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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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 2년 간 중국과 무역 갈등을 빚었던 미국은 다시 무역 적자가 다시 늘어나는 등 생산을 장악한 중국을 당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세계는 미국이 기술로 통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자원보유국이 자원으로 몽니 부린다고 되는 시대도 아닙니다. 단기적으로는 기술 통제, 원재료 수출 통제를 통해 경제적 이득이나 정치적 이득을 누릴 수 있지만 한 사이클만 지나면 바로 생산·구매 축소의 부메랑이 자신을 찌르는 시대입니다. 공급망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중 전쟁과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자원보유국은 자원무기화를 시작했습니다. 미국은 기술무기화를 본격화했습니다. 한국도 이에 뒤쳐지지 않으려면 '제품의 무기화' 전략을 가져가야 합니다.

미국, 중국과 같은 큰 나라들과 승부를 펼칠 때는 감정을 억제하고 냉정하게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자만하지도 않는 자세가 승리하는 방법이고 강한 자와 맞붙었을 때의 지혜입니다.

지금 미국은 배터리, 중국은 반도체 부문이 약하지만 한국은 모두 강한 분야입니다. 거대 양대 강국을 상대로 협상할 카드를 손에 쥐었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미국의 규제, 중국의 경제 보복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한국은 반도체와 배터리 부문에서 기술 격차가 아니라 대체불가기술(NFT: Non-fungibleTech)을 만들고 유지해야 승산이 있습니다. 일례로 네덜란드의 작은 기업 ASML은 노광장비에서 대체불가기술(NFT)을 만들면서 세계 반도체 업계에서 목소리를 내고 중국도 두려워하지 않고 있습니다.

출처=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출처=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이제 반도체와 배터리는 기술이 아니라 '쩐의 전쟁'이라고 봅니다. 생산 라인 하나만 지어도 150억달러(약 19조8000억원) 이상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결국 기술 개발도 생산도 자금이 성패를 결정지을 수 있습니다. 민간의 창의가 아니라 누가 더 거대한 장치 산업의 공급망을 구축하느냐가 경쟁력이 됐습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에 돈을 퍼주고 세금을 깎아주는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아예 미국처럼 보조금을 적극 지급하고 미국에서 시장과 브랜드를 장악하는 과감한 전략을 생각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보조금 지원과 동시에 규모의 경제를 이용한 원가하락을 병행하는 통큰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도체, 배터리 산업은 기업의 기술 경쟁이 아니라 국가의 전략 경쟁이고 투자 경쟁입니다. 재벌기업의 수익사업으로 치부할게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기술전쟁 속 한국을 지킬 '최종병기 활'인 겁니다. 아직 잘하고 있어 괜찮다고 생각하는 순간 위기는 찾아오고 결단을 내려야 할 때 머뭇거리면 탈이 나곤 합니다.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한국의 반도체지원법을 통과시키기 전에 미국과 중국 대만의 반도체지원법을 제대로 비교해 짚어 봐야 합니다.

미국은 527억달러 보조금에 투자금의 25%를 세액공제 합니다. 중국은 28nm이상 기술을 가진 기업은 10년간 법인세 면제, 68nm이상 기술 기업은 모든 수입자재가 면세입니다. 대만은 R&D 투자 15% 세액공제, 패키지 공정 비용의 40% 지원, 반도체 인력 육성에 대한 보조금을 지원합니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대만보다 훨씬 파격적인 지원이 있어야 반도체 경쟁력이 강화될 겁니다. 배터리도 미국의 보조금 탓만 하지 말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넘어서는 초강력의 배터리지원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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