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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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부동산 관련 세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라는 분석이 나와 주목됩니다. 회원국들의 국내총생산(GDP) 규모에 견줘서입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발표한 자료인데 재산세 비중은 1위, 자산거래세 1위, 상속증여세 3위 등 종합 1위를 기록했습니다.

“부동산 세금이 외국보다 적다”라는 현 정부의 여론몰이로 시작된 증세가 실제로는 엉터리라는 지적은 수도 없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결론적으로 현 정부의 통계 마시지가 또 한 번 증명되는 순간입니다. 높은 부동산세율도 문제지만 세금의 증가 속도는 더 큰 걱정거리입니다. 2017년 OECD 8위였던 자산세의 비중은 불과 3년(2020년) 만에 1위가 되었습니다. 부동산 세금이 폭증한 2021년 통계를 반영하면 아마도 압도적 1위로 2위와의 격차를 더 크게 벌릴 겁니다.

현 정부의 증세는 2가지 논리에 기반합니다. 첫 번째는 '세금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주택가격을 안정화 시키겠다'였습니다. 첫 번째 세금이 낮다는 건 본인들에게 필요한 통계만을 반영하는 포퓰리즘의 결과이며 각국의 통계 생산방식과 용어의 차이를 무시하는 해석입니다.

"부동산 세금 이제는 낮춰야 합니다"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대표적인 것이 주택보급률과 같은 통계입니다. 주택보급률이란 일반가구 수에 대한 주택 수의 백분율로 산정합니다. 하지만 주택 수와 일반가구 수를 계산하는 방식이 전 세계적으로 다양합니다. 동성가구를 인정하는 국가도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비주택이지만 다른 국가에서는 주택에 포함하기도 합니다. 우리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1인 가구를 주택보급률에 포함시킨 것이 불과 15년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동안의 주택보급률은 당연히 과다 계상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주택 공급이 적절하냐 부족하느냐의 논란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도 이런 문제가 포함되어 있었던 겁니다.

사실 통계 마사지라고 부르는 이런 현상은 현 정부 들어 너무 자주 발견됩니다. 한국부동산원과 KB국민은행과의 통계가 일치하지 않은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심지어 한국부동산원이 부동산시장 전망을 발표하지 않은 지가 벌써 2년이 넘었습니다. 정부의 눈치를 보는 통계전문가들도 문제이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하는 것은 정부일 겁니다. 억지로 만들어진 통계는 정책 입안을 방해해 시장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대외신뢰도의 하락은 덤입니다.

부동산 증세의 또 다른 근거는 주택가격의 안정이었습니다. 현 정부 들어 증세를 포함한 30차례에 가까운 부동산정책을 도입했지만 주택가격 상승은 그 어떤 정부 때보다 높았습니다. 특히 유사한 좌파 정권인 참여정부와 비교해도 주택가격이 더 높았다는 것은 아주 특이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주택가격은 물가와 소득 수준에서 상승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국민소득 증가율이 5~6%에 이르던 참여정부보다 주택가격이 더 올랐다는 것은 정책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주택가격 안정이 아니라 주택가격 폭등을 불러온 요인은 여러 가지를 지적할 수 있지만 정부의 규제도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양도소득세는 시중에 주택 매물을 사라지게 만드는 동결효과를 낳고 보유세(재산세, 종합부동산세)의 급격한 상승은 전가효과를 낳아 가격과 임대료가 올라가는 주요 요인이 되었습니다.

팬데믹 상황에서 어려운 가계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른 부동산 증세는 이제는 속도 조절 또는 원상회복이 필요합니다. 증세 도입의 가장 큰 배경이었던 2가지 논리 모두 쓸모가 없었다는 결론이 난 상황에서 공시가를 현실화한다는 명분으로 계속될 부동산 증세는 더 이상 없어야 합니다. 오히려 현재와 같이 공시가, 공정시장가액 등으로 다단계화되어 있는 부동산 세금의 구조를 간단하고 이해하기 쉽게 고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미국과 같이 취득 당시의 가격에 기반한 보유세 부과를 심각히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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