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영상기기로 각광받고 있는 HD(고화질)TV 시장을 둘러싼 미국-
유럽과 일본간의 신경전이 치열한 가운데 국내가전업계가 시장진입을 위
한 조심스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HDTV란 주사선이 기존TV의 2배가 많은 1,125선으로 시청자들이 선명하
고 넓직한 영상을 즐길수 있는 첨단영상기기로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
다.
상용화가 본격화되면 넉넉잡아 5년내에 전세계수요가 1,000억달러에 달
할 것으로 전망되는 HDTV를 제일먼저 선보인 나라는 세계가전시장을 석권
하고 있는 일본.
지난86년부터 NHK방송이 중심이 돼 개발에 착수한 이후 2년여가 채못돼
상용화 직전 단계에 까지 돌입, 미국과 유럽을 긴장시키고 있다.
일본의 이같은 선제공격에 대해 미국과 유럽은 "협공"으로 나서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외국 전자제품의 자국시장상륙을 사실상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
는 미FCC(연방통신위)는 NHK의 올림픽 시험방송을 불과 보름여밖에 남기
지 않은 지난9월1일 일본이 HDTV 방영방식으로 개발한 MUSE(일명 하이비
전)시스팀이 기존TV와 호환성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이를 받아들일수 없
다고 천명하고 나와 일측에 일격을 가했다.
FCC는 한술 더떠 유럽이 이달들어 개발을 가까스로 완료한 MAC-패키트
시스팀이 경제성및 방영방식등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내림으로써 대일연
합전선을 펼 뜻임을 분명히 했다.
EC집행위의 지원하에 유럽이 미보잉사에 대항하기위해 결성한 에어버스
합작시스팀과 유사한 범유럽HDTV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NBC, ABC및 CBS등 미3대방송사도 이에 동참할 뜻을 분명히 하
고 있어 기세가 더욱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은 미국과 유럽의 이같은 "담합"과 관련, 최근 타깃을 한국을 비롯
한 아시아 지역및 소련등지로 바꾸고 있는 느낌이다.
일측의 대한접근은 올림픽을 계기로 노골화되고 있는데 금성사와 삼성
전자등 치열한 경쟁관계에 있는 양대 가전메이커들이 이에 맞장구를 치고
있어 NHK의 상륙전략은 그런대로 성공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
이다.
금성은 늦어도 90년 초반에는 시장이 본격 형성될 HDTV부문에 하루빨리
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지난9월 NHK와 기술이전에 관한 원칙
에 합의한데이어 최근 실무진을 일본에 파견하는등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
이고 있다.
삼성도 이에 질세라 역시 NHK와 기술연계를 맺고 이를 증시에 공시하기
까지 하는등 금성을 의식한 신경전에 몰두하고 있다.
반면 대우, 아남및 한국전자등 TV부문 "2진 그룹들"은 미-유럽세를 감
안, 결정을 유보한채 동향을 관망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등 국내업계도
편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NHK측은 한국업계를 자기들편으로 끌어들이는 일이 세계시장 선점의 관
건이라는 판단하에 기본기술이전료도 업체당 7,000만엔이라는 파격적으로
싼 수준을 제시하는등 환심사기에 급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업계는 현추세로 갈경우 국내에서 HDTV수상기가 빠르면 오는91년에
나 시장에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방영방식외에 수상기
가격도 만만치 않은 문제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현기술수준을 감안할때 아무리 싸게 잡아도 대당 180만원선은 넘게될것
으로 보여 50여만원정도면 기존 고급기종을 살수 있는 상황에 익숙해 있
는 소비자들이 선뜻 구매에 나서겠느냐도 문제라는 것이 이들의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