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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족이 먼저다

    회사가 부도가 나 회생이 어렵다고 판단해 경영권을 넘기고 나서 아버지는 심한 화병을 앓았다. 믿었던 부하 직원의 배신에 몸서리쳤다. 분노나 답답함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억지로 꾹 눌러 담았다가, 그 화가 삭아 비틀어져서 생긴 심화병(心火病)이다. 지나칠 정도로 화를 잘 내는 다혈질 성격 때문에 가족들이 가까이 가질 않았다. 언제나 독상(獨床)을 받아 혼자 드셨다. 내가 대학에 다닐 때다. 가끔 내가 겸상을 해도 많이 불편했다. 아버지는 약도 별로 없는 울화병(鬱火病)을 겪어냈다. 밤새 불이 켜진 아버지의 방, 불면의 밤을 지켜보는 가족은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공군 장교로 근무하는 남동생이 TV와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사 보냈다. 다른 가족들도 좋아했지만, 특히 어머니가 무척이나 기뻐했다. 오랜만에 두레반에서 저녁밥을 먹을 때 어머니가 “냉장고에 넣은 김치가 참 맛있다. 냉장고가 커서 좋다”고 몇 번이나 말씀했다. 그때 아버지가 숟가락을 내려놓고 건넌방으로 가서 나를 불렀다. 불길이 안 들어가 냉골이라고 투덜거린 게 기억났던지 방을 치우라고 했다. 온 방에 불을 켜고 밥 먹던 가족들을 불러 건넌방 구들장을 뜯어내고 새로 깔았다. 시멘트로 방바닥 마무리를 끝냈을 땐 이미 밤이 이슥해서였다. 이튿날 새벽부터 집 고치는 크고 작은 공사는 계속됐다. 안방으로 물이 새는 지붕에는 내가 올라가 기와를 갈아 끼웠다. 모든 창문은 대패로 깎아내 부드럽게 열리게 고쳤고, 깨진 계단은 모두 수리했다. 집을 새로 짓는 것처럼 대대적인 집안 수리공사는 한 달이나 계속됐다. 손 안 본 데가 없을 정도로 수리를 마친 아버지는 느닷없이 마루방에 걸려있

  • 바래다주려면 집 앞까지 데려다주어라

    물에 빠졌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다들 뛰어들길래 덩달아 물에 들어간 것과 가슴을 세게 압박해 깨어났던 게 전부다. 초등학교 4학년 때다. 집에서 2킬로쯤 떨어진 시냇물을 시멘트 공장이 용수를 얻으려고 보로 막아 생긴 큰 물웅덩이였다. 제법 큰 아이들은 거기서 멱을 감는다고 해 따라갔다가 속절없이 물에 빠졌던 거다. 마침 외진 길을 지나던 어른이 바로 물에 두 번이나 뛰어들어 바닥에 가라앉은 나를 발로 더듬어 찾아내 살렸다. 깨어난 걸 확인한 그 어른은 자전거 뒤 짐받이에 나를 엎어 싣고 집에 왔다. 같이 간 애들은 뜀박질해 모두 뒤따랐다. 집에 도착했을 땐 이미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 있었다. 어른이 나를 내려놓자 아버지는 큰소리로 야단치며 손으로 머리를 때렸고 나는 기절했다. 깨어났을 때 어머니는 들기름을 입에 넣어주던 숟가락을 팽개치고 나를 엎어 등을 세게 두드렸다. 기름과 물을 모래와 함께 계속 쏟아냈다. 내 기억은 단편적이지만, 모두 지켜본 애들 입을 통해 재구성하기는 어렵지 않아 지금도 생생하다. 그날 밤 잠들었을 때 누군가 머리를 만지는 거 같았지만 눈이 떠지지 않았으나 아버지의 역한 담배 냄새가 났던 기억은 지금도 새롭다. 며칠 지나 물에 빠진 나를 구해준 그 어른이 집에 찾아왔다. 괜찮냐고 내게 두 번이나 물어보셨다. 부모님은 생명의 은인이라며 가겠다는 그 어른을 붙잡아 극진하게 대접했다. 그날 밤에 아버지가 말씀 중에 예외 없이 인용한 고사성어가 ‘송인송도저(送人送到邸)’다. 아버지는 “‘남을 바래다주려면 집 앞까지 데려다줘라’라는 말이다. 너를 구해주고 그 후 괜찮은지 일부러 들러 찾아준 아저씨처럼 남

  • 네가 힘들면 상대도 힘들다

    뭘 잘 못 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벌 받은 기억은 생생해도 잘못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방 문을 박차고 달려나가 맨발로 도망쳤다. 아버지의 화난 음성이 들리지 않을 때까지 골목길을 뛰었다. 이젠 됐다 싶어 숨을 고르며 뒤돌아보니 아버지가 자전거를 타고 뒤쫓아왔다. 골목을 빠져나와 밭길로, 논길로 내달렸다. 아버지가 따라오며 뭐라고 하셨지만, 똑똑히 듣질 못했다. 큰길로 들어섰을 때는 거의 잡힐뻔했다. 산 쪽으로 난 언덕을 숨차게 뛰어오를 때다. 뒤에서 쿵 하며 비명이 들려 돌아보니 아버지가 자전거와 함께 나뒹굴었다. 잘못됐을까 봐 어린 마음에 겁이 덜컥 나 달려가 일으켜 세웠다. 머리를 한 대 쥐어박은 아버지는 내 손을 이끌어 앉혔다. 둘은 서로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마을을 내려다보고 나란히 앉았다. 그때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다. “남과 경쟁할 때 절대 먼저 포기하지 마라. 네가 지치면 마찬가지로 상대도 당연히 지친다. 먼저 포기한 쪽이 지는 거다.”  그때 말씀하신 것 중에 ‘화살도 힘 떨어진다’라고 하신 게 생각나 찾아봤다. 강노지말(强弩之末)이란 고사성어다. 힘센 쇠뇌에서 튕겨 나간 화살도 마지막에는 얇은 천조차도 뚫지 못한다는 말이다. 강한 군대도 원정(遠征)을 가면 지쳐서 군력(軍力)이 약화한다는 뜻이다. 한서(漢書) 한안국전(韓安國傳)에 나오는 고사에서 유래했다. 한(漢)나라를 세운 고조(高祖) 유방(劉邦)이 한나라보다 몇 배의 군사력을 지닌 초(楚)나라 항우(項羽)를 패배시킨 후, 흉노(匈奴) 정벌을 위해 출전했다가 포위되고 말았다. 이때 진평(陳平)의 묘책으로 포위망을 간신히 벗어날 수 있었다.  이후, 한 고조는 흉노와

  • 신뢰는 한결같음에서 싹튼다

    “구두 닦아 신고 다녀라.” 은행에 입행해 첫 출근 인사드릴 때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다. 딱 그 한마디만 하셨다. 모든 게 서툴러 정신없이 지내느라 잊고 있다 며칠 지나 지점 앞 구두 수선집에 구두를 닦아달라 했다. 구두를 이리저리 들춰본 주인이 몇 군데 손봐야 한다고 해 그러라고 했다. 얼굴이 비칠 만큼 반짝이는 구두를 건네받아 신고 몇 걸음 걸을 때 소스라치게 놀랐다. 지나치는 사람들이 내 구두만 쳐다보는 거 같아 발가락이 옴츠려 들었으나 발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자세가 바로잡아지니 걸음걸이가 달라졌다. 동료들의 광택 나는 구두도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퇴근 무렵에는 구두를 빼고 동료들은 모든 게 나와 다른 모습인 걸 알아챘다. 좋아하던 흰색을 버리고 검은색 양말로 바꿔 신으며 거기에 맞춰 양복이며 심지어 말투까지 모두 동료들과 어울리게 바꿨다. 며칠 뒤 출근 인사드릴 때 나를 둘러보던 아버지가 차고 있던 커프스 버튼을 풀어 줬다. 양복 주머니에 꽂은 작은 머리빗도 꺼내주며 하신 말씀이다. “마름(지주로부터 소작지의 관리를 위임받은 관리인) 일을 해 우리 집을 일으킨 네 고조부가 ‘머리카락 한 올도 흐트러지면 안 된다’고 가르쳤다며 네 할아버지가 나를 똑같이 가르쳤다.” 그렇게 시작한 말씀이 그날은 길어 결국 출근이 늦었다. 96세로 장수한 고조부는 82세에 첫 손자를 얻었다. 고조부는 42세에 첫 아이를 얻은 증조부를 제치고 손자인 내 할아버지를 직접 혹독하게 가르쳤다. 남긴 말씀이 ‘용모단정(容貌端正)과 의관정제(衣冠整齊)’다. 그게 상대를 존경하고 상대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라고 고조부는 손자에

  • 보답을 바라고 한 일은 선행이 아니라 거래다

    아버지 애창곡은 배호의 ‘안개 낀 장충단공원’이었다. 29세에 요절한 그가 절규하듯 불렀다. 그 노래를 아버지가 부르는 걸 몇 번 들었다. 전상을 입어 다리를 절단한 아버지는 절망 속에서 오랜 병원 생활을 견뎌내는 중에 억척스레 노래 공부를 했다. 스승을 모셔 실력을 갖춘 아버지는 노래자랑 대회에서 몇 차례 수상했다. 그때 수상 곡은 백난아의 ‘찔레꽃’. 기생들에게 노래를 가르치기도 했다고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장충단공원은 조선 시대 도성 남쪽 수비군이 주둔한 ‘남소영(南小營)’이 있던 자리다. 명성황후 시해 때 일본군과 싸우다 순국한 충신들을 기리기 위해 1900년 고종황제가 ‘장충단(奬忠壇)’을 세웠다. 글씨는 순종이 썼다. 해마다 봄가을에 제사를 지낸 대한제국의 국립현충원이었다. 1910년 일제는 자신들의 흑역사를 담은 장충단을 폐사해 공원으로 만들었다.  아버지는 장충단공원에서 전국상이군경 임의단체를 조직하고 대표로 선출돼 ‘국가도 백성의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며 연설했다. 1991년이었다. 왕조시대에도 나라가 은혜를 입으면 장충단을 세워 기렸다며 민주공화국에서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의 처우가 부당하다고 역설했다. 연설이 끝나자 감동한 청중 중 한 사람이 저 노래를 처연하게 부르자 모두 따라 불렀다고 한다. 몇 년에 걸친 법정투쟁 끝에 ‘국가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전면개정으로 아버지의 뜻은 관철돼 지금의 보상체계가 갖추어졌다.  아버지는 그날 이후 애창곡이 저 노래로 바뀌었다고 했다. “지난날 이 자리에 새긴 그 이름 뚜렷이 남은 이 글씨···”라는 노랫말을 쓴

  • 부모님한테 돈 빌려 집 샀는데…자금출처 인정될까

    집을 사는데 가족에게 빌린 금액이 포함돼 있다면, 세무서는 이를 자금출처로 인정할까요.개인이 빌린 돈으로 집을 살 때 '빌린 돈' 즉 채무액은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에만 인정이 됩니다. 원칙적으로는 배우자와 직계존비속(부모, 증조부모, 아들, 딸, 손자 등) 사이의 채무는 자금출처로 인정되지 않고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합니다.추정이기 때문에 자금출처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들 사이에서의 채무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남겨야 합니다. 합리적인 차용증서나 원리금 상환 등 자료가 있어야 한단 얘기입니다.직계존비속 간 금전소비대차를 인정할 사례(조심 2017광0583, 2018.1.17)를 살펴보면 이들은 매년 7월31일 연 2.5% 이자를 지급한다는 내용의 차용증을 작성했고, 2015년 7월31일부터 2016년 7월31일까지 총 10회에 걸쳐 이자를 지급, 이와 관련된 이자소득세도 납부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만약 다른 사람으로부터 돈을 빌릴 경우 이자를 몇 % 수준으로 정해야 하는지 고민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세법상 적정 이자율은 연 4.6%로 해당 이자율로 약정하시고 원리금을 정상적으로 상환하신다면 문제없습니다.연 4.6%의 이자와 실제 지급한 이자와의 차액이 연 1000만원 미만이 되는 이자로 약정하셔도 문제없습니다. 세법상 저리이자 또는 무이자로 차용할 때는 증여세가 과세할 수 있지만 이에 해당하려면 연간 차액이 1000만원 이상이어야 합니다.예컨대 빌리는 금액이 3억원일 경우 세법상 문제없는 최저 이자율을 계산해보면 약 1.3%가 됩니다. 역으로 무이자로 빌릴 수 있는 금액도 추산할 수 있습니다. 세법상 이자율인 연 4.6%로 연이자 상한을 최대로 맞춘다면(999만9999원) 약 2억1700만원이 나옵니다.

  • 물은 절대로 앞서가지 않는다

    어릴 때 싸움은 코피가 나면 끝난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다. 그날도 그랬다. 나보다 한 뼘이나 키가 더 큰 동급생에게 얼굴을 한 대 맞자마자 바로 코피가 터졌다. 집에 오자 아버지가 이유를 물었다. 나이는 한 살 위지만 한 해 꿇어 같이 다니는 동급생이 형이라고 안 한다며 때렸다고 했다. 아버지는 더 말씀하시지는 않았다. 세 아들을 두신 할아버지는 돌림자를 빼고 가운데 글자를 큰아들은 ‘헤엄칠 영(泳)’을, 둘째인 내 아버지는 ‘근원 원(源)’을, 막내에겐 ‘물 솟아 흐를 규(湀)’자를 각각 넣어 이름을 지었다. 아버지는 가장 좋아하는 글자가 ‘물 수(水)’자인 할아버지가 자식의 이름에 모두 물이 들어가는 글자를 넣었다고 했다.  집 대문의 문패가 ‘원행(源行)’과 ‘중행(仲行)’ 두 개가 걸려있었으나, 중학교 입학하고 호적등본을 떼 학교에 낼 때 아버지 이름이 바뀐 걸 제대로 알았다. 1957년. 할아버지가 47세에 돌아가신 그해 분가한 아버지는 아명(兒名)인 ‘근원 원(源)’을 버리고 ‘버금 중(仲)’자로 바꿔 개명했다. 호적등본은 그날 분가와 혼인신고, 첫째인 나와 56년생인 동생의 출생신고를 한꺼번에 했다고 나온다.  내 고조와 증조부는 97세, 80세로 장수했다. 두 분은 마흔 살이 넘어 자식을 얻었다. 할아버지는 큰아들을 18살에 얻었다. 아버지가 할아버지의 자식 이름 작명을 이렇게 풀이했다. “아마 너희 할아버지는 많이 어려워하신 거 같다. 그래서 큰아들 이름에 ‘네 마음대로 세상을 헤엄쳐 살아라’란 뜻을 담은 거 같다. 두뇌가 비상하고 탐구심 강한 막내는 샘솟는 물처럼 지혜롭게 살라는 뜻을 이름에

  • 다친 게 아니면 네 다리로 걸어라

    학교 운동장에서 줄달음치다 철봉에 이마를 부딪쳐 뒤로 넘어졌다. 초등학교 3학년 때다. 이마에서 뜨끈한 게 얼굴을 타고 흘렀다. 바로 일어서긴 했지만, 친구들이 소리쳤다. 피범벅이 된 내 얼굴을 보고서다. 덩치 큰 친구가 나를 업고 집으로 내달렸다. 그제야 통증이 밀려와 울음이 났다. 따라 울던 아이들이 번갈아 가며 업었다. 소식이 먼저 갔다. 대문 앞에서 아버지가 업혀 온 나를 내려놓으라 하고 피 흐르는 상처를 뜯어 봤다. 아버지는 바로 내 뺨을 후려갈기면서 큰소리로 야단쳤다. “칠칠치 못한 놈, 이런 거로 업혀 다녀? 걸을 수 있으면 네 다리로 걸어갔다 와라!” 놀란 나는 학교까지 걸어갔다가 다시 왔다. 친구들도 수군대며 따라 걸었다. 아버지는 돌아온 아들을 눕히고 뜨거운 물수건으로 상처를 닦은 뒤 마취도 하지 않은 채 상처를 실로 꿰맸다.  상처는 쉬이 아물었지만, 기억은 오래간다. 이마 왼쪽에 상처 났던 부위는 60년이 흘러도 만지면 아리고 추울 땐 유독 시리다. 당신이 쓰던 바늘과 실로 자식의 상처를 꿰매는 그 날의 충격을 본 어머니의 기억은 더 오래갔다. 툭하면 내 이마를 만졌다. 몇 년 지난 어느 날에도 어머니가 “당신이 의사예요?”라고 그날을 떠올리며 힐문했다. 답을 하지 않은 아버지는 방에 걸린 관우(關羽) 장군의 괄골요독(刮骨療毒) 족자를 내게 가리키며 그림을 설명했다. 그림은 관우가 적군이 쏜 독화살로 입은 어깨 상처를 수술받는 장면이다. 관우가 독이 퍼져 뼈를 긁어내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량(馬良)과 바둑을 두는 모습이다. 아버지는 “진정한 사내의 모습은 저렇게 나무기둥처럼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고 역설하셨다. 

  • 가족이란 무엇인가

    <프롤로그>어릴 적 어머니가 들려주던 아름다운 음악은 나이가 들어서도 마음속에 남아 오랜 친구처럼 각박한 삶 속에 많은 서정적 위안을 주곤 한다. 이처럼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고 사랑스럽게 어루만져 주는 신비한 힘이 있다. 영화 <어거스트 러쉬(August Rush), 2007>에서 뜻하지 않게 부모를 잃은 소년이 음악의 소리를 통해 사랑하는 부모를 찾아간다는 이야기에서 음악은 사랑을 낳고 사랑은 운명을 연결하는 소중한 텔레파시 임을 느끼게 한다. 지금 서로 증오와 오해로 갈등하는 사람들은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는 공간에서 마음을 열고 진솔한 대화를 한다면 불가능할 것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화합할 길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영화 줄거리 요약>아름다운 첼리스트 라일라(케리 러셀 분)와 매력적인 밴드 싱어 루이스(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분)는 각기 뉴욕에서의 공연을 마치고 매혹적인 보름달과 음악에 이끌려 어느 옥상에서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루이스는 사랑을 만들기에 환상적인 밤을 노래한 문 댄스(Moon dance)를 불러 라일라와 행복한 밤을 같이 보내며 사랑을 확인하지만 엄격한 라일라 아버지의 집요한 방해로 둘은 헤어지게 된다. 11년 후 둘의 사랑으로 태어난 소년 에반(프레디 하이모어 분)은 보육원을 떠돌다 우연히 자신의 음악적 감성을 통해 부모를 만날 수 있는 기적적인 사건을 맞이하게 된다.<관전 포인트>A. 에반이 부모님을 잃게 된 배경은?루이스와의 아름다운 밤으로 라일라는 임신을 하지만 아버지는 둘 사이를 모질게 갈라 놓는다. 그러던 어느 날 라일라는 교통사고로 병원에서 수술을 받던 중, 아버지는 태어난 아이가  죽었다고 루이스에게

  • 걷기의 재해석 - 가족과 걷기

    109 누구와 걸을까 – 가족과 걷기 요즘은 길을 걸으면서 부부 또는 연인이 손을 잡고 걷는 것을 보면 기분이 저절로 흐뭇해진다. 노부부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서로 떨어질까 굳이 두 손을 쥐고 가는 모습에는 오랜 세월을 두 분이 행복하게 지내셨구나 하는 기분 좋음이 생긴다. 젊은 연인이 두 손을 꽉 쥐는 것도 모자라 서로 부둥켜안듯이 딱 붙어 걷는 것을 보면 그래 좋을 때다. 더 행복하게 오래 같이 지낼 거라 하는 축복의 마음이 생긴다...

  • 외모가 아니라 네모다.

      우리나라처럼 홈쇼핑이 잘 되는 곳은 없을 게다. 홈 쇼핑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매일 아침 TV 홈쇼핑에서 연신 신상을 내놓고 마찬가지로 소비자들은 아침부터 쇼핑을 하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나도 모르게 이끌리어 한참 홈쇼핑 방송을 보게 되는데 어떤 상품은 금방 “완판” “매진” 등등 소리가 들린다. 아침부터 이렇게 쇼핑하며 사는 것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홈쇼핑에 온 정신을 쏟는 것처럼 보인다. 그 열정이 참 대단하다.   오래 전 일본 출장을 갔을 때다. 당시 필자를 안내해준 일본인 파트너 이야기다. 10일정도 함께 일을 했는데 명문대 출신에 친절하며 잘 생기고 어려가지로 맘에 들었다. 좀 특이한 건 10일 내내 같은 옷에 같은 신발을 신고 있었는데 하루는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구로자와 상! 참 소박하시네요. 거의 사치를 안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자 “애가 네 명이라서 외모를 가꾸거나 치장할 시간도 여력도 없습니다.” 라면서 씩 웃었다. 그러면서 “한국에 갔더니 길거리 모든 사람이 멋있고 아름다워서 연예인인줄 알았습니다.”라는 것이다. 그와 같이 다니면서 필자가 배운 건 너무나 검소하고 절약하는 삶의 태도였다.   누구나 사람은 자신을 알아주길 바라고 더러는 뽐내려고 하기도 한다. 그래서 외모에 많은 시간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이에 반하듯이 주변을 보면 외모에 검소하게 사는 이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들은 명품 브랜드가 아니라 노(no) 브랜드로 자신을 치장한다. 치장이란 말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민낯을 보여주면서 사는 사람들이겠다.   우리나라 메이크업 아티스트 중 김청경 씨가 있다. 그녀는 누

  • 가족이란 무엇일까?

    사는 동안 수없이 많은 상처를 받는다. 아프지 않은 상처가 없지만 특히 가족에게서 받은 상처는 우리를 더 아프게 한다. 그래서 더 힘들고 더 용서하기 어렵다. 서로를 가장 위해주고 사랑해야 할 대상인 가족에게서 배척받고 외면받는 경험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게 한다. 남이면 안 보면 그만이지만 가족은 그렇지가 못하다. 오랜 갈등 끝에 관계를 단절하기도 하지만 내면에는 '죄책감'이라는 또 하나의 상처가 추가될 뿐이다. 안 보고 사는 것도 ...

  • "그게 가족이니까!"

     운전 중에 전화가 왔다. 주차할 동안 남편이 대신 전화를 받았다. 잠시 후 전화를 건네받았다. “안녕하세요!” “어머나, 방금 전화 받은 사람이 누구야?” “남편이에요!” “목소리가 너무 좋다! 웬 청년이 전화 받는 줄 알았어!” “?”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절대로!” 동의할(?) 수 없는 일이 더러 있다. 이 상황이 그 대표적인 예다. 단 한 번도 남편 목소리가 좋다고 느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당신 목소리가 좋대!” “아, 원래부터 그런 소리 많이 들어!” “헐. 나는 처음 듣는데?” “다들 그렇게 말해.”  ‘메라비언 법칙’이란 게 있다. 한 사람이 상대방으로부터 받는 이미지는 시각 55%, 청각 38%, 그리고 언어가 7%라는 법칙이다. 미국의 UCLA 심리학과교수 ‘앨버트 메라비언’이 1971년 출간한 저서 ‘사일런트 메시지 Silent Message’에 발표한 이론이다. 여기서 시각이미지는 복장과 헤어스타일, 자세와 제스처 등 외적 부분을 말한다. 청각이미지는 목소리 톤이나 음색처럼 언어의 품질이다. 언어는 말의 내용을 말한다.  “눈으로 듣는다!”는 말이 있다. 시각을 통하여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메라비언 법칙’ 이론과 일맥상통한다. 상대방에 대한 ‘호감’과 ‘비호감’을 판가름할 때 시각, 청각이미지 즉 외모와 태도 그리고 말의 내용과 직접적으로 상관없는 목소리가 93%를 차지하니 말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이 있다. 이 이론을 발표한 메라비언 자신이 ‘메라비언 법칙’에 대한 오류를 경계했다는 사실이다. 바로 ‘언어, 말의 내용’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외적인 부분에만 치중해 상대의 호감을 얻지 못할 것이라

  • 직장인이 가장 슬플 때.... 그러나 이제는 늦어버린.

    직장인으로 살면서 가장 슬플 때는 언제일까? - 승진에서 누락되었을 때 - 명퇴 당하여 직장에서 나가야 할 때 - 주변에 술 한잔 할 친구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 후배에게 무시당했을 때 - 야근을 마치고, 집에 가는데, “부라보 마이 라이프 ~~”라는 노래가 흘러 나올 때 - 어딘가 떠나고 싶은 데, 부장님에게 야단 맞을 까봐, 할 일이 없어도 앉아 있을 때 직장인으로 살다 보면, 슬펐던 많은 시간이 있었다. 그 ...

  • 동료의 뛰어난 재주가 부러운 당신에게

    오랜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는 사회 생활의 진실 한가지를 이야기해보자 그날도 업무를 마치고 맥주를 한잔하고 있는데, 조금 늦게 온 착한 후배가 약간은 의기 소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왜 그러느냐? 고 물으니…. “나는 재주도 없고, 날카롭지도 않고, 학벌도 별루고… 정말로 빈틈없이 멋지게 일하는 동기가 부럽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아요. 오늘도 능력 있는 동기는 벌써 끝내고 갔는데, 저는 아무리 노력해도 그 ...

  • 고독한 내 부모님

    젊은 사람들은 노인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살아보지 않아서다. 사람들이 흔히 이성적으로 다 이해한다고 말하지만 그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젊은 사람들에게 노인들도 성생활을 할까? 라는 질문을 하면 '안 한다'가 대다수다. 하지만 노년에도 성생활을 지속하는 남성이 많다. 한국소비자원이 노인의 날(2013년 10월 2일)을 맞아 60대 이상 어르신 500명을 대상으로 성(性) 안전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312명(62.4%)이 성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