉬지않았다.
27년의 외길인생중에서도 그는 학업을 추구,고교졸업후 16년이 지난뒤
울산공대부속전문대학에 합격해 대학과정을 마쳤다. 또 위험물취급주임
원동기1종면허도 취득하는 열의를 보였다.
지금까지 그가 받은 각종 표창장만도 한가방 가득할 정도.
오전8시30분에 회사로 출근하는 김과장은 저녁7시30분 퇴근시간까지
잠시도 의자에 앉을 수가 없다.
그의 보살핌을 필요로하는 공장곳곳이 쉴새없이 그를 찾기때문이다.
"유화관련 공장중 VCM공장이 가장 첨단설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런
공장을 자식처럼 보살핀다는 것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환하게 웃으면서 말하는 김명장의 허리춤에서는 또 다시 그를 찾는 삐삐가
울리고 있었다.
<김선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