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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비된 부동산 시장, 거래 활성화로 정상화해야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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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거래량은 가격의 선행지표라고 합니다. 거래량이 줄면 가격이 하락하고 반대로 거래가 활발하면 가격이 오른다는 말입니다.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이런 논리가 적용됩니다.

최근의 부동산 시장은 안타깝게도 규제로 인해 왜곡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일반적인 시장의 논리가 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거래량이 많이 줄었더라도 간간이 이뤄지는 신고가 거래는 아파트 가격을 계속 올리는 중입니다.

직방에 의하면 2021년말 현재 기준으로 3개월 내 신고가를 기록한 서울의 아파트는 66%에 이릅니다. 문제는 거래 건수입니다. 작년 같은 기간을 비교했을 때 6601개에 이르던 최고가 아파트거래는 2180개로 줄었습니다. 비율도 줄었지만 건수는 3분의 1 이상으로 줄었습니다.

최고가 경신 면적비율도 줄었지만 거래건수는 훨씬 더 많이 줄었습니다. 거래건수가 줄었으니 가격이 하락했을까요? KB국민은행에 의하면 2021년12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0.46% 올랐습니다. 상승률이 완화되기는 했지만 아파트 매매가격은 하락하지 않았습니다.
부동산은 거래가 되어야 가격이 하락하는 겁니다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현 정부 들어 5년 동안 30번에 가까운 부동산대책이 발표되었는데 강한 규제로 인해 3~6개월간 가격이 정체상태를 보인 적은 있지만 본격적인 하락국면에 접어든 경우는 단 한번도 없습니다. 물론 거래량은 엄청나게 줄었습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의하면 2020년11월 6368건에 이르던 서울아파트 매매거래량은 2021년 11월 1367개로 줄었습니다. 1년 사이 거래량은 겨우 21.5%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거래량이 이렇게 줄었는데도 불구하고 가격이 눈에 띄게 하락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그 이유는 가격이 하락하기 위해서는 거래량 또한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재와 같이 거래량이 극심하게 줄어들면서 가격이 조정 받는 시기는 정확히는 하락 국면이 아닌 ‘마비 국면’입니다. 부동산 마비 국면의 특징은 거래가 극도로 힘들기 때문에 주택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거의 포기 상태에 이른 시장입니다.

주택 공급자(매도자)는 매물을 거둬들이기도 하고 주택 수요자(매수자)들은 임장 일정도 잡으려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주택시장을 떠난 것은 아닙니다. 특히 주택수요는 사라지지 않고 힘을 축적하는 중입니다. 어떤 계기(trigger)가 일어나면 거래는 다시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큽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올해 부동산시장을 예측하면서 3월의 대통령 선거를 자주 언급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부동산은 거래가 되어야 가격이 하락하는 겁니다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과거 하락기의 거래량은 어땠을까요? 서울아파트의 가격이 본격적으로 하락한 2009년의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7만9000건이었습니다. 하락이 시작된 2008년 6만3000건에 비해 20% 이상 늘었습니다. 거래가 늘어야 가격도 하락할 수 있습니다. 지금과 같이 마비된 시장에서는 하락인지 상승인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없습니다. 상승하는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잘못 판단해 서둘러 급매가격으로 팔기도 합니다. 다시 거래가 정상화되면 현재의 시장이 상승 장인지 하락 장인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락도 거래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마비된 부동산시장을 만들어 놓고 지금은 하락 중이라는 공포마케팅을 펼치는 정책 담당자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요? 하락도 거래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본인들은 정말 모를까요? 거래가 늘어나는 정상적인 시장이 되면 아파트 가격은 하락보다는 상승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아마 알고 있을 겁니다. 마비된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오르고 있다는 것이 그 방증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을 아예 마비시켜 놓는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차기정부의 가장 시급한 부동산정책은 마비된 시장을 정상적으로 돌아가도록 만드는 겁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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