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한 상가에 밀집한 공인중개사무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시내 한 상가에 밀집한 공인중개사무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가파르게 상승한 먹거리 물가로 인해 수많은 직장인이 '런치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한 끼에 30만원이 넘는 스시나 한우 오마카세는 이미 올해 예약이 마감되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패션 시장에서도 저가 SPA브랜드와 달리 명품 브랜드는 더 강력한 고가 정책을 펼치고, 소비자들은 아직도 "오늘이 제일 싸다"고 외치며 오픈런(open run)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사회적 현상을 '양극화'라는 단어로 설명합니다.

그렇다면 주택시장은 어떨까요? 지금까지의 주택시장은 기초 가격이 매우 비싸다는 특성탓에 양극화가 두드러지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최근엔 양상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방에서는 아직도 공시지가 1억원 미만 아파트에 대한 투자가 성행 중이지만, 용산이나 청담에서는 한 채에 100억원이 넘는 주택이 거래되고 있는 겁니다.

비단 초고가 주택에서만 양극화가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1월부터 5월까지 서울시 구별 주택가격 변동률을 살펴보면 동일 서울권역 내에서도 서초(0.43%) 강남(0.25%) 용산(0.31%)의 아파트 가격은 상승했지만, 이들 구를 제외한 나머지 구에선 가격이 하락했습니다. 심지어 아파트 같은 단지 내에서도 소위 RR이라고 불리우는 로얄동 로얄층 매물과 비선호동 저층 매물간 가격 차이는 점점 확대되는 상황입니다.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내려다 본 아파트 밀집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내려다 본 아파트 밀집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런 주택가격의 양극화에 대한 원인은 다양한 곳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우선, 수요 측면에서는 소득 격차의 확대가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가구소득 구간별 월평균 총 소득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의 월평균 소득이 2018년 185만원에서 지난해 181만원으로 감소했습니다.

반면, 소득 상위 20%의 월평균 소득은 같은 기간 892만원에서 948만원으로 증가했습니다. (출처 : 신한은행 2022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이렇게 고소득층의 소득 증가로 구매력이 확대됐으며, 고가 아파트에 대한 수요도 함께 증가했습니다.

공급측면에선 풍부한 수요에도 불구하고, 제한적인 공급이 만들어낸 '희소성'이 양극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판단됩니다. 2020년 기준 강남3구에서 준공 20년이 경과하지 않은 아파트는 19만호 정도로 서울 아파트 재고의 10.7%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절대적인 아파트 수가 적은 상황에서 재건축·재개발 규제로 신규 공급이 늦어지다 보니 '강남 3구 신축 아파트'에 대한 희소성이 발생하게 됐습니다. 이러한 희소성은 주택가격의 상승을 가져와 양극화를 심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가파른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하루 입장객 수를 제한하는 백화점 명품매장에 줄이 끊이지 않는 것과 유사합니다.

그렇다면 주택가격의 양극화 현상이 완화될 수 있을까? 이론적으로 판단하면 양극화 현상은 더 심화 될 가능성이 더 큽니다. 현재 전용 84㎡ 기준 평균 27억원인 강남구 아파트 가격과 12억원인 노원구 아파트 가격이 똑같이 10% 상승하는 상황을 가정하면, 이때 강남구과 노원구 주택가격은 각각 2억7000만원과 1억2000만원씩 상승하게 됩니다. 같은 10%지만 실제 금액에는 큰 차이가 발생합니다. 부동산이 장기적으로 물가상승률과 국내총생산(GDP) 등에 따라 우상향한다고 가정할 때 시간이 지날수록 강남구 주택가격과 노원구 주택가격의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될 것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렇게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부동산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요?

첫 번째는 '나도 좋지만 남들도 다 좋아하는 물건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고객 상담에서 은퇴 이후 마당 넓은 단독주택에서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현재 단독주택에 거주중이거나 거주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전원주택은 제값 받고 팔기가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수요가 풍부하지 않은 부동산은 양극화 상황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부동산은 분산투자보다 자본의 집중이 중요합니다.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금융상품의 투자는 거래의 단위가 작아 자본금의 규모가 투자가능 상품을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부동산은 거래단위가 큰 만큼 자본금의 규모가 투자 가능한 자산의 가격을 결정합니다. 따라서 자본금을 분산하는 것보다 최대한 자본금을 집중해 조금이라도 더 좋은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양극화 시대에 적합한 투자법이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거주하거나 투자할 지역을 선정할 때에는 배후 수요의 소득이 증가하거나 일자리가 많은 지역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전체 인구의 90% 이상이 도시지역에 거주하는 상황에서, 일자리가 감소하는 지역과 일자리가 풍부한 지역의 주택 수요량 차이는 급격하게 확대될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양질의 일자리에 따른 배후 수요층의 소득수준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주택가격의 상승여력도 낮아지게 됩니다. 일자리의 양극화가 장기적인 주택가격 양극화의 근본 원인이 될 것으로 판단하는 이유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양극화'라는 단어는 불편합니다. 하지만 양극화가 피할 수 없는 사회현상이고 트렌드라면, 이 현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유연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투자자의 자세가 중요한 시기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윤수민 NH WM마스터즈 부동산 전문위원(NH농협은행 NH All100자문센터)

'NH WM마스터즈'는 농협금융지주와 각 계열사에서 선발된 자산관리 관련 최정예 전문가 집단으로, 리서치에 기반한 투자전략과 자산포트폴리오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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