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가 손을 잡고 마을을 지나고 있어요. 그런데 여성의 몸이 하늘에 붕 떠 있네요. 이 그림(위쪽)은 러시아 출신 화가 마르크 샤갈(1887~1985)이 그린 ‘산책’이란 작품이에요. 샤갈의 다른 작품 ‘생일’(아래쪽)에도 비슷하게 공중에 떠 있는 사람이 보이죠. ‘생일’에선 여성이 아니라 남성의 몸이 천장 높이까지 떠 있어요.

샤갈은 왜 사람들이 하늘을 나는 것처럼 그렸을까요? 그림 속 인물들의 상황과 표정을 보면 이유를 짐작할 수 있어요. 두 그림 속 남녀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 같아 보이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 기분이 들뜨고 행복할 거예요. 샤갈은 이 감정을 하늘을 나는 사람들로 표현했어요. 샤갈은 멋진 말도 했는데요. “우리 인생과 예술에 진정한 의미를 갖는 단 하나의 색은 사랑의 색이다.”

때로 우울하기도 하고 화가 날 때도 있지만, 샤갈은 어떤 상황이라도 소중한 일상을 사랑과 희망의 색으로 칠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상상력을 더해 만든 아름다운 그림

샤갈의 이런 긍정적인 생각과 그림을 보면 그가 풍족하고 행복한 삶을 살았을 것 같지만 그 반대예요. 샤갈은 러시아의 가난한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났죠. 유대인이었기 때문에 차별도 많이 받았어요. 샤갈의 어머니는 집안 형편이 어려웠지만, 그림을 좋아하는 아들을 공립학교에 보내 실력을 쌓을 수 있도록 했어요.

샤갈은 나중에 한 후원자의 도움을 받아 프랑스 파리로 가게 됐어요. 파리에서 다양한 작
품을 접하고 배웠죠. 그러면서도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만들어 냈어요.

그는 현실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 그리는 데 그치지 않았어요.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에 무한한 상상력을 더해 화폭에 자유롭게 표현했죠. 어린 시절 자주 접했던 유대인 설화, 성서도 영향을 미쳤어요. ‘생일’ ‘산책’ 등에서 인물들이 하늘에 떠 있는 것도 설화, 성서의 영향을 받은 거예요. 독특한 아이디어와 기법으로 사랑과 행복의 감정을 담아냈다니 놀라워요.

진정으로 사랑하고, 추억하다

실제 샤갈의 마음엔 사랑이 가득했어요. 그는 러시아에서 알고 지낸 벨라 로젠펠트와 깊은 사랑에 빠졌죠. 로젠펠트 부모님은 가난한 샤갈과 딸이 만나는 걸 반대했지만, 둘은 결혼했어요. ‘생일’은 샤갈의 생일에 약혼녀 로젠펠트가 꽃다발을 들고 찾아와 기쁨에 가득 찬 순간을 담은 것이라고 해요. 샤갈은 당시의 기분을 이렇게 표현했어요. “나는 그냥 창문을 열어 두기만 하면 됐다. 그러면 그녀가 하늘의 푸른 공기, 사랑, 꽃과 함께 스며들어 왔다. 그녀는 내 그림을 인도하며 캔버스 위를 날아다녔다.” 정말 시적이고 멋진 표현인 것 같아요.

하지만 큰 슬픔도 찾아왔어요. 그가 57세가 되던 해, 그토록 사랑한 아내가 급성 간염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거예요. 그는 아내를 잃은 고통에 힘들어하며 작품 활동을 한동안 멈췄어요.

 그러나 샤갈은 사랑의 기억을 되살리고 희망을 품으며 다시 일어섰어요. 4년 뒤 파리로 가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고, 루브르박물관에 전시도 하는 영광을 누렸어요.

샤갈이 힘든 상황에서도 유명하고 인기 있는 화가가 된 건 스스로 큰 사랑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추억할 줄 알았던 샤갈의 마음이 아름다운 그림으로 남아 오늘날까지 빛나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