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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끄러워해야 사람이다

    신혼 초 부모님과 함께 살던 본가에 복면강도 둘이 침입했다. 산에 붙은 베란다를 타고 넘어 들어온 강도가 흉기로 어머니와 만삭의 아내를 위협했다. 강도들은 결혼 패물을 비롯해 어머니가 끼고 있는 반지마저 빼앗아 현관을 통해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어머니는 첫애를 잉태한 아내의 배를 쓸어 만지며 다친 데 없는 것만도 다행으로 여기자고 다독이셨다. 한참 만에야 간신히 걸음을 뗀 어머니가 아래층에 계신 아버지께 강도가 든 사실을 알렸다. 아내가 퇴근 후에야 강도가 든 얘기를 저렇게 했다. 부모님이 직장까지 전화해 놀라게 하지 말라고 해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아버지를 뵙자 하신 첫 마디가 ‘부끄럽다’였다. 아래층에 있으면서 기척조차 못 느낀 자신의 무력함을 지나치리만큼 크게 자책하셨다. 하시던 회사가 부도난 내력, 그래서 내 결혼 때 당시 유행하던 롤렉스 예물시계를 사주지 못한 데 이르기까지 그동안의 회한을 함께 털어놓으셨다. 몇 번이나 만류했으나 저녁도 거르며 ‘부끄럽다’라는 말만 반복하셨다. “동물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부끄러워해야 사람이다. 부끄러워하는 건 양심이 살아있다는 증거다. 더 나은 길을 가게 하는 힘의 원천이기도 하다”는 말도 덧붙이셨다. 다음날 출근 인사를 드릴 때 아버지 책상 위 노트에 적힌 글귀를 우연히 봤다. ‘무괴아심(無愧我心).’ 수첩에 적어와 찾아본 고사성어다. 중국 명(明)나라 정치가이자 시인인 유기(劉基)가 한 말이다. 원문은 “어떻게 다른 사람들의 뜻을 다 헤아릴 수 있겠는가. 다만 내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기를 구할 뿐이다[豈能盡如人意 但求無愧我心]”라는 말

  • "절벽에 매달린…그 손을 놓아라"

    내가 여섯 살 때다. 남동생까지 낳은 뒤 분가한 아버지는 산을 개간(開墾)해 밭을 일구셨다. 해 뜰 때부터 해 질 녘까지 몇 날을 땀 흘려 일하신 부모님은 우리 다섯 식구가 충분히 먹을 수 있는 큰 밭을 마련했다. 분가한 뒤 태어난 돌 지난 여동생을 업고 점심으로 감자를 삶아 밭에 갔던 기억이 새롭다. 동생과 돌멩이를 골라 밖에 내다 버리며 개간 일을 도운 기억도 또렷하다. 일이 거의 끝날 무렵, 무슨 일 때문에 아버지가 화가 몹시 났는지는 기억이 온전하지 않다. 다만 아버지가 뒤에서 내 다리를 양손으로 잡고 들어 올려 큰 나뭇가지를 잡으라고 한 기억은 생생하다. 내려다보니 떨어지면 죽을 것처럼 높았다. 아버지는 나무에 매달린 나를 두고 말리는 어머니를 끌다시피 산을 내려가 버렸다. 땅과 부모님을 번갈아 쳐다보며 큰 소리로 울었다. 사방이 어두워졌을 때는 무서워 더 큰 소리로 울었다. 울음이 더는 소용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나는 나뭇가지 잡은 팔을 힘껏 당겨 다리를 나무에 걸쳤다. 그렇게 팔다리를 움직여 몸을 밀어 나무를 내려왔다. 집에 돌아온 나를 본 어머니는 울기만 했고 아버지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았다. 곤한 잠을 자다 잠결에 누군가 내 팔다리를 만진 기억은 희미하지만, 그때 맡은 아버지 담배 핀 입 냄새는 지금도 기억난다. 아버지는 ‘절벽을 잡은 손을 놓는다’라는 뜻의 ‘현애살수(懸崖撒手)’ 고사성어를 자주 쓰셨다. 그때마다 어릴 적 나뭇가지에 매달리게 했던 기억이 되살아났지만, 아버지는 거기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다. 아버지는 당신의 자식이 외울 수 있을 만큼 여러 번 설명했다. “여러 불경에 나오는 말이다. 손 떼면

  • 착 붙는 중국어 회화 열 손가락을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

    手心手背都是肉Sh?ux?n sh?ubèi d?u shì ròu열 손가락을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 A: ??得???孩子最?的是什?? A: Nín juéde y?ng li?ng ge háizi zuì nán de shì shénme?A: 닌 쥐에더 양 리앙 거 하이쯔 ?이 난 더 스 션머?  B: 就是??孩子?矛盾?。B: Jiù shì li?ng ge háizi nào máodùn shí.B: 지우 스 리앙 거 하이쯔 나오 마오뚠 스. A: ?的也是,?竟手心手背都是肉?。A: Shu? de y? shì, bìjìng sh?ux?n sh?ubèi d?u shì ròu a.A: 슈어 더 예 스, 삐징 셔우신 셔우뻬이 떠우 스 러우 아. A: 두 아이를 키우는 데 가장 힘든 점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B: 두 아이가 충돌이 일어났을 때죠. A: 그러네요, 열 손가락을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는 거죠.  단어 ?得 라고 생각하다

  • “세상에 믿을 놈(?) 없다?”

    “엄마, 저 죽고 싶어요.” “이게 무슨 말이야.  왜 그래?” “저는 진짜 돌대가리인가 봐요. 정말 열심히 했는데 시험을 또 망쳤어요.” “정우야, 괜찮아. 네가 열심히 한 게 중요한 거지. 시험이 중요하지 않아.” “그래도 잘하고 싶었는데.” “잘 할 거야. 너는 대학 가서 잘할 애야. 네 공부 스타일이 그래.”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기억이다.  아들이 고3때 일이다.  당시 시험 스트레스를 받는 느낌은 알았다.  하지만 워낙 밝...

  • 아들이 시험에서 떨어졌다!

        아들이 시험에서 떨어졌다. 편입 시험이다. 필기시험과 서류 전형을 다 통과했는데 마지막 면접에서 떨어졌다는 사실이 무척 안타까웠다. 그도 그럴것이 면접시험 당시 필자가 해외에 있었다. 이런 탓에 부모로서 미안한 마음이 더 컸다. 따뜻한 국물에 밥 말아 먹여 보내면서 “아들, 힘 내!” 했으면 합격하지 않았을까? 작년 일이다. 여기저기서 수능 시험을 치룬 뒤라 어딜 가던지 수능이야기 또는 입학관련 전략(?)을 모색하는 이야기를 듣게 됐...

  • Dear my Money,Dear my Life

    Dear my Money,Dear my Life 열심히 투자나 재테크 강의,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 얘기를 하다가도 갑자기 얘기가 다른 주제로 빠지면 하염없이 울분을 토하고 열변을 하는 주제가 있다. 바로 '행복한 삶이나 인생'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는 부자들은 많이 만나봤습니다.하지만 행복한 부자들은 만나보지 못했습니다.이상하게 부자들은 돈은 많은데 적도 많고 건강도 좋지 않고 부부 사이가 나쁜 경우도 많고 자녀...

  • 야생화 감성터치 - 꽃 중의 꽃 모란

    모란 꽃이 화려하지만 위엄과 기품이 있다. 흔히 화려한 꽃은 화려함 그 자체로 감흥이 끝나지만 모란은 쉬이 대할 수가 없다.  그래서 ‘부귀화’라고 부른다. 한마디로 <부티>와 <귀티>를 모두 가졌다. 꽃 중의 꽃, 화중화라고 한다. 이밖에도 화왕, 백화왕, 부귀초, 귀객, 화신 등 세상에서 가장 귀한 이름을 다 가졌다. 어쩌면 하늘 아래 이보다 귀한 꽃이 없어 보인다. ‘앉으면 모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