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군 태안읍 김미정양(14)피살사건의 범인은 뜻밖에도 올해 고교를
갓 졸업한 10대 공원 윤모군(19)으로 밝혀졌다.
이번 사건은 범행수법이 워낙 잔인하고 엽기적이어서 노련한 수사관들조차
그동안 발생한 화성사건의 동일범이나 전문 범죄꾼의 소행으로 추정해왔으나
막상 붙들린 범인은 "착실한 효자"로 소문난 10대의 소년이어서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윤군(19)의 범행은 도저히 10대의 짓으로 어려울 정도로 잔인하면서도
치밀하다.
윤군은 김양이 폭행도중 목졸려 숨지자 ''자신의 범행에 분노해서'' 김양의
가슴을 흉기로 난자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이 잔인한 사체모독에 그치지 않고 <>팬티와 거들을 다시
입히는가 하면 김양의 스타킹으로 손발을 다시 묶고 <>시체를 2~3미터
떨어진 나무밑으로 옮겨 놓았다.
<>범행후 김양의 옷가지를 시체옆에 가지런히 놓았고 <>손발을 뒤로
결박한 매듭도 보통 이상으로 꼼꼼한데다 <>폭행도중 김양이 소리치는
것을 막기위해 목을 졸랐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김양의 목에 감긴 스타킹은
두번이나 돌려진 상태에서 꼼꼼하게 매듭지어 있다.
*** 경찰, 끈질긴 탐문수사 끝에 개가 ***
이같은 범행수법으로 미루어볼때 윤군은 수사망을 피하기위해 자신의
살인을 화성사건 범인의 또다른 범행으로 위장하려 한 것이 분명하고
김양을 살해한 것도 얼굴을 알아볼 것을 우려, 폭행후나 폭행전에
의식적으로 살해했을 가능성이높다.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은 7건의 화성사건에 제2, 제3의 윤군에 의해
저질러진 모방범죄가 상당수 포함되었다는 판단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특기할만한 것은 사건만 나면 미궁에 빠져버리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이
돌파구를 찾았다는 점이다.
경찰은 사건발생이후 수사요원 1백20명의 초대형 수사본부를 설치,
끈질긴 탐문수사를 편끝에 사건발생 34일만인 19일 윤군으로부터
범행일체를 자백받아 경찰수사 능력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을 어느정도
해소했다.
또 자백을 받아낸지 이틀만인 21일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는
범행당일 윤군이 입고있던 옷에서 김양과 같은 A형 혈액형의 핏자국을
찾아냈고 수사본부팀은 사건당일 윤군이 현장부근에서 배회하는 것을
본 목격자까지 찾아내 강압수사에 의한 억지자백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말끔히 씻어줬다.
과학수사도 전반적인 수사의 방향을 잡아주고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주는등 큰 역할을 했다.
사체부검과 현장검증등 수사초기단계에서부터 수사에 참여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팀은 사건초기에 범인의 혈액형이 B형임을 밝혀
수사의 범위를 크게 줄여줬으며 특히 범행후 1달이 지난데다 수차례
세탁까지 한 윤군의 점퍼에서 혈흔을 찾아내고 혈액형까지 피해자
김양과 같은 A형으로 밝혀내 결정적인 증거를 제공했다.
경찰은 지난 88년 8번째 피해자 박상희양(13)사건때도 "중성자
방사회에 의한 동위원소 감별법"이라는 첨단과학기법을 응용, 사건
발생 1년여만에 범인 윤성호씨(23)를 검거했었다.
사건발생 10일 지나면 대부분 영구미제가 되고 마는 우리나라
강력사건수사의 관행으로 보더라도 잇따른 화성사건의 해결은 "집념
수사의 개가"로 평가될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