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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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는 5월 코로나 비상사태 종료를 선언할 예정입니다. 우리나라도 몇몇 공공장소를 제외하고는 마스크 착용을 해제했습니다. 3년여에 걸친 힘들었던 코로나와의 싸움이 그 끝을 보이기 시작한 겁니다.

나쁜 일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은 미국 바이오 기업 모더나에게 딱 들어맞는 이야기입니다. 하늘이 내린 천운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기동성을 발휘해 코로나 백신을 개발해 단기간에 몸집을 키웠으니까요. 모더나는 코로나 종식과 더불어 미래 성장에 대한 새로운 성장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모더나(Moderna, Inc.)의 핵심기술은 우리 몸속에 필요한 단백질의 원형인 mRNA(messenger RNA)를 생산한 다음 전달체에 넣어 백신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생체에 투여된 백신용 mRNA는 세포 안의 소기관인 리보솜에서 단백질로 번역되어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치료제로서 기능하게 됩니다.

새로운 먹거리에 목말라 있는 바이오 신흥강자 모더나의 차기 전략 프로그램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mRNA 치료용 암백신입니다. 전문가들은 미래의 성장성이 높은 신약 분야로 항암제, 면역치료제, 비만치료제를 들고 있는데요. 모더나는 그 중 가장 시장이 큰 항암제, 그 안에서도 치료용 암백신 개발로 다음 성장을 도모한다는 계획입니다.

암백신이라고 하면 코로나19백신과 마찬가지로 암에 걸리기 전에 접종해 사전에 암을 예방하는 예방용 암백신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암 병력이 있는 환자의 치료를 위해 종양항원에 특정 반응을 일으키도록 만드는 치료용 암백신이 최근 새롭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현재 암백신 시장은 예방용 암백신이 절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치료용 암백신의 성장속도가 빨라 2027년에는 그 규모가 73억달러(Global Information 보고서 참조)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암의 특이 항원을 환자에게 투여하여 면역시스템을 활성화함으로써 암 특이적 항원에 대한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신항원 치료용 암백신은 그 종류에 따라 다시 재조합암백신, 수지상세포암백신, DNA/RNA암백신, 바이러스백터암백신 등으로 나누어집니다. 2028년까지 약 25%의 연간성장율을 보일 것으로 UnivDatos Markets Insights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모더나가 개발하는 mRNA 치료용 암백신 개발과정을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먼저 환자의 암세포에 대한 유전자 분석을 통해 특이 항원 즉, 타깃을 도출하고 항원 유전자의 mRNA 염기서열을 분석해 DNA 템플릿을 만듭니다. 이후 시험관 속에 RNA중합효소, mRNA의 주요 구성성분인 뉴클레오타이드 그리고 준비된 DNA템플릿을 넣어 mRNA를 중합하게 됩니다. 그런 다음 정제와 분석과정을 거쳐 용기에 담아내면 암백신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산된 치료용 암백신을 환자에게 주입하면 환자의 면역시스템은 mRNA백신 정보에서 만들어진 종양 연관 항원(단백질)에 대해 면역반응을 일으켜 암을 치료하게 됩니다. 암 환자 개인 개인에 맞는 맞춤형 치료용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서 개발 속도가 빠른 mRNA 기술이 적용되기에 안성맞춤이지만, 개별 환자마다 위의 모든 개발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약가를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모더나는 빅파마인 머크앤컴퍼니(MSD)와 공동으로 mRNA 치료용 백신을 개발하기 위한 임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2년 12월 발표한 치료용 백신 후보물질 mRNA-4157 임상2b상에서 3,4기 흑색종 환자 150명을 키트루다(면역관문억제제, PD-1억제제)와 병용치료한 결과 키트루다 단독치료 대비 질병재발율 혹은 사망위험을 44% 감소시켰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임상2b상 결과를 바탕으로 모더나는 FDA와 mRNA-4157의 가속승인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며, 현재 최고의 블록버스터로 등극한 키트루다가 승인된 적응증을 중심으로 임상을 진행해 치료범위를 확장시키는 동시에 PD-1억제제가 효능이 없는 분야에 대한 연구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2022년 모더나의 매출은 2021년 184억달러 대비 증가한 192억달러를 기록했지만, 2023년은 76억달러로 60% 급감하면서 적자로 돌아선다는 것이 시장의 공통된 전망입니다. 이러한 매출감소 우려가 반영되어 주가도 약세흐름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코로나 비상사태 종료와 함께 수요감소를 타개하기 위해 모더나는 여론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백신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 백신 매출 절벽을 방어하기 위해 가장 최근 미국 정부와 계약한 공급가격 26~30달러를 시장가격 110~130달러로 인상한다는 계획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mRNA 플랫폼 기술은 정부가 아닌 주주의 자금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주주가치를 우선으로 하겠다는 겁니다. 이러한 모더나의 코로나19백신 가격인상 정책에도 불구하고 매출 급감은 뻔한 겁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3년 동안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대가로 우리에게 mRNA 기술을 남겼습니다. 2019년 19달러에 불과했던 모더나의 주가는 2021년 코로나19 창궐의 바람을 타고 484달러까지 상승한 후 현재 150달러 선에서 방향 탐색에 들어갔습니다. 미래 유전자치료제의 서막을 알린 총아 모더나가 단지 첨단 바이오의 가능성만을 보여준 반짝 출연에 그칠지, 아니면 미래 유전자/세포치료제 섹터의 주류로 자리잡으면서 빅파마로 등극할지를 지켜봐야겠습니다.

코로나로 480달러까지 올랐던 모더나, 탈출구 있을까 [이해진의 글로벌바이오]


<한경닷컴 The Moneyist> 이해진 임플바이오리서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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