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가 지난 1일 독자적 게임장터인 ‘카카오게임샵’을 열었다. 기존 ‘카카오 게임하기’는 카카오톡과 연동돼 편리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었지만 게임을 내려받기 위해서는 구글이나 애플의 앱 장터를 이용해야 했다. 다음카카오는 자체 게임 장터를 통해 구글 애플 등으로 가는 수수료를 줄이고 게임 개발사의 몫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게임사들의 탈(脫)카카오 움직임이 가속화하자 다음카카오가 이들을 붙잡아 놓으려는 전략의 하나로 ‘러브콜’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급해진 다음카카오 '수수료 승부수' 던졌다
○구글 탈출로 수수료 인하

기존 카카오 게임하기의 수익 배분은 구글 애플 등 앱장터 운영사가 30%, 다음카카오가 21%, 나머지 49%를 게임 개발사와 배급사가 나눠 갖는 구조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0억원의 매출을 올려도 정작 개발사는 2억~3억원 정도밖에 가져가지 못했다. 업계에서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는 불만이 나온 이유다. 개발사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다음카카오가 이들을 달래기 위해 들고 나온 것이 카카오게임샵이다.

카카오게임샵은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거치지 않는 대신 수수료 30%를 아낄 수 있다. 이를 통해 개발사 몫을 65%로 늘리고 다음카카오가 25%를 가져간다. 나머지 10%는 이용자들에게 카카오코인으로 지급한다. 이용자들을 카카오게임샵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다만 게임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구글 플레이스토어 방식도 병행한다.

카카오게임샵을 이용하기 위해선 스마트폰에서 카카오게임샵 웹페이지(g.kakao.com)로 접속해 설치파일(apk)을 내려받아야 한다. 번거로운 설치과정에 대해 다음카카오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적극 홍보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카카오게임샵에는 ‘몬스터 길들이기’ 등 15개의 게임이 입점해 있다.

○탈카카오 막기 전략

카카오게임샵 출시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탈카카오 현상을 저지하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 게임 개발사들은 2012년 ‘카카오 게임하기’가 나오자 일제히 환영했다. 1억여명의 카카오톡 사용자를 자사 게임으로 끌어들일 수 있어서였다. 개발사들은 구글 애플 등 앱장터로 들어가는 수수료 30% 외에 다음카카오에 21%를 주면서도 만족했다. 카카오 게임하기는 거의 독점적인 모바일 게임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현재 상황은 반전됐다. 카카오톡 게임하기에 입점한 게임이 수백 개에 이르면서 개별 게임의 주목도가 급격히 떨어진 탓이다.

여기에 카카오를 통하지 않고도 성공하는 사례가 늘었다. 클래시오브클랜(COC)과 레이븐이 대표적 사례다. 핀란드 개발사 슈퍼셀은 COC의 한국 상륙을 위해 TV 광고 등 마케팅에 수백억원을 쓰면서 매출 선두권에 안착했다. 넷마블은 신작 게임 레이븐의 마케팅을 네이버에 일임하는 대신 수익을 나누는 계약을 맺었다. 레이븐은 출시 5일 만에 구글플레이 스토어 매출 1위에 올랐다.

다음카카오가 네이버로 달려가려는 개발사들을 수수료 인하 카드로 붙잡으면서 증권사들은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KB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구글플레이 결제가 카카오게임샵을 통한 결제로 바뀌면 다음카카오의 게임 부문 연간 영업이익이 최대 440억원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