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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인을 왜 ‘병 속에 든 시’라고 할까

                  포도주의 혼                         샤를 보들레르 어느 날 저녁, 포도주의 혼이 병 속에서 노래하더라. “사람아, 오 불우한 자여, 유리의 감옥 속에, 진홍의 봉랍 속에 갇혀서, 내 그대 향해 목청 높여 부르노라, 빛과 우정이 넘치는 노래를!   나는 알고 있나니, 내게 생명을 주고 영혼을 주려면, 저 불타는 언덕배기에서 얼마나 많은 고통과 땀과 찌는 듯한 태양이 있어야 하는가를, 그러나 나는 헛되거나 해롭지 않으리, (중략) 기쁨에 넘친 그대 아내의 두 눈에 나는 불을 붙이리라, 그대 아들에게는 힘과 혈색을 돌려주고 인생의 그 가녀린 선수를 위하여 나는 투사의 근육을 다져주는 기름이 되리라.   내 그대 가슴속으로 떨어져, 신이 드시는 식물성 양식, 영원한 파종자가 뿌린 진귀한 씨앗이 되리라, 우리들의 사랑에서 시가 움터서 한 송이 귀한 꽃처럼 신을 향해 피어오르도록!” 프랑스 시인 샤를 보들레르의 와인 예찬시다. 이 시에는 포도의 탄생과 와인 제조 과정, 숙성된 와인을 즐기는 이들의 내력이 공감각적으로 묘사돼 있다. 포도밭 일꾼들이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땀 흘리며 포도를 수확하는 모습부터 지친 노동 끝에 마시는 와인의 향미까지가 그대로 전해져 온다. 저녁 식탁에서 와인 잔을 바라보는 아내의 볼은 벌써 발그레하다. 아들의 얼굴에도 건강한 혈색이 돌고 온몸에 힘이 솟는다. 그런 모습을 보는 아비의 마음 또한 붉게 상기된다. 이렇게 해서 포도는 ‘영원한 파종자가 뿌린 진귀한 씨앗’이 되고, 시인의 마음속에서 신을 향해 피어나는 꽃과 영원히 꺼지지 않는 사랑의 시로 재탄생한다. 와인은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