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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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에는 다양한 지표가 있습니다. 이 지표들은 시장을 예측하거나 정책적 의사결정을 하는데 중요합니다. 주택이라는 상품은 기획부터 시작해서 입주에 이르는 절차를 차근차근 밟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의 결과물을 우리는 주택이라고 생각하지만 법률적으로 주택이 되는 시기는 입주 이후입니다. 이 전까지는 분양권(입주권)이며 준공 후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권리일 따름입니다.

주택공급을 분석할 때도 분양보다는 입주를 우선시합니다. 분양하면 대부분 입주로 이어지지만 둘 사이에는 3년이라는 시차가 존재압니다. 그러므로 공급량을 파악해서 주택시장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입주물량이 더 중요합니다. 최근 특정지역에서 주택미분양이 집중돼 주택경기가 침체되고 있는데 이는 3년전 분양했던 아파트들이 대거 입주하기 때문입니다.

미분양보다 '미입주'가 더 큰 문제입니다[심형석의 부동산정석]
대구를 예로 들면 주택경기가 활황이었던 2017년 이후 4년 남짓한 기간동안 11만가구 이상이 분양됐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입주가 본격화된 2022년부터 시장은 얼어붙기 시작했습니다. 공급과잉은 미입주로 이어지면서 미분양물량을 해소하는 것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특히 대출금리 상승과 전세가격 하락으로 미입주가 늘어나면서 시장의 충격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금융위기 당시에는 할인분양과 전세전환이라는 마케팅을 통해 미분양물량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같은 금융시장의 규제로 인해 자금을 맞추기도 어렵고, 전세수요가 월세로 옮겨가면서 입주 잔금을 맞춘다는 것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미분양과 달리 미입주는 사회적 파급효과가 훨씬 큽니다. 분양이 어느정도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미입주가 대거 발생한다면 수분양자 뿐만 아니라 시행사와 건설사 심지어 금융기관까지 중도금 대출 상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연쇄적으로 어려움에 처하게 됩니다.

입주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지표도 있습니다. ‘아파트입주전망지수’인데 주택산업연구원에서 매월 발표하고 있습니다. 5월의 전국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85.6입니다. 수도권의 입주전망지수는 86.2로 전월과 비교해 7.1p 높아졌지만 지방은 85.5에 그치며 0.4p 떨어졌습니다. 특정지역을 다시 언급해서 미안하지만 대구의 입주전망지수가 66.6으로 가장 낮습니다. 가장 많이 떨어진 곳은 부산입니다. 무려 23.9p 떨어졌습니다.
미분양보다 '미입주'가 더 큰 문제입니다[심형석의 부동산정석]
입주를 못하는 원인은 단순합니다. ‘기존 주택이 팔리지 않아서’ 가 47.2%로 가장 높습니다. ‘세입자 미확보’도 24.5%, ‘잔금대출 미확보’ 또한 15.1%로 높습니다. 이 세가지 원인들은 대부분 관련되어 있습니다. 주택사업자들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입주율이 낮으면 분양잔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니 자금경색으로 경영난에 빠질 수 있습니다. 입주촉진 마케팅이 생겨나는 이유입니다. 분양대행업체들이 뛰어들고 있는 영역입니다.

하자 접수 등 단순한 안내 서비스에서 나아가 기존 주택거래 중개를 알선하거나 대출 상담 등 적극적인 입주 촉진 마케팅에 나서고 있습니다. 비용이 투입되지만 악성 미입주를 최소화하려는 선제대응으로 입주율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요즘 같은 침체기에는 분양보다 입주에 더욱 공을 들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미입주는 파급효과가 더 크고 바로 눈앞에 닥친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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