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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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이 경제 관련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들로 꼽히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국) 회원국들의 2월 물가상승률이 7.7%로 나타나 31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에너지 가격이 26.6% 상승해 물가 급등을 이끌었고 식료품 또한 8.6% 올라 심각합니다.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에 우크라이나 전쟁의 공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시대에는 집값과 이자율이 동반 상승하게 됩니다.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것은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지입니다. 다만 인플레이션 시대 내 집 마련은 예전과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은 대세입니다. 미국은 빅스텝(big step)으로 금리를 올린다는 공언까지 한 마당에 주택구매를 미룰수록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집값은 물가와 소득증가율 수준에서 오릅니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이 계속될 전망이라면 미래에 사는 것보다는 지금이 낫다는 말입니다. 월세 가격은 인플레이션에 더 민감합니다. 미국의 렌트비 중간값 상승률은 17%에 달합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닙니다. 월세가격 상승률이 집값과 전세가격 상승률을 훌쩍 넘어선 상태입니다. 따라서 월세에서 전세나 자가로 빨리 이동해야 합니다. 보유세 부담과 금리상승에 따른 집주인의 대출이자를 대신 내주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금리상승은 집값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대출을 일으키기도 힘들지만 대출이자 또한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내 집 마련에 나서야 합니다. 매달 대출로 발생하는 부담의 최대 예산을 계산하고 역으로 접근해보는 방식이 좋습니다. 대출 규제가 풀린다고 하지만 이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입니다. 본인 소득을 고려하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닙니다. 때문에 DSR은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는 관점에서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이런 점 등을 고려한다면 집값 상승의 밝은 면만을 보고 도전했다가 큰 낭패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첫 예산을 잘 세워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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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과 상품을 폭넓게 살펴야 합니다. 도심의 신축아파트는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구축이나 도심 외곽도 고려해야 합니다. 베이비부머들도 1기 신도시부터 시작해 현재 도심으로 진입했습니다. 처음부터 강남의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건축 관련 비용도 급격히 오르는 중입니다. 앞으로 신축 아파트의 가격인 분양가는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큽니다. 새 정부에서는 분양가상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한다고 하니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겁니다. 따라서 신축만이 좋은 상품이라는 생각은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신용점수(credit score)가 중요한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이는 비단 내 집 마련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신용카드를 발급하는 데도 필요한 신용점수의 꽃은 '대출'이 대부분입니다. 신용점수가 낮은 경우 대출이 되더라도 한도가 낮거나 금리가 높아지는 영향이 있습니다. 현재는 신용등급제가 아닌 신용점수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등급이 한눈에 알기도 쉽고 관리도 가능하니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를 제공해주는 포털이나 앱도 있으니 신경써서 관리해야 합니다.
기간과 금리를 선택하는 문제도 고민해야 합니다. 주택 소유예정 기간에 따라 변동금리가 유리하기도 하고 고정금리가 유리하기도 합니다. 본인의 인생 계획에 맞는 조건을 선택해야 합니다.

인플레이션 시대에도 내 집 마련은 중요합니다. 단지 과거와는 다른 방법과 신경써야 할 부분이 더 크다는 점만 인식하면 됩니다. 무주택자들의 경우 현재 경제환경을 크게 고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집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아파트 가격이 조정을 받는다면 무주택자는 더 집을 마련하기 힘들 겁니다. 인플레이션 시대 내 집 마련이라는 심리 게임에서 반드시 이기길 기원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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