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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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부동산정책의 방향은 시장 정상화입니다. 문재인정부 5년 동안 누적된 규제를 정상화시켜 부동산시장이 자율적으로 움직이도록 만드는 겁니다. 쉽지 않습니다. 이전 정부에서 도입된 규제가 엄청났고, 규제의 부작용을 해소하고자 또 다른 규제를 쏟아냈습니다. 이제 중첩되고 누적된 규제도 문제이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차원의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 더 큰 문제입니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키면서 규제를 완화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규제 완화와 부동산 시장의 안정은 방향성이 다릅니다. 규제를 완화하면 필히 부동산시장은 불안정해집니다.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말입니다. 규제도 부작용(side effect)을 초래하지만 규제 완화 또한 부작용을 초래합니다. 하지만 이런 부작용을 경험해야만 정상적인 부동산시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부동산가격이 단기적으로 불안정해지는 것은 감수해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윤석열정부는 이런 부작용에 너무 예민한 듯합니다. 부작용 없이 규제 완화를 하려다 보니 시장에서는 이게 규제 완화인지 규제보존인지 헷갈리기까지 합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는 새 정부 규제완화 정책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악의 축으로 대접받던 다주택자들이 정상적인 시장 참여자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6·21부동산대책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상생임대인제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1주택이 남은 상태에서야 거주하지 않아도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지만 다주택자들도 상생임대인제도의 수혜대상입니다. 전월세가격 상승으로 인해 매매가격까지 오를 수 있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좋은 제도입니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1년 면제라는 비현실적인 혜택을 2년으로 바꿔놓은 점 또한 칭찬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발표된 대부분의 정책들은 공급 측면을 다루고 있습니다. 시장에 매물을 많이 출시하게 만들어 부동산시장을 안정화시키려는 목적이겠지요. 사실상 신규공급은 단임제 대통령의 5년 재임기간을 고려한다면 큰 의미가 없기에 기존주택의 매물을 증가시키려는 의도입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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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는 있습니다. 부동산정보업체 아실(asil)에 의하면 한 달 전과 비교한 7월16일 현재 서울의 아파트 매물은 6.2% 증가했습니다. 경기와 인천 또한 각각 7.3%, 7.1%나 증가했습니다. 경기도의 경우 1만 건이 넘는 아파트 매물이 늘어났으니 확실히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겁니다. 전국적으로 매물이 줄어든 지역이 전혀 없으니 정부의 정책은 일견 성공한 듯 보입니다. 하지만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정말 성공하고 있을까요?

공약집에 의하면 새 정부의 현실 인식은 정확합니다. 이전 정부가 잘못된 시장 진단을 바탕으로 실효성 없는 규제를 만발해서 주택가격이 폭등했다고 진단합니다. ‘부동산 정상화’라는 공약집의 커다란 목표는 시장 안정으로만 달성되지 않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주택거래가 마비되면서 고통받고 있습니다. 유주택자들은 세금폭탄으로 무주택자는 과도한 대출 규제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는 등 주택정책 전반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은 임계치를 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급 측면의 정책만을 발표한다면 주택시장의 거래절벽과 마비 상태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수요 측면의 규제 완화도 서둘러 마련해서 수급 요인을 맞춰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공급 측면과는 다르게 수요를 자극하는 부동산정책은 공격을 받기 쉽습니다. 하지만 내 집 마련 나서는 무주택자들의 기대를 저버린다면 실효성 없는 규제를 남발해서 집을 사지 못하도록 틀어막은 이전 정부와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2022년 상반기 생애 첫 주택 구매자의 수가 10년 만에 가장 적었으며 특히 2030세대의 비율 또한 급감했다는 소식은 수급요인이 무너진 부동산시장을 단적으로 설명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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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문제는 대출입니다. 현재와 같은 고금리의 대출 여건에서는 투기를 하라고 떠밀어도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생애최초 주택매입자만 실수요자가 아닙니다. 무주택자 나아가 1주택자들 또한 내 집 마련에 나서는 버젓한 실수요자들입니다. 실수요의 주택수요자들이 부담 없이 집을 사고, 갈아탈 수 있도록 정부는 지원해야 합니다. 그로 인한 부작용을 무서워해서 ‘질서 있는 정상화’를 추진해서는 안됩니다. 주택실수요자들에 대한 과감한 정책지원이 필요합니다. 주택시장의 정상화는 어려운 과제입니다. 가격을 잡으면서 규제를 완화해야 하니 실타래를 푸는 것처럼 힘이 듭니다. 하지만 지금 이런 일을 게을리하면 주택시장의 정상화는 새 정부에서는 불가능한 과제가 될 겁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잘못한 부동산정책의 판단 착오는 정부가 가격에 개입하고 부동산이라는 경제 재화를 정치에 이용한 겁니다. 윤석열정부의 고위 정책 담당자들의 기자회견 장에서 여전히 주택가격이 높다라는 평가를 들으면서 부동산시장의 정상화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주택시장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집권 초기가 아니면 쉽지 않을 겁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변화의 동력은 사라지면서 부동산의 정치화는 깊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 골든타임이 지나지 않았는지 초심으로 돌아가 점검해보았으면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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