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총선일이 공고된다. 이에 따라 이미 시작된 선거전은 그 열기가 더
가열될것이다. 무소속 출마자들은 물론 각정당의 지역구및
전국구공천자들에 대한 심판은 유권자인 국민이 내릴 것이지만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경제정책은 방향을 잃고 있다.
세계 각국은 지금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경제전쟁에 이기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인류역사는 물론 경제는 계속되는 도전에 대한 대응의
기록이다. 도전에 적절히 대응하는 국민은 번영을 누렸다.
우리는 지금 경제난국이라고 하면서 대내외적도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국력이 정치에 쏠리고 있고 경제는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논리에
압도당해 그 흐름이 왜곡되고 있다.
선거전에 뛰어든 입후보자나 정당의 목표는 선거에 이기는 것이다.
그러나 공명정대하게 선거를 치른다면 누가 국회의원에 당선되는가는 그리
중요한게 아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경제가
수렁으로 빠지는 것을 막는 일이고 또한 선거가 끝난후 선거후유증으로
경제가 어려움을 겪지 않게 하는 일이다.
그런데 총선열기가 과열되면서 경제정책은 표류하고 있다.
우선 우리의 우려를 자아내게 할만한 것은 경제부처가 짜임새있게 일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자당 전국구공천에 끼이지 못한
최각규부총리는 한때 사의표명설이 있었다. 이는 곧 부인되기는 했지만
경제팀총수가 총선태풍에 휘말려 있는듯한 인상을 준것은 사실이다. 이와
동시에 전국구후보로 공천된 청와대경제수석과 노동장관의 향후 거취문제가
개각설로까지 비화됐다. 개각설이 있을때마다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는게
우리의 풍토다. 그게 선거분위기와 맞물려 경제에 주름살을 더 깊이 패게
하고 있다.
둘째로 경제정책논의가 중단상태에 놓이고 중요한 과제가
"추후재론"식으로 유보됨으로써 정책실기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우려한다. 예컨대 제2이동통신 사업자결정 연기여부와
건축허가규제조치 연장여부도 결론을 내게 되어 있는데 이를 미루고 있다.
또한 우리경제 최대현안인 물가안정 국제수지적자축소등을 관계부처가
함께 논의해야 하는데 어렵고 까다롭고 쉽게 해결방안이 나오지 않는
것이라서 "당분간 보류"또는 "추후재론"식으로 미루고 있다. 그렇게 되면
선거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경제는 멍든다. 정책의 실기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는 많은 예를 들 필요도 없다.
셋째로 그 타당성이나 재원조달방안에 대한 검토도 없이 중요한 사업들이
발표되고 있고 각종 지원대책의 확대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추진해야 할
국가적 사업은 많다. 또 각지역의 이른바 숙원사업도 많다. 그러나
잠시라도 잊어서는 알될것은 우리는 자원의 제약이라는 조건에서 경제를
운용하는 것이고 나라를 관리하는 것이다.
필요한 것,원하는 것이라 해도 무엇이든 시간 재원 인력 물량의 유무를
가리지 않고 이룰수는 없다. 그건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정치적 용도로
온갖 사업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것은 전국민에게 일종의 환상을 갖게
하는 일이다. 필요한 사업,중요한 사업일수록 타당성을 검토하고 그
부작용을 따져 보아야 한다.
선거때에는 으레 분위기가 어수선한게 정상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6,000달러를 넘는 중진국으로서 선진국으로 진입해야 한다고
하면서 늘 치르는 선거때문에 경제정책이 흔들리고 있다면 이걸 예삿일로
넘겨도 좋은 것인가.
선거전은 전쟁과 다르다. 전쟁에서는 필요에 따라 온갖 희생을
무릅쓰더라도 백병전을 치르고 고지를 점령해야 한다. 전쟁에는 엄정한
심판관도 없다. 그러나 선거전은 어떤 희생을 치르든 이기는 것만이
목적은 아니다. 선거에 뛰어든 후보자나 운동원은 물불 가리지 않으려는
충동을 받을것은 뻔하다. 그래서 탈법 불법이 횡행한다. 그러나 법과
제도가 있어 선거를 선거답게 치르도록 한다.
비록 선거판의 분위기가 다소 어수선하다 하더라도 경제는 제대로
돌아가야 한다. 그렇게 하게 하는 첫째 조건은 경제정책당국의
고위책임자와 실무진이 정치적인 입김에서 벗어나야 한다.
경제팀이 정치의 입김에 휘말릴 경우 경제는 정상궤도를 이탈한다.
경제를 안정시키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각 정책목표를 마찰없이 조정하는
것이다. 어떤 목표만을 크게 부각시켜 그것만을 달성시키려할때 다른
목표는 희생되게 마련이다. 이는 때로는 필요한 정책선택일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목표를 희생시키지 않고,다시 말해 희생과 대가를
치르지않고 어떤 목표를 달성시키려고 하는 언동이다. 그런 언동이 경제를
멍들게 하는 주인이다. 경제팀이 이런 상황에 빠지지 않아야한다. 이를
위해 경제논리가 정치논리에 압도당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