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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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은 1992년 8월 24일 수교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양국은 경제·무역 분야가 급속히 성장하면서, 수출입 무역 규모가 3천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중국은 우리의 최대교역국이 되었습니다. 중국과 외교는 물론 다양한 분야의 교류가 확대되면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발전하며, 서로 상당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해 왔습니다.

한국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중국 정부는 일방적으로 한국에 경제적인 보복을 가함으로써 양국 관계는 경색되었고, 한국인은 반중(反中), 중국인은 반한(反韓)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이 되었습니다.

최근 미·중 경제 분쟁은 기술 패권전쟁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가치 동맹을 내세워 반도체·기술·장비·재료의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창한 칩(chip)4 반도체 동맹이나, 세계 최대 규모의 경제협력체인 인도·태평양 프레임워크(IPEF)는 반(反)중국 연합전선에 다름 아닙니다.

미국과 군사동맹 및 기술협력을 하는 우리의 입지는 더욱 좁아져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는 산업 구조상 소재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해야 하고,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외면하기도 어려워 진퇴양난의 위기에 봉착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80%에 달하는 나라로 성장해 있습니다. 중국경제는 정부의 입김이 절대적으로 미치는 계획경제로 일사불란함을 갖추고 있어 내부 조정에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구조입니다. 중국은 나름 제조업의 경쟁력을 갖춘 데다가, 엄청난 규모의 내수시장이 있어, 미국의 압박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과 자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 유학생 출신의 인재,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된 스타트업 청년 창업자, 중국 공산당의 핵심 간부들에 대한 다양한 교육시스템과 토론 문화도 무서운 숨은 역량입니다.

중국은 이미 전통적인 SOC(사회간접자본)인 철도, 항만, 공항, 고속도로, 통신, 발전시설 구축하고 있는 것 이외에도, 4차산업혁명 시대의 신(新) SOC인 5G,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특(特)고압 설비, 신(新)에너지 분야도 선진국을 능가할 정도의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어 미래산업에 대한 대비가 철저한 점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한국의 대중국 대응 전략

미·중 경제전쟁이 격화됨에 따라, 중국의 한국 다루기 압박은 점점 더해 갈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경제가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 구조를 개선할 필요는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잘 구축해 놓은 한중간의 경제적 가치사슬까지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한중간의 산업구조의 재편은 자연스럽게 급속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차지하던 영역을 중국기업이 상당 부분 차지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으로부터 수입하던 정밀기기나 정밀화학 및 반도체 재료 등 부가가치 높은 중간재도, 중국 자체의 내재화(內在化)로 수출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최근 대중국 무역역조 현상은 중국 정부의 의도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대중(對中) 무역적자의 핵심 요인입니다.

중국 내수시장에서 앞으로 성과를 얻으려면, 부가가치가 적은 중간재보다는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완성품을 팔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운명입니다. 중국인들이 한때 좋아하던 한국산 화장품 같은 품목도, 코로나19로 주춤하는 사이 중국기업들이 시장을 차지해 버렸습니다. 중국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미국이나 유럽의 소비자들에게 환영받을 정도의 품질과 브랜드 인지도를 갖춘 최상위 상품이어야, 중국 소비자의 시선을 끌 수 있습니다.

한국의 반도체는 중국 수출이 60%를 차지하고 있는 데다가,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생산 공장이 중국에 있어,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습니다. 중국 정부의 반도체 분야에 대한 정책적인 투자가 엄청나게 이루어지고 있어, 중국의 부상이 멀지 않았다고 보아도 틀리지 않습니다. 저가의 반도체 분야는 이미 자급자족하는 단계에 와 있으며, 반도체 설계 전문인 팹리스(Fabless) 분야는 우리를 앞서가기 시작했다는 점도 알아야 합니다.

대중국 굴종적 태도는 버려야

외교·안보적인 측면에서 前 정권이 보여주었던 굴종적 태도로는, 우리의 자존심은 물론 이익을 지킬 수 없습니다. 한국은 중국에 절대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됩니다. 중국은 자기에게 허리를 굽히는 국가나 사람을 얕보거나 안중에도 두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오히려 강하게 나가면 당황하고, 저자세를 취하는 습성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중국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정치인들이, 중국에 굴종하거나 외교를 맡는 바람에 우리의 이익이 손상되고, 국민들에게는 굴욕감을 안겼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곤란합니다.

우리가 미국과 가까워질수록, 중국은 한국에 대한 견제와 비(非)협조로 우리를 힘들게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가 선제적으로 우리의 원칙을 알리고,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의 특성을 고려하여, 사전에 물밑에서 다양한 영역까지 구체적으로 협의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국가는 위기가 닥쳐오면 자기만의 독립적인 전략을 마련하고 거칠게 나아가야 합니다. 거친 모습은 남에게 의지하려는 종속적인 사고로는 생겨나지 않습니다.

중국이 까다롭고 어려운 상대이기는 하지만, 우리의 이웃에 거대 시장이 존재한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엄청난 기회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적극적인 시각으로 보면 ‘중국은 우리의 내수시장’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런 좋은 기회를 감정적인 반중(反中) 정서로 놓치는 것은 지혜로운 태도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들을 활용하는 진취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미·중 분쟁의 심화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국의 강한 저항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무역 다변화, 중국에 진출한 공장을 국내로 리쇼어링(Reshoring) 하거나, 우호 국가로 이전하는 프랜드 쇼어링(Friend-Shoring) 등으로 중국 의존도를 점차 줄여 나가는 전략도 필요합니다. 또한, 비슷한 처지의 국가들이 뭉쳐 공동 대응하는 것도, 중국의 약탈적 경제를 피할 방안이기도 합니다.

수교 30년을 보내고 새로운 30년을 준비하는 우리는 중국을 철저하게 배우고, 세밀한 전략을 세우고 인재를 키워 대응해야 합니다. 중국에 보복하는 최상의 선택은 우리가 중국이 갖지 못한 인류 보편의 가치인 인간의 존엄, 자유, 평등, 인권 존중 등을 실천하여 그들보다 더 잘사는 일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평규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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