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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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변호사의 상속비밀노트’는 갈수록 분쟁이 늘고 있는 상속·증여 사례에 대한 법률적 해석을 살펴봅니다. 한국전쟁 후 국내에서 부를 축적한 1세대 자산가와 관련한 상속·증여 건수가 늘면서 이에 따른 상속인들 간의 갈등과 소송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상속·증여 및 자산관리 부문 전문가인 법무법인 트리니티의 김상훈 대표변호사가 풍부한 사례를 바탕으로 다양한 시사점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건설업자였던 A는 B와 결혼해 아들 C와 딸 D, E를 낳았습니다. 사업수완이 좋았던 A는 큰 부를 일궜습니다. 어느날 A는 72세의 나이에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사망했습니다. 장남인 C는 “대표상속인으로서 아버지의 상속세신고를 위해 필요하다”며 어머니 B와 여동생 D, E로부터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받아갔습니다.

상속세신고가 끝나고 몇 달 후 D와 E는 C에게 “아버지가 남긴 재산을 어떻게 분배할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C는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자신이 적절히 분배할 예정이니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D와 E는 “아버지 재산은 똑같이 나눠야지 그게 무슨 소리냐”며 반발했습니다.

D와 E는 이후 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버지가 보유했던 시가 500억원짜리 논현동 빌딩의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니 이미 빌딩 소유자가 C로 변경돼 있었습니다. 그리고 A와 B가 함께 살면서 1/2씩 부부 공동명의로 해둔 시가 80억원의 한남동 주택은 B의 단독소유로 돼 있었습니다.(요소1 참조) 이런 경우 D와 E는 어떤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할까요.
여동생 인감으로 '500억 빌딩' 몰래 상속등기한 오빠 [김상훈의 상속비밀노트]
상속부동산을 등기하기 위해 상속인 전원이 합의한 상속재산분할협의서가 첨부돼야 합니다. 이 협의서에 상속인 전원의 인감날인과 인감증명서를 첨부해야 하고요. 따라서 D와 E가 모르는 사이에 A의 부동산이 B와 C에게 이전돼 있었다면, C가 단독으로(또는 B와 의논해) D와 E로부터 받은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이용해 상속재산분할협의서를 만들어 제출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경우 D와 E는 B와 C를 상대로 “자신들의 상속분에 따른 지분을 이전하라”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D와 E의 법정상속분은 2/9이므로 논현동 빌딩 및 한남동 주택의 1/2(나머지 1/2은 원래 B의 소유이므로)에 대해서 각 2/9씩의 이전등기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 청구권의 법적 성질은 상속회복청구권입니다. 상속회복청구권은 자신의 정당한 상속권을 침해당한 진정한 상속인이 자신의 상속권을 침해한 소위 ‘참칭상속인(가짜상속인을 의미합니다)’을 상대로 상속권의 회복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민법 제999조). B와 C도 물론 상속인이기는 하지만 자신들이 받을 정당한 상속분을 넘어서 취득한 부분에 대해 참칭상속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상속회복청구권은 그 침해를 안 날부터 3년, 상속권의 침해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을 경과하면 소멸합니다. 때문에 D와 E는 위와 같이 부동산등기부를 확인함으로써 자신들의 상속권 침해를 안 날부터 3년 내에 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이 기간은 제소기간이기 때문에 반드시 소송을 제기해야 하며, 내용증명을 보낸다고 시효가 중단되는 것이 아님을 유념해야 합니다(대법원 1993. 2. 26. 선고 92다3083 판결). 이점에서 내용증명을 통해 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는 유류분반환청구권과는 다릅니다.

한편, C가 상속재산분할협의서를 위조했다는 점이 사실로 증명될 경우 이는 형법상 사문서위조죄 및 동행사죄에 해당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도 있습니다(형법 제231조, 제234조).

물론 형제자매지간에 형사고소를 해서 처벌을 받게 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라 꺼려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형사범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민사소송과 달리 매우 엄격한 증거법칙에 따라 판단하기 때문에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처분 내지 무죄판결을 받을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이처럼 형사고소가 무혐의 내지 무죄로 결론나게 될 경우 민사소송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형사고소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입니다. 이런 점에서 단순히 증거확보차원에서 형사고소부터 하고 보는 소송전략은 지양해야 할 것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상훈 법무법인 트리니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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