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비서실 감사팀장인 김순택상무를 비서팀장으로 전보하고 지난
1월부터 비서실 비서팀장과 홍보팀장을 겸직해온 고정웅전무는 홍보팀만을
전담토록하는 내용의 비서실 인사를 다음주초에 단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그룹의 이번 비서실 인사는 최근 이건희회장이 유통시장 개방과
관련해 계열사의 대응태세 등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회장 취임
이후 각 계열사 및 비서실에 지시한 내용의 상당부분이 하부조직까지
전달되지 못한채 중간에서 실종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고위급에 대한
문책인사가 거론되는 등 그룹내의 분위기가 긴장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더욱 재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26일 재계소식통들에 따르면 이회장은 지난번 미국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일본의 마쓰시다사를 방문하고 이 회사가 생산하는 VTR의
내부를 분해해 삼성전자의 최신형 VTR과 비교해 본 결과, 마쓰시다 제품이
화질, 선명도 및 화면 해상도, 스타트시간 등이 삼성전자의 제품보다
월등히 우수한데 반해 부품수는 30%나 적은 것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이회장은 즉시 이수빈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한.일간의
기술격차가 이렇게 크게 벌어진 것을 확인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유통시장이 개방됨에 따라 소니, 마쓰시다 등 일제 전자제품이
국내시장에 쏟아질텐데 이에 대한 대응책이 수립되어 있는가"고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회장은 이어 "지난 81년부터 내가 각계열사 및 비서실에 지시한
내용을 모두 취합하고 그 지시사항들이 지금까지 어떻게 이행되었는지
각사항별로 종합보고 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그룹 비서실에서 81년 이후의 회장 지시사항을 종합정리한
결과, 무려 2백84페이지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비서실은 각 계열사별로
기획실 인원 3-5명씩을 차출해 호암생활관에 합숙시키면서 회장
지시사항의 이행정도를 각사별로 일일히 점검하고 있다.
비서실의 점검 과정에서 이회장 지시사항의 상당부분이 중간과정에서
실종된 것으로나타났으며 이같은 내용의 중간보고를 받은 이회장은 "지난
80년대에 우리그룹은 "관리의 삼성"이라는 기치를 내걸었었는데 어떻게
관리의 공백이 생길수 있었느냐"며 개탄했다는 것이다.
한편 비서실은 점검작업을 이달중으로 끝내고 오는 8월초 이회장에게
최종보고를 할 예정이며 보고서의 결과에 따라서는 최악의 경우,
최고경영자에 대한 문책인사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그룹내에서는
물론 재계의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