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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 "이젠 돈도 벌고 결혼도 하고 싶어요"

유진박, 재기의 노래를 연주하다
"이상형은 이효리, 아이유"
서른 여섯살의 유진박은 유난히 야광봉을 만지작거렸다. 지난 3일 서울 청담동 비하이브갤러리에서 진행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가 시작되자 "내 야광봉 어디갔어"라며 애타게 찾기 시작했다. 소중한 물건을 잃어버린 어린아이처럼 절실한 표정이었다.

올 4월부터 유진박의 프로모션을 맡은 (주)스마프프러덕션 엄덕영 감독은 "유진이 지난 주말 콘서트를 마친 뒤 야광봉에 집착하고 있다" 며 "많은 사람들이 야광봉을 들고 열광적으로 자신을 응원해주는 모습에 감동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로 이름을 떨쳤던 유진박은 지난 주말 서울 대학로 소극장 SH아트홀에서 '유진박 콘서트 노스탤지어'로 오랜 만에 공식적으로 음악팬들 앞에 섰다. 세상을 잘 모르던 음악 천재가 모진 세파를 이겨내고 다시 부활의 날개짓을 하고 있다.

지난해 유진박은 악덕 매니저로부터 감금 및 폭행을 당해 조울증을 앓고 있다고 털어놔 대중을 안타깝게 했다. "개런티로 담배 한 개비를 받고 공연을 했다"는 천재의 눈물 젖은 고백을 듣고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많은 팬들은 눈시울을 적셨다.

'한국'이라면 시퍼렇게 날을 세울만도 한데 유진박은 인터뷰 내내 '한국 사랑'을 얘기했다. 그는 서투른 한국어로 "나는 한국사람" 이라고 말문을 연 뒤 "자신을 사랑해준 팬들에게 더 좋은 음악으로 갚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유진박은 두 시간에 걸친 인터뷰가 끝나자 "배가 고파 좋아하는 삼겹살을 빨리 먹으로 가야 겠다"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네티즌들 사이에 지난 주말 열린 '유진박 콘서트 노스탤지어'에 대한 호평이 자자하다.

"연주를 10~15년 정도 했는데 이런 기분은 처음이다. 팬클럽과 관객들이 모두 서서 야광봉을 흔들어 댔다. 점프하고 소리지르고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무대에 있는 것이 정말 행복했다. 영원히 기억할 거다. "

-한국 사람들이 밉지 않은가.

"전혀. 한국 사람들은 나를 사랑해 준다. 내 음악을 이해해 준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준다. 나도 한국사람이니까 한국사람들을 어떻게 해야 흥분시키고 박수를 치게 만드는지 안다. 한국에서 공연하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

-엄 감독과의 인연은 어떻게 맺게 됐나.

"팬클럽 ('유진박을 응원하는 시민들의 연합') 친구들이 부탁한 것으로 알고있다. "

(엄감독) 2010년 가을쯤 이탈리아에 계신 팬이 입국하고 운영진들이 오셔서 접촉을 시작했다. 내 이력을 샅샅이 뽑아가지고 왔다. 사실 유진박은 업계에서 '골치 아픈 뮤지션'이란 낙인이 찍혀 있던 시점이어서 여러번 고사했었다. 축제나 콘서트 등을 감독하면서도 잘 살아왔다. (하하하...) '우리 유진을 맡아주세요'라는 절실한 부탁에 마음이 움직여 올 4월 정식으로 계약했다.

-유진박에게 엄 감독은 어떤 사람인가.

"나는 그를 교수님이라고 부른다. 엄 교수 저리 좀 가세요. 그는 좋은 사람, 그리고 능력있는 비지니스맨이다. (실제로 유진박은 인터뷰 내내 형님처럼, 때론 아빠처럼 엄 감독을 의지했다.)

-엄 감독에게 묻겠다. 유진박과 함께 공연해 보니 어떤 느낌이 드나.

"유진은 아이처럼 순수하다. 솔직히 말해 처음 만났을 땐 들었던 거처럼 '천재'의 모습은 없었다. 전 매니저로부터 재능을 갈취당하고 싼 값에 행사만 전전하다 보니 자기만의 음악에 대한 고민을 전혀 못했던 것같다. 유진을 맡고 난 뒤 두 달 동안 바이올린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했다. 스스로 연주하고 싶어 미칠 때 새로운 곡을 던졌다. 앞으로 콘서트 중심의 음악활동을 통해 '천재 뮤지션'으로서의 명성을 되찾도록 차근차근 도울 것이다. 그게 나의 주어진 숙명이라는 생각이다."

-오늘 유진박을 만나보니 외형적인 변화가 눈에 띈다. 이전에 TV 등에서 보던 것과 달리 굉장히 핸섬해졌다. 비결은.

"요즘 연예인들을 보면 스타일리시하고 잘생겨 인기도 좋다. 나도 내 팬들에게 '쿨'해 보이고 싶다. 최근 1년간 15kg 정도 뺐는데 오늘도 인터뷰 마치고 운동하러 가야한다. 뛰는 건 너무 지겹다. 그리고 먹는 것을 참는 게 가장 힘들다. 엄교수, 나 이거(과자를 하나 집어들며) 먹어도 돼?"

(엄덕영) 사실 지난해 '인간극장'에 출연하게 된 뒤 유진박이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 콘서트나 방송을 위해 의상 협찬을 받아볼까 했는데 대기업 홍보팀에서 회사 이미지가 손상될까봐 주저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전문 트레이너 붙여 운동을 시키기 시작했다. 요즘에는 유진 스스로 "자신이 잘생겼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하하...

-건강상태는 어떤가. 우울증을 고백하는 장면이 전파를 탄 후 팬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괜찮다. 아직 약을 먹고 있지만 많이 나아졌다. 팬들이 정말 걱정을 많이 해주시는 거 알고 있다. 영화 '인셉션'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만큼 심하게 아프진 않다고 팬들에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엄덕영) "유진은 아픈 이야기를 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해요."

" '폭행, 감금, 갈취' 이런 얘기 더이상 안 나왔으면 좋겠다. 연주하는 사람은 음악에 집중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이 물어봐서 싫다. 언론에서도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

-유진, 당신은 스스로 음악천재라고 생각하나.

"옛날에는 사람들이 천재라고 하니까 정말 그런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천재는 아닌 것 같다. 나는 그저 전기 바이올린을 시작한 사람이고 꽤 열심히 했다. 클래식하는 사람은 이걸 못하고 나는 클래식을 잘 못한다. 남들과는 다르게 그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들은 다 천재인 것 같다. 그 사람들을 보면서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는다."

(엄덕영) 유진은 줄리어드 시절 클래식 바이올린을 전공해서 그런지 자신에게 굉장히 엄격한 편이다. 반음이라도 떨어지거나 조금이라도 틀리면 무대에서 내려와 자책을 한다. 요즘 하루 4시간 이상씩 반드시 연습할 정도로 자기관리에 철저하다.

"공연 때 너바나의 'smells like teen spirit'과 같은 락 넘버를 연주하는 것이 너무 좋다. 나와 팬들은 충분히 행복한데 엄 교수가 자꾸 새로운 레퍼토리를 연습하라고 한다. "

-2006년 3집 이후 오랜만에 새 앨범이 나왔다. '애국가', '강원도 아리랑' 등이 눈에 띈다.

(엄덕영) 새 미니앨범 '노스텔지아'를 보면 전기바이올린에 락, 국악, 성악 등을 접목했다. 유럽 진출을 위한 토대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지미 핸드릭스가 월드투어를 할때 꼭 미국 국가를 연주하는 것 처럼 나도 한국 사람이니까 애국가를 연주하고 싶었다. '강원도 아리랑'은 헤비메탈로 연주하면 너무 재밌다."

-자작곡 'Still looking for a girl friend'에서 노래도 부른 것으로 알고 있다. 이상형은 누군가.

"예쁜 여자(?) 좋아한다. 예쁘고 돈까지 많으면 금상첨화겠지요(웃음). 사실 예전에 가수 이효리와 방송한 적이 있는데 멋있었다. 파워가 넘치고 사람을 리드할 줄 알더라. 참, 아이유도 귀엽다."

-앞으로 계획은.

"줄리어드 시절 은사님이 돌아가셔서 다음달 뉴욕에 가야한다. 오케스트라와 함께 콘서트를 할 계획이다. 다시 귀국한 뒤 이번 공연처럼 팬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작은 무대에 자주 서고 싶다. 요즘 증권투자에도 관심이 많아졌다.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누군가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 먼 훗날 부자가 되서 '포브스'에 내 얼굴이 실렸으면 좋겠다. 하하하..."

한경닷컴 김예랑 기자 yesrang@hankyung.com /사진 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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