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주택가 전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주택가 전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미국 주택시장은 그 어느 해보다 뜨거웠습니다. 기존주택 판매량은 15년래 최대치를 기록했고 주택가격 또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습니다. 올해는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주택가격의 오름세는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1월이 지난 지금 미국 주택은 여전히 뜨겁습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미국의 부동산정보업체 레드핀(Redfin)의 리포트(Housing Market Update)에 의하면 미국 전역에서 1월 한 달 동안 매물 주택의 절반에 가까운 45%가 리스팅(listing)에 오른지 2주 내에 판매됐고 35%의 매물은 단 1주 안에 계약 협상에 들어갔습니다. 여전히 식지 않은 미국 주택시장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23일까지 중간가격 주택 거래가격(median home sale price)은 1년 전과 비교하면 14% 오른 35만7300달러(약 4억2700만원)에 이르며 신규 매물의 경우 중간가격(median asking price)은 이보다 훨씬 높은 36만281달러(4억3100만원)로 조사됐습니다.

신규주택 건설도 호황을 누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 상무부(Department of Commerce)에 의하면 작년 12월 주택착공은 170만2000건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의 전망치 165만 건을 웃돈 것으로 나왔습니다. 향후 주택시장 흐름을 예상할 수 있는 신규주택 허가 건수 또한 12월 187만3000건으로 전월보다 9.1%나 늘었다고 합니다. 10년 만에 대 호황을 누리는 주택건설시장은 2021년 미국 경제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올해에도 경기회복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 주택시장이 호황을 누리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와 같이 매물 부족에 있습니다. 2021년 말 현재 매물로 나와 있거나 계약 중인 전체 주택 수는 91만 채로 미국중개사협회(NAR)가 1999년 기존 주택 재고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적습니다. 팬데믹 기간 모기지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유지한 데다 안 그래도 비정상적으로 적었던 주택공급이 더 줄었기 때문입니다. 더 큰 문제는 적당한 가격(affordable price)에 살 수 있는 주택의 비중이 2019년 말과 비교하면 10% 가까이 감소했다는 데 있습니다.
뉴욕 도심지역 전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뉴욕 도심지역 전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택매매 시장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2021년 미국 임대주택시장도 큰 호황을 누렸습니다. 글로벌부동산회사 CBRE에 의하면 미국의 멀티패밀리 임대시장의 전국적인 공실률은 2.5%에 그쳐 신기록을 경신하는 중입니다. 2022년 임대시장에 대한 예측 또한 긍정적입니다. 지속적인 경기회복과 일자리 창출, 임금 상승 그리고 가구의 분화로 인해 주택시장의 임대수요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임대료 또한 플러스로 전환됐습니다. CBRE가 조사한 69개 시장 중 49개 시장은 두 자리수 증가를 보였다고 합니다. 3곳을 제외하고는 팬데믹 이전 수준을 초과한 임대료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안타까운 현상도 벌어집니다. 거의 2년 동안 급등하는 주택가격과 매물 기근으로 성급하게 집을 구매한 분들 4명 중 3명은 당초 계획이나 기대와 달라 후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격은 치솟고 재고는 급감해 주택매매 시장의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입니다. 오픈하우스(매수희망자가 둘러볼 수 있는 집)가 너무 붐벼 나이트클럽처럼 느껴질 정도였다고 하니 다급한 상태에서 원치 않는 집을 산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올해 미국 주택시장의 여건은 지난 2년과 비교해 그리 나아질 것 같지 않다고 합니다. 주택 재고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질로우그룹(zillow group)은 올해에도 16%나 주택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리인상이 일부 구매자를 주택시장에서 몰아낼 가능성은 있지만 임대료 상승을 피하고 작년 대기수요가 뒷받침되기에 주택수요는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는 예측입니다.

미국과 우리의 주택시장은 유사한 면과 함께 차이도 보입니다. 공급부족이 대표적인데 단독주택 위주인 미국의 경우 빠른 건설이 가능하지만 현재는 자재와 인력 부족에 따른 정체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는 대단지의 아파트를 짓기 위해 택지가 필요한데 택지확보에 시간이 걸려 현실적으로 단기간 공급이 불가능한 실정입니다.

기존 매물출회 부족은 공통점입니다. 규제가 없는 미국은 주택수요자들이 주택매입에 큰 어려움이 없는 반면 우리는 중첩된 정부의 부동산규제로 주택수요를 억제하면서 주택시장이 조정 국면에 진입했습니다. 두 국가의 주택시장이 향후 어디로 갈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시장을 통한 자율조정과는 반대로 규제를 통한 억제 정책의 효과는 주택시장의 왜곡과 함께 가격 변동성을 더 커지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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