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전셋집을 구하려 준비 중인 신혼부부입니다. 최근 전세 사기가 극성이라는 언론 소식에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알아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조심해도 전세 사기를 당하는 사례가 많아 걱정이 앞섭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이른바 '깡통전세' 사례가 급증하면서 피해를 호소하는 세입자가 수두룩합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전세 사기의 특징은 전세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것에서 벗어나 부동산 경매 시 전세금 전체를 날릴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전세 사기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전세 사기 예방책은 기본적으로 등기부등본(이하 등기부) 확인 절차입니다. 피해 사례 가운데 계약 전 세입자가 등기부등본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피해를 더 키운 경우가 꽤 있습니다. 따라서 전세 계약 전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전세 사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주택 임대차에서 사용되는 등기부란 부동산에 관한 권리 관계와 현황이 등기부등본에 기재되는 공적 장부입니다. 세입자가 임차하려는 부동산의 주소, 면적 등의 현황과 소유권, 전세권, 저당권, 가압류 등의 채무나 권리관계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등기부등본 열람은 누구나 쉽게 열람할 수 있습니다. 열람 방법은 대법원 인터넷등기소를 통해 열람뿐 아니라 발급까지 이뤄지고 있습니다. 물론 인터넷에 친숙하지 않은 고령층을 위해 등기소나 무인 발급기로도 쉽게 발급이 가능합니다.

등기부등본에서 대체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요. 먼저 집주인의 채무 상태가 깨끗한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계약하기 전부터 근저당이 잡혀 있는 주택이라면 계약을 피하는 게 좋습니다. 근저당이란 은행이나 기타 금융기관이 집주인의 부동산을 담보로 잡은 상태를 뜻합니다. 근저당이 잡힌 집을 계약하게 되면 세입자의 전세금은 추후 부동산 경매 시 변제 순위가 후순위로 밀린다는 뜻입니다.

근저당이 잡힌 주택은 세입자의 대항력이 무력화될 수 있습니다. 집이 경매에 넘어가게 되면 낙찰대금으로 변제 순위에 따라 돈을 돌려받게 되는데 근저당이 앞서 있다면 세입자는 돈을 일부만 돌려받거나 한 푼도 받지 못할 수 있단 얘기입니다.

주택 유형 중에서 다세대 주택이 이런 문제에 취약합니다. 예컨대 한 주택을 보유해서 한 가구만 임대한 집주인에게 근저당이 없다면 해당 주택의 세입자는 부동산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우선변제권과 대항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낙찰대금이 전세가에 미치지 못해도 나머지 금액을 돌려받을 때까지 대항력을 행사해 해당 주택에 계속 머물러도 문제 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다수의 세입자와 계약한 집주인은 부동산 경매가 진행되면 전입 신고 날짜에 따라 변제 순위가 정해지게 됩니다. 집주인에게 근저당이 없더라도 부동산 경매 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변제 순위는 단순히 순위에 따라 전세금을 돌려받는 의미도 있지만 후순위 세입자는 대항력이 상실돼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집을 빼줘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말입니다. 등기부를 통해 근저당 여부와 함께 전세권이 얼마나 설정돼 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단독주택일 경우 건물 등기부 외에 토지 등기부도 같이 발급받아야 합니다. 토지 위에 어떤 권리관계가 설정돼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아 나중에 예기치 못한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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