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은행에 내걸린 대출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서울 한 은행에 내걸린 대출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은퇴한 분들 가운데 자녀들 학비나 결혼비용, 생활비 등을 위해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 이자가 불어나고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생활비도 많이 드는 탓에 많은 분들이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고 계십니다.

정부는 이런 분들을 위해 변동금리를 3.7% 고정금리로 전환시켜 드리는 '안심전환대출'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부합산소득 7000만원 이하, 주택가격 4억원 이하, 1주택자 조건을 만족해야 하기에 서울의 중산층만 되더라도 신청 자격이 없습니다.

늘어난 주택담보대출 이자에 곤란하신 분들은 기존 주택연금 제도를 활용해보시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흔히 주택연금은 집을 담보로 평생 연금을 받는 역모기론으로만 생각하는데, 주택담보대출을 일시에 상환해 주는 '주택담보대출 상환용 주택연금'이란 상품도 있습니다.

가입자격은 주택소유자 또는 배우자가 만 55세 이상이면 되고, 둘 중의 한분이 대한민국 국민이면 됩니다. 그리고 부부기준 공시가격 등이 9억원 이하 1주택 소유자 또는 보유주택 공시가격 등의 합산가격이 9억원 이하 다주택자까지도 포함됩니다. 다만 공시가격 9억원 초과 2주택자는 3년이내 비거주 1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으로 가입도 가능합니다. 이 조건은 일반 주택연금 종신형 또는 신탁방식 주택연금 모두 동일합니다.

주택담보대출 상환용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위해 연금지급한도(대출한도)의 90%까지 일시 인출할 수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을 즉시 상환하고 남은 금액은 종신 정액형으로 매달 연금처럼 가입자에게 지급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입비로 초기보증료를 주택가격의 1.0%, 연보증료로 연금지급총액의 연 1.0%가 들어가지만, 취급 금융기관이 가입자 부담으로 공사에 납부하고 연금지급총액에 포함시키기에 당장 들어가는 비용이 없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비싼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매달 낼 필요가 없고 오히려 일정 금액의 생활비까지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대출금리도 1.0% 인하해 주는데, 기준금리가 올라도 이 조건은 유지되기 때문에 금리 부담도 덜어낼 수 있습니다.

주택연금은 가입시점의 주택가격이 중요한데, 최근 전국 주택가격은 하락세이고 정부에서도 10~45% 하락은 문제가 없다고 인식하고 있죠. 향후 집값이 폭등하기는 어려운 상황인 만큼 지금이 주택연금에 가입하기 가장 좋은 시기일 것입니다.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재산세도 25% 감면을 받기에 은퇴자들이나 고령층의 경우 안심전환대출보다 나은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주택을 자녀에게 상속하려면 대출잔액을 전액 상환하고 주택연금을 해지하면 됩니다. 다소 부담스러운 액수를 상환해야 하겠지만, 주택담보대출 이자보다는 저렴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한 번 해지하면 3년 동안은 동일 주택으로 재가입이 불가하므로 신중하게 처리해야 합니다.

이달 미국이 기준금리를 또 0.75%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연말까지 두 번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주택담보대출 이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늘어나는 이자로 고민하는 은퇴자나 고령자는 주택담보대출 상환용 주택연금을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